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하늘은 맑고 높으며 짙은 초록이 물들고 있다. 봄날은 떠나는 계절이다. 싱그러운 자연을 찾아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나는 계절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계절임을 느끼게 한다. 찬란한 봄날 자연을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다져지는 계절이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다고 한다. 어떤 관광 명소든지 최소한 네 번은 가보라고 한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계절마다 한 번은 가봐야 그 명승지의 속살과 참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진천은 매년 오월이 되면 함박눈이 내린다는데 그 길을 찾았다. 5월은 이팝나무, 아카시아. 층층나무 등 하얀 꽃들의 향연이다. 진천 옛 이름이 상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진천에는 상산팔경이 있는데 농다리 풍경을 농암모설이라고 한다. 한겨울 농다리에 눈이 쌓이면 그 풍경이 색다른 모습으로 아름답다고 한다. 진천의 농다리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긴 돌다리라고 한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돌다리다. 농다리의 농자는 대그릇 농籠자를 사용한다. 커다란 지네가 물을 건너가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지네 다리라고도 한다. 자연의 순응하며 천년을 꿋꿋하게 버티어 온 전통미가 있는 농다리다.
싱그러운 오월 진천의 관광 1번지는 농다리다. 천년의 세월을 버티어 온 농다리를 네 번째 탐방하면서 진천에 또다른 명소가 있음을 알았다. 이팝나무는 터널 숲길이다. 5월 초 이팝나무 숲길은 하얀 함박눈이 내린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즐겁게 산책하는 길이다. 이 길은 진천 읍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백곡천 둑길에 수천 그루의 이팝나무(40여 년생)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터널 숲길이다. 이팝나무 꽃은 순 쌀밥(이밥)을 닮았다 하여 이팝나무라고 부른다는 설과, 7곱 번째 절기인 입하 무렵의 꽃이 핀다고 하여 이팝나무라 부른다고 한다.
봄에 많은 이팝나무가 꽃이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팝나무꽃은 들녘에 많이 식재되어 있다. 백곡천 숲길(3km)에는 하얀 쌀밥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간밤에 내린 비바람으로 많은 꽃들이 떨어져 있다. 이팝나무 숲길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봄의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는 꽃길이다. 백곡천 둑길 이팝나무는 자연이 그려놓은 봄의 수목화로 영화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힐링의 길이다. 봄바람에 하얀 이팝나무 꽃이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터널길은 여유롭다. 터널을 걷는 자체가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길이다.
연한 녹색이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간다. 이팝나무 숲길에는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 모습이 대부분이다. 휘날리는 이팝나무 터널길은 이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무한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팝나무 숲길은 진천 전통시장에서 벚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정교에서 시작된다. 백곡천 둑길은 농다리까지 이어진다. 이팝나무와 벚나무가 숲길을 이루는 약 7km의 둑길이다. 둑길에는 노란 애기똥풀 꽃 등이 만개하여 더욱 하얀 이팝나무의 꽃길을 돋보이게 한다. 이팝나무와 비슷한 조팝나무도 있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 생각이 들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옛말에 ’생거진천 사후용인‘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는 진천에서 죽어서는 용인이라는 의미다. 그 말의 유래는 옛날 진천의 한 여인이 용인으로 시집을 갔다. 세월이 흘러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 어느날 여인은 친정 진천으로 향했다. 진천으로 가는 길에 한 남자의 눈에 띠를 빼주다가 그 모습을 친정 아버지가 바라보고 오해를 받게 된다. 이후 여인은 진천의 한 남자와 결혼하여 자식들을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용인과 진천의 자식들이 이 여인을 모시는 문제로 관아에서 내린 판결이 '살아서는 진천 자식들과 죽어서는 용인 자식들과 거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5월의 하늘은 눈부시다. 진천에는 산은 낮고 들녘이 넓어 기름지고 비옥한 땅의 고을이다. 백곡천의 이팝나무 숲과 벚나무 숲길을 빠져나오면 미호천과 합류한다. 미호천에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진천의 신비스러운 농다리(돌다리 약 94m)가 있다. 미호천은 금북정맥의 음성에 있는 마(망)이산(성)(427m)에서 발원한 하천이다. 5월의 진천 꽃길 답사는 백곡천 이팝나무 숲길을 들머리로 천년의 다리 농다리와 초평호 둘레길 그리고 미르 309 출렁다리까지 약 10km다.
이팝나무 숲길을 지나 농다리까지는 벚나무 숲길을 걷는다. 주변의 중부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소음이 크게 들린다. 천년의 세월을 버티어 온 농다리에 도착이다. 그러나 예전 모습과는 다른 농다리 주변의 모습이다. 먹뱅이산(200m)의 조성된 인공폭포가 시간에 맞추어 시원스럽게 떨어진다. 농다리 주차장도 크게 정비되어 제4 주차장까지 확장된 모습이다. 5월과 6월까지 농다리에서는 농다리 축제가 열리고 있다. 과거 주차장에는 먼지가 희나리던 모습과는 완전 다른 농다리 주변 모습이다.
