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자연의 섭리따라 계절의 변화는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나 보다. 절기상 소설이 지나 겨울로 가는 길목이다. 가을이 되면 온 나라 산하가 단풍나무 등으로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인다. 특히 애기단풍의 단풍이 으뜸으로 친다. 이곳 멋드러진 단풍나무는 천연기념물(205년 제463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원도 국립공원 설악산도 아니고 전라북도 내장산이나 전라남도 백양사 단풍나무도 아니다.
전라북도 고창군에 있는 축령(문수)산(621m) 자락에 있는 고찰 문수사로 가는 길목은 온통 단풍나무 군락지다. 이 천연기념물 단풍나무를 찾아 떠났던 답사였다. 전라북도 서남단 해안에 있는 고창군은 전라남도 장성군과 영광군을 경계를 이루고 있다. 구릉지가 많은 고장이다. 고창 읍내에는 유서 깊은 읍성(모양성)이 있으며 소나무와 대나무가 많은 읍성이다. 고창읍성은 순천의 낙안읍성과 서산 해미읍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잘 보전된 3대 읍성 중 하나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1453년) 때 축조된 것이라고 한다.
고창 구릉지에는 고인돌이 많이 있다. 운곡람사르습지와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이 유명하다. 특히 고창이 자랑하는 선운산 도립공원과 풍천장어, 복분자 등이 그 이름값을 하고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은 고장이다. 고창하면 역사적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고을로 생각되는 고장이다. 문수사 단풍나무에 이어 2021년에 는 내장산 단풍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고 한다.
남고창 IC를 빠져 나오면 고창 고수면 두평리에 있는 조산저수지가 있다. 조산저수지는 전봉준 생가터에서 약 10km에 있다. 유서 깊은 읍성에서는 8km 정도의 거리에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 들녘에 있는 조산저수지로부터 걷기 좋은 고창 애향천리마실길이 조성되어 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사색의 길이다. 저수지에서 천연기념물 단풍나무 군락지까지는 약 5km다. 아름답게 이어진 낮은 산세를 보며 작은 마을들을 지나는 정겨운 시골길이다.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등을 고창신기산촌 생태마을이라고 한다. 은사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0여분 정도 오르면 천연기념물 문수사 단풍나무 군락지 입구다. 삼거리에서 고갯길을 따라 직진하면 장성 백양사역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단풍나무 입구에는 청량산 문수사라는 일주문과 호남제일문수도장이라는 비가 서있다. 비 뒤로 누워있는 한 그루의 와목 단풍나무가 매우 인상적이다. 수령도 수백 년이 되어 보인다.
고찰 문수산 천연기념물 단풍나무에는 아직도 화려한 단풍을 가지마다 출렁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신비롭고 한적한 단풍나무 길이 이어진다. 눈을 호강하게 한다. 쉬엄쉬엄 걷는데 저절로 탄성이 울러 퍼진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숨어있는 비경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온통 단풍나무 천국이다. 비록 철 지난 단풍이지만 곱다. 수령이 오래된 고목과 어우러진 단풍나무 숲이 과연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신비스럽게 보인다.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나무 군락지에는 수령이 100년에서 500년된 단풍나무 약 500여 그루가 있다고 한다. 단풍나무 생김새 하나 하나가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이다. 아름답다는 단어 이외의 그 어떤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곳 단풍은 11월 중순이 절정으로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나무들이 찬란하게 보인다. 철지난 단풍나무들의 단풍은 노거수의 멋과 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나무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늦가을의 단풍나무 향기에 취해 발걸음이 옮길 수 없다. 느림의 미학이다. 자연의 눈요기에 폭 빠지게 하는 길이다. 비움의 지혜를 실천하라는 깨달음을 암시하는 것 같은 황홀한 길이다. 산세도 기운이 있어 보이고 아름답다. 지금까지 단풍하면 내장산과 백양사를 생각했는데 한적하고 고즈넉한 문수사 단풍나무를 생각하게 된다. 단풍나무가 이어지는 오솔길은 화려하다. 나무마다 그 자태가 다른 모습이 압도적이다. 단풍 밑에는 많은 바위가 있는데 푸른 이끼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노란 단풍이 일렁이는 물결 속에 푸른 이끼가 더욱 돋보여진다.
