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열어본다.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데 별 특이사항이 없는 예보다. 연안부두로 향한다. 바다에는 해무가 잔뜩 끼어 있어 안개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옹진군에 속한 각종 섬으로 떠나는 모든 여객선이 연안부두에서 꼼작하지 못한다. 연안부두 대합실은 섬으로 떠나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안개주의보가 해제되어 여객선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길 기다리고 있다.
봄을 맞아 떠나는 섬 트레킹 일정이다. 승봉도 행 여객선 출발시간은 7시 50분이다. 2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승봉도행 연락선에 승선했다. 여객선은 인천-자월-승봉-대이작-소이작도까지 운행하는 차도선 여객선이다. 바다와 함께 힐링하고 싶다면 인천으로 오라고 한다. 인천 앞바다에는 숨어 있는 트레킹 명소들이 많이 있다.
연안부두 대합실이 갑자기 시끌벅적하다. 안개주의보가 해제되면서 여객선들이 하나 둘 떠나는 모습이다. 여객선에 탑승하려고 줄을 선 관광객의 얼굴에는 즐거움에 웃음꽃이 피어있다. 연안부두는 갑자기 생동감이 넘친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 풍도 등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붐빈다. 보슬비를 맞으며 여객선에 올라 전망 좋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인천항을 벗어나자 인천을 상징하며 각종 응원가로 부르고 있는 한 대중가요가 생각난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승봉도를 향해 떠나는 대부고속페리호는 서서히 움직인다. 바다는 안개로 인해 항구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연안부도에 우뚝 솟아 있는 전망대가 떠나는 배를 향해 안전하게 즐겁게 다녀오라는 손짖을 한 것 같다. 안개와 비가 내리는데도 관광객들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선상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해무 속에 바다는 더욱 운치가 있어 보인다. 여기저기서 연안부두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각종 선박의 모습이 그림처럼 보인다. 수많은 갈매기가 뱃전을 따라 잡는다. 뱃전에는 갈매기가 군침을 흘리는 새우깡과 군무를 추고 있다.
어느새 여객선은 웅장한 인천대교 밑을 지난다. 언제 보아도 인천대교는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며 웅장하다. 안개 속에 보는 인천대교는 또다른 멋을 연출한다. 인천대교는 약 21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5번째로 긴 사장교라 한다. 인천대교의 멋에 취해있는 동안 배는 등대섬 팔미도를 지나간다. 팔미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섬으로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다. 안개 속에 얼굴을 드러낸 팔미도는 더욱 멋들어진 모습이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명소다.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인천 앞바다의 별 중에 별이다.
여객선은 팔미도를 지나 송도신도시와 무의도 사이를 지나간다. 주변 섬들이 이어지고 빗줄기가 떨어지는 바다는 격량의 춤을 춘다. 하지만 파도는 약간 요동칠 뿐 조용한 바다다. 인천 앞바다에는 별처럼 빛나는 168개(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있다. 그 별 중의 별, 옹진군 자월면에 속해 있는 승봉도 별을 찾아가는 일정이다. 승봉도는 섬 지형이 봉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과 같다 하여 승봉도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을 통해 보면 섬 모습이 마치 커다란 새가 나는 형상이다.
최근 승봉도는 수도권 힐링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섬이다. 승봉도에는 신석기 후기부터 사람이 거주한 섬이라고 한다. 섬 이름 유래도 처음 신씨와 황씨 성을 가진 두 어부가 풍랑을 만나 이곳에 정착하면서 사람이 거주하였다는 기록이다. 처음에는 섬 이름도 두 어부의 성을 따서 신황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후 섬의 지형이 봉황을 닮은 것처럼 보여 지금의 명칭 승봉도로 부르고 있는 섬 이름이다. 승봉도에는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해안 곳곳에 있다. 그 아름다운 해안길(9.5km)을 걷는 답사 일정이다.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은 1차 정박지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에 도착했다. 연안부두에서 32km(1시간 30분)다. 자월도는 아담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섬이다. 자월도는 국사봉(167m)을 중심으로 장골해수욕장과 울창한 해송, 안목섬들로 형성된 아름다운 섬이다. 해무 속에 갇힌 자월도의 모습도 아름답다. 봄이 가기 전에 자월도를 답사할 예정이다. 자월이라는 이름은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맑아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넓은 장골백사장과 아름다운 해송 숲이 인기있는 피서지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이다. 자월도에서 정박한 연락선은 승봉도를 향해 운행한다.
