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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보령’ 서해안 답사…솔바람길-천북굴단지-속동전망대

가을인가? 겨울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강추위와 폭설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남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서해대교 아랫 지방의 당진 등 충청도 지방은 하얀 눈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로수와 산천에 있는 나무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아직도 그대로다. 이 아름다운 계절, 권력 앞에서도 정절을 지켰던 한 여인의 전설을 담은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숨겨놓은 길이다. 또한 겨울이면 서해안에서 제철 음식으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굴 축제장을 찾았다.

예부터 이 고장을 가리켜 ‘만세보령萬世保寜’이라고 한다. 만 세대가 지나가도 영원토록 평안한 고장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켜 볼수록 아름다운 멋과 감칠맛 나는 제철 음식을 간직하고 있는 고을이다. 이 고장은 충청남도 서남부의 위치하고 있는 보령시(대천)이다. 보령시에는 보기 좋고 눈이 호강할 수 있는 9경과 맛깔스러운 입맛을 돋게 하는 계절 음식 9미 등이 있다.

보령 9경은 매년 여름이면 세계 최고의 천연미용 축제장 대천해수욕장과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해수욕장, 자연의 멋을 그대로 간직한 비밀정원 죽도(상화원), 성주산자연휴양림, 관광명소인 개화예술공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연도, 조선 최고의 정자 충청수영성(사적 제501호), 성주산 냉풍욕장, 산 깊은 곳의 물 맑은 보령호, 억새가 장관인 오서산 790m 등을 말한다. 9미는 천북 군단지 굴구이, 달디 단 사현포도, 주꾸미, 꽃게탕, 자연산 보령 돌김, 오천항 키조개, 조개구이, 해물칼국수 등이다.

늦가을 보령답사는 보령 오천면 소성리에 있는 상사봉 220m 기슭이다. 이곳에는 건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미부인 솔바람길 6km과 천북 굴단지 굴 축제장이 있다. 천북의 지명은 천수만의 북쪽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굴 축제장에서 싱싱한 굴의 멋과 맛을 본 후 천수만을 따라 서해랑길 63코스를 걸었다. 인근에 있는 홍성군 속동전망대까지 걷는 길이다. 운치가 있는 산길과 바람끝이 차가운 바닷길을 걷는 답사였다. 이곳의 전진기지처럼 보이는 오천항은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작은 포구다.

상사봉 기슭에는 도미부인의 영전을 봉안해 놓은 정절사라는 사당이 있다. 이 사당을 향해 짧은 오솔길을 오른다. 도로 입구부터 울창한 소나무가 반겨준다. 산자락에 작고 아담한 사당이 있다. 계단에 올라 정절사(1994년 건립)를 살펴본다. 아름답고 정갈한 도미부인의 영전이 봉안되어 있다. 사당 옆에는 도미와 그에 부인의 합장묘와 사적비가 있다. 사적비에는 백제의 대표적인 도미전 설화가 삼국사기에 수록되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적비에는 도미와 그 부인, 개루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도미부인의 동상은 서울 한강 광진교 입구에 서있다.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는 도미부인은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절개가 곧았다고 한다. 백제 4대 개루왕이 도미의 아내를 탐한 전설의 내용이다. 왕의 부름을 받은 부인은 그녀의 계집종을 단장시켜 대신 왕을 모시게 하는 등 두 번의 지혜로 정절을 지킨 것이다. 이를 알아챈 왕은 분노하여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작은 배에 태워 멀리 쫓았다고 한다. 이에 도미부인이 강가에서 통곡하고 찾아 나서는데 도미부부는 다시 만나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는 전설이다. 보령에는 미인도(빙도), 도미항, 상사봉이 도미부인 설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정절사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도미부인 솔바람길을 걷는다. 솔바람길은 임도를 따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솔솔 불어오는 솔바람의 향기가 그윽하다. 수도권은 하얀 눈의 천국이지만 이곳은 아직도 가을이다. 솔 바람길은 갈지로 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마음이 정갈하면서 심신을 가볍게 비울 수 있는 오솔길이다. 보폭을 넓이고 속도를 내어 걸어도 걷기 편안한 순한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힐링의 길이다.