화려한 문수사 천연기념물 단풍나무를 생각하며 걷는 오솔길은 약 800m다. 높다란 담장에 둘러싸인 아담한 사찰이 보인다. 사찰 입구 삼거리에는 단풍나무의 모습이 절정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문수사에 도착이다. 청량산 산세의 기운이 좋아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모습의 고찰이다. 1,500년 백제 의장왕 4년(644) 신라 자장이 창건했다고 한다. 불교의 전설이 있는 문수사 창건신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고찰 문수사 불이문은 여타 사찰에서 보아 왔던 불이문과는 다르다. 단풍나무 숲에서 계단을 걸어 오르면 높다란 담장이 있다.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오밀조밀하게 쌓은 담장이다. 어떤 성벽처럼 보이는 담쟁이 넝쿨이 그 멋을 더해주는 담장 모습이다. 불이문이라 의미는 진리가 둘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웅전은 옛 모습 그대로 단청이 지워져 빛바랜 모습 그대로이다. 대웅전 기둥에 있어야 하는 주련 글씨가 없다. 또 하나의 의미가 있게 하는 대웅전 모습이다.
문수사의 고즈넉한 사찰을 나와 또다시 한적한 단풍나무 길을 걸어 일주문으로 나온다. 사찰에 들어올 때 보았던 단풍나무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더 이쁘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절처럼 단풍나무들을 다시금 살펴보면서 고수면 은사리 삼거리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고창 애향천리마실길과 명매기샘이라는 이정표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고개를 따라 오르다가 주민을 만나 이 길에 대한 정보를 들어본다.
고창애향천리마실길은 1코스 고창읍성성곽길14km 등 총 9개 코스로 조성되었다는 설명이다. 2코스는 편백나무 숲길 7km며 3코스는 문수사단풍길 9km다. 4코스는 온천길 7km이며 5코스는 앙고살재길 5kmek. 6코스는 방장산길 17km며 7코스는 고인돌길 5km이며 8코스는 해양문화마실길, 9코스 동학농민진격로 등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고창애향천리마실길의 모든 길은 아름다운 길로 걷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안내도의 설명이다. 첫 번째 걷는 미지의 길은 언제나 설렘의 길이다. 걷고 싶은 충동의 길이다. 애향천리마실길은 몸과 마음이 벌써 움직이는 시골길로 아름다운 산책길로 엿보인다. 더욱이 ‘국화꽃이 피기까지’의 미당 서정주 생가를 거쳐 가는 서해랑길 43코스는 고창을 대표하는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하다.
고창애향천리길에는 명매기샘이 있다. 단풍나무 숲길에서 멀지 않는 곳이다. 이 샘은 고창을 가로질러 서해로 흘러드는 지방하천 주진천(약 30km)의 발원지라고 한다. 숲길을 따라 고개로 올라가면 산 중턱에 쉼 없이 물이 넘치는 곳이라 한다. 이 물줄기가 조산저수지를 거쳐 하천으로 유입되는데 이 하천이 바로 주진천이라고 한다. 이 하천은 원래 인천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배가 드나들면서 주전으로 바뀌었다는 하천이다. 이 하천에서는 고창의 명물인 풍천장어가 잡히는 하천이라고 한다. 이 샘은 최근에 발굴되었다고 한다.
고인돌의 고장 고창 봄날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황혼이 짙은 가을 저녁 서해랑길을 따라 애향천리마실길을 답사한 일정도 권장할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과 함께 산행과 걷기를 권장하고 싶은 마실길이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휴양림 길은 힐링과 치유의 숲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길이다. 장성과 영광까지 연계하여 답사하고픈 서해랑길 41코스 등이 있다. 운곡람사르 생태습지길과 문수사 단풍나무 숲길 꼭 한번은 걸어 보시길 권장한다. 고창은 애향과 향수의 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