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인천의 정치 지형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인천을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로 바라보며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의 관심은 정당보다 ‘시정의 방향성’에 쏠려 있다.
지난 몇 년간 반복된 행정 단절과 정책 변경의 피로감 때문이다.
현직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년간 교통, 환경, 산업, 복지 등 주요 분야에서 굵직한 과제를 추진해 왔다.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공모, GTX-D 노선 현실화,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구도심 재생 등은 인천이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들이다.
행정의 실무를 이해하는 리더십이 있었기에 일정한 진전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천시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며 지역 개발의 동력을 넓혔다.
영종·검단 등 신도시는 기반시설 확충이 가시권에 들어섰고, 구도심 역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재생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시민 체감도가 높은 교통망 확충과 복지 예산의 균형 배분은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인천의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산업단지 노후화, 매립지 종료 문제, 청년 일자리 부족, 원도심 공동화 등은 단기간 해법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연속성이 흔들릴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실험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과제의 완성이다.
정치권은 ‘변화’라는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시정의 연속성과 행정 안정성의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
매번 선거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사업이 재검토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시민 피해는 결국 행정의 비효율로 이어진다.
도시 발전은 단기적 성과보다 꾸준한 정책 집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 시장이 제시한 ‘인천 미래 10대 프로젝트’ 역시 그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 해양경제벨트 구축, 균형발전 인프라 확충 등은 인천의 10년 뒤를 내다본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여당과 지방정부 간 정책 조율이 원활할수록 시민 생활 개선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의 본질은 정당 경쟁이 아니라 시정의 안정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인천이 더 이상 ‘정치적 시험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정치권은 변화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그 변화가 실제로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정된 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천이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행정의 일관성과 책임성이 담보돼야 한다.
인천시정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이미 닦아 놓은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갈 추진력이다.
그것이 시민이 바라는 ‘변화 이후의 안정’이며, 인천이 진정으로 성숙한 도시로 나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