도미부인 솔바람길 나무 숲사이로 멀리 천수만이 보인다. 산길을 돌고 돌아 한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커다란 조형물이 보인다. 충청 수영 해양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잠시 쉼을 갖는다. 전망대는 위 아래에 조성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서니 가슴이 뻥 뚫린다. 천수만과 충청수영청정자, 호수 같은 포구 오천항, 원산도, 멀리 안면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충청권 일대를 조망하는데 유일하게 산 정상 능선의 설경이 보인다. 예산 가야산 678m 줄기다.  

전망대에서 잠시 쉼을 마친 후 옹기종기 많은 선박이 정박해 있는 오천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길의 솔바람길은 걷기가 더욱 좋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름답게 눈길을 끌게 하던 단풍이 바람의 떨어져 낙엽이 쌓여있는 길은 바스락거리며 걷기가 편안하다. 공립 보령유치 앞에 도착하여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본다. 수영청이 있는 서해랑길 62코스는 이후에 답사하기로 하고 보령방조제를 지나 굴축제가 열리고 있는 천북굴단지로 이동한다.

천북굴단지는 겨울 축제장 분위기답게 소란스럽고 많은 차량 등으로 북적인다. 넓은 주차장이 부족해 보이는 축제장의 분위기다. 많은 사람이 강한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물결이다. 그동안 천북굴단지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더욱 넓어진 상가들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상가마다 굴이 가득한 담은 굴망이 눈길을 끌게 한다. 어는 상가 주인은 커다란 낙지를 들어 보인다. 커다란 냄비에 가득한 굴과 가리비 등 조개 등이 군침을 돌게 한다. 겨울 바다의 산삼이라는 굴이 맛있다.

천북굴단지 앞바다는 천수만이다. 천수만의 조류는 빠르고 넓고 깨끗하여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이 풍부한 바다다. 제철을 맞은 굴은 돌이나 나무에 양식한 굴로 대량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굴 산지이지만 가격이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1970년부터 대량으로 생산되어온 굴 단지다. 굴을 가리켜 바다의 우유라고 한다. 굴을 장작불에 구워서 먹는 굴구이도 있지만 커다란 냄비에 쪄서 판매하고 있다. 더욱 상품 가치가 있어 보이는 굴구이다. 주요 굴 요리는 굴구이(찜), 굴회, 굴밥, 굴 겉절이, 굴 생채 등이다. 겨울 제철 요리도 많은 관광객으로 즐거운 축제장이다.

굴은 겨울철 최고의 영양식품이다. 지방이 많으며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따라서 굴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빈혈 예방 등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천북 굴 축제 기간에는 전국에서 약 50만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영양이 풍부한 굴구이를 먹은 후 낭만의 바닷길을 따라 홍성 남당항을 향해 출발이다. 홍성방조제에서 바닷바람을 안고 수룡항과 홍성교를 지나 차량을 이용하여 키조개 산지 남당항을 속동전망대에다 도착이다.

속동전망대는 2023년 8월에 홍성군이 조성한 홍성 스카이타워 66m다. 어사포구와 궁리 중간 해변에 세워져 있다. 전망대 건물 모습이 아름답다. 전망대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2층에는 투명한 잔도길을 돌아야 한다. 공포감과 짜릿함이 있다. 서해안의 최고의 전망대로 관광객이 찾은 발걸음으로 붐비는 전망대다. 천년 노을을 품은 홍성 스카이타워는 야간 조명이 아름답다고 한다. 천수만의 펼쳐지는 빛의 세계라고 한다.

홍성 스카이타워는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자연적 요소를 그대로 사용하여 조성된 공간이라고 한다. 3층 구조의 전망대는 층마다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층에 조성된 투명한 유리잔도 길은 이채롭다. 속동전망대가 조성된 이후 홍성을  찾은 관광은 활력을 찾으며 홍성의 상징적인 관광지로 돋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해랑길에 설치된 전망대는 새로운 천수만의 빛이라고 한다. 서산 A, B 방조제와 간월도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속동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대 앞 작은 모섬이 있다. 모섬에는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케 하는 배 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천수만을 조망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망대다. 먹구름 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아름다운 섬 죽도 앞바다로 떨어진다. 절경이다. 전망대에서 작은 섬 모섬까지의 데크길은 바다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길이다. 느림의 미학으로 여유롭게 쉼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바다향을 맡으며 걷기의 최적의 구간이다. 전망대 앞의 작은 동산의 해송 향기가 그윽한 길이다. 계절의 운치를 만끽하게 했던 추억의 답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