자월도에서 승봉도까지는 약 30리 거리다. 자월도를 떠난 연락선은 30여분 후 붉은 등대 모습의 승봉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안개주의보로 인해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늦은 도착이다. 승봉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용한 분위기의 섬이다. 흐린날씨에도 봄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배에서 내린다. 올봄부터 인천에는 인천 아이(i)바다패스 상품이 있다. 인천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섬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의 하나다. 강화와 옹진군에 있는 25개 섬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책이다. 인천시민은 시내버스 요금 3,000원(왕복)으로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는 특혜다.
아름다운 승봉도 해안 길과 경관을 따라 답사를 시작한다. 안개로 인해 늦은 출발과 많은 비는 아니지만, 오락가락 내리고 있는 비로 인해 식당 차량을 이용해 승봉도 전 해안길을 답사할 일정으로 바꾸었다. 승봉도 답사는 해안 산책로를 들머리로 부두치해변-데크길-목섬-신황정-삼형제바위-촛대바위-작은배카페-부채바위-남대문바위-이일레해수욕장-식당 순으로 진행했다. 승봉도 섬 둘레길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 안개비로 인해 비는 가끔 맞았지만 편안하게 답사를 마무리했다. 승봉도 선착장 입구에는 작고 아담한 작은 공소가 있다.
승봉도에서 인천으로 귀향하는 배는 오후 3시 40분에 출발이다. 식사시간은 1시 30분으로 예약했다. 이 시간을 맞추려면 승봉도 해안길 답사를 부지런하게 돌아야 한다. 차에 탑승하고 이일레해수욕장은 차량에서 내려다 보고 해송 숲이 울창한 길을 따라 부두치해변에 도착이다. 부두치라는 이름 유래는 파도가 많이 부딪치는 해변이라는 의미라 한다. 이 해변에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아주 편안하게 목섬까지 갈 수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선이 절경이다. 조개껍질이 많은 해변이다. 파도와 조개껍질이 마주치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아름다운 합주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목섬 앞에 쉼터 정자가 있다. 빼어난 해안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인증사진을 남기기바쁘다. 잠시 호흡을 조정하고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또 작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다와 섬들의 모습이 자연의 그림책을 연상하게 한다. 60m 높이에 있는 정자, 신황정을 향해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승봉도에서 이 신황정 전망대를 빼놓고 그 어떤 것도 얘기할 수 없다. 승봉도의 절경, 신황정이다. 바람이 세차 모자와 옷깃을 여민다. 연안부두 등에서 겪은 모든 일을 잊게 하고 보상받게 하는 전망대다. 서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자월도와 대이작도, 소이작도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이 순간순간들을 놓칠 수 없다.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신황정의 아쉬움을 뒤로 한체 촛대바위로 이동이다. 삼형제바위를 지난다. 웅장한 촛대바위는 동해안의 촛대바위와는 다른 모습이다. 촛대바위를 향해 마음의 소원을 빌고 또다시 다른 기암을 찾아 걷는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우산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한다. 해안길에 유일하게 있는 작은 선배 카페가 있다. 승봉도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은 카페라고 한다. 다시 부채바위와 남대문바위(코끼리바위)를 향해 출발이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부채바위 앞을 지난다. 어찌 보면 부채처럼 보이고 또 이렇게 바라보면 글쎄다. 부채바위를 지나 코끼리바위에 도착이다. 작은 계단을 올라 내려서면 작은 해안에 있다.
한반도 곳곳에 이런 형상의 바위들이 많다. 오랜 세월과 비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이 만들어 낸 조각품으로 모두가 감탄한다. 남대문 바위보다는 코끼리바위로 부르는 것이 더 멋진 홍보 효과가 더 있을 것 같다. 밀물 때는 안전이 요구되는 바위다. 다행히 썰물 때라서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차량에 탑승 식당으로 이동한다. 해안길 답사 때에는 보슬비가 오락가락 하더니만 식당에 도착하니 많은 비가 내린다. 이것도 행운이고 자연이 주는 특혜다. 자연산이라고 하는데 맛깔스러운 횟감이 일품이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하여 제시간에 여객선에 승선한다.
힐링의 섬 승봉도를 되돌아본다. 또 하나의 추억을 안겨준 그림 같은 승봉도 답사다. 인천항으로 되돌아오는 뱃길에는 객실에서 조용히 앉아 쉼을 갖는다. 아침 시간보다는 덜 복잡하다.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면서 승봉도 답사를 정리해 본다. 반달모양의 이일레해수욕장(1.2km)에서 맨발걷기(어싱)을 하지 못해 아쉽다. 해변에서 당산으로 오르는 해송길을 걷지 못해 또 하나의 과제로 남는다. 여름에는 솔향기에 취해 힐링이라는 식당 주인의 설명이다. 날씨가 청명한 어느 날 문득 찾아 올 승봉도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