커다란 왕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 농다리가 옛 모습 그대로 버티고 있다. 농다리 옆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부교가 개설되어 있다. 세 번째 걷는 농다리이지만 볼수록 신비롭다.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돌다리이기 때문이다. 고려 초기에 축조된 다리로 총 28칸(교각의 폭은 4~6m)이라고 한다. 붉은색 돌만을 사용하여 물고기 비늘처럼 쌓은 다리 모습이다. 농다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살필 수 있는 다리다. 농다리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바로 지네 형상이라고 한다. 돌과 돌이 서로 지탱하고 빠지지 않도록 쌓은 돌다리다. 구불구불하게 생긴 형상의 다리로 빠른 물길을 잡아주고 있는 돌다리다.
농다리를 주제로 한 시들이 많다. 그중에 한 시를 옮겨보면 ‘몇 겁의 인연들 모여 돌다리를 놓았을까요? 오체투지로 등 내미는 28간 교각을 따라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물은 물을 잇습니다. 지난 천년 매일 같이 누군가의 길이 되어 세금천 물비늘에 제 살 깎이며 버틴 것은 끝없이 자신을 낮춰 모두를 받들려 함이다. 농다리를 상상하며 그 지혜를 느끼게 하는 시다. 천년의 세월을 버티어 온 농다리 옛날에는 어른이 서서 다리 밑을 지나갈 정도로 하천이 높았다고 한다. 세월에 따라 하천 깊이가 낮아진 다리다. 농다리의 축조 기술은 후세들에게 다리축적 공법에 대한 중요한 자료이며 소중한 문화재다.
농다리를 건너 전망대에 올라 농다리를 내려다 본다. 마치 거대한 한 마리의 지네가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등산로 길을 따라 용두봉 고개로 향하는 길목에 임연 장군이 농다리를 축조 할 당시 큰 바위를 운반하다가 바위 무게가 무거워 생겼다는 말자국 바위가 있다. 신비스러운 바위 이름과 그럴싸하다는 자욱이 숲속에 선명하게 보인다. 고개에는 청용의 기운이 감돌게 하는 아치형의 조형물과 여의주를 지나 용고개 성황당에 도착한다. 여의주를 만지고 소원을 빌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의주는 반질반질 빛이 난다.
용두봉 고개에 대한 구전이 전해지고 있다. 호수에 잠긴 부자마을 이야기다. 한 스님이 호수에 잠긴 옛 부자마을에서 시주를 청하였지만, 모두가 거절하고 스님을 내쫓겼다고 한다. 스님은 한 집에서 마지막 시주를 청하였다고 한다. 집 주인은 다른 집과는 다르게 스님을 정성껏 모신 것이다. 스님은 집주인에게 한 달 내로 이 마을을 떠나라고 일러주고 스님이 사라진 마당에 물웅덩이가 생겼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집주인은 스님이 가르쳐 준대로 지금 성황당이 있는 자리에 돌탑을 쌓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 결과 마을의 액운이 사라졌다는 구전이다. 지금도 성황당에는 돌을 쌓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용두봉 고개에 오르면 파란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평호가 한 편의 영화 스크린처럼 나타난다. 시퍼런 호수가 시원스럽다. 용고개에서부터 초평호 둘레길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 시작된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걸을 수 있는데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난이도가 쉬운 길이다. 그래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다. 용고개에서 왼쪽의 데크길은 하늘다리(93m)와 청소년수련원까지 호수 수변 위를 걷는 데크길은 여유롭다. 오른쪽 길은 최근에 설치된 미르 309로 출렁다리로 가는 길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순환형 호수 둘레길이다.
하늘다리 앞에는 청소년수련원이 있으며 쉼터에서 초평호둘레길을 따라 미르 309 출렁다리로 향한다. 산길은 약간 경사진 길이지만 난이도가 없는 숲길이다. 걷는 데크길은 울창한 숲이 제공하는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걷는 힐링 숲길이다. 푸른 호수의 물빛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길이다. 수다를 떨면서 즐겁게 걷는 모습들이다. 초평 호수에는 한반도 지형이 있는데 두타산 중턱에 이 한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초평호에는 붕어 낚시터로 유명하다. 초평붕어 마을에는 붕어를 사용하는 맛집이 많은데 입맛을 감칠나게 하는 맛이다.
2024년 4월에 준공된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는 현수교다. 동시에 1,650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다는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309m)다. 위험도를 느끼지 않는 다리다. 미르는 용을 가르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미르 309 출렁다리는 일반적인 출렁다리와는 달리 다리 중간에 주탑과 교각이 없는게 특징이다. 출렁다리는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출렁다리다. 다리 바닥은 구멍이 뚫어져 있는 트렌치 방식으로 마치 호수 위에 걷는 착각을 하게 하는 다리다.
미르 309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초평호의 탁 트인 전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환상적인 그림이다. 두타산 등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미르 309 개통으로 농다리는 물론 초평호까지 연계한 관광객이 급증하였다는 평가다. 메타쉐콰이어 등 울창한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이 볼을 가볍게 터치한다. 산과 호수 주변을 둘러보아도 모든 경관이 눈을 시원하게 하는 청량감이 있다. 천년의 농다리 답사는 추억의 선물이다. 미르 309 출렁다리는 생거진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