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자연 그대로의 충주호 오솔길…수몰의 아픔을 안고 재탄생한 ‘종댕이길’

바스락바스락 오솔길 낙엽 밟은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흙내음이 가득한 충주호반의 오솔길이다. 이 오솔길을 종댕이길이라고 한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발걸음을 가볍게한다. 자연 그대로의 숲길은 시원하며 한없이 아늑하다. 훈훈함이 깃든 숲길에 울긋불긋 단풍이 휘날린다. 짧은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종댕이길은 아픔을 안고 재탄생한 이름마저 정겨운 길이다. 종댕이길은 충주 충주댐 호반 심항산 자락에 조성되어 있다. 충주호는 1985년에 준공된 다목적 댐이다.

종댕이길은 충청북도 충주시 충주호에 조성되어 있다. 충주는 수려한 산수를 품은 중원의 땅이라고 한다. 삼국시대 중원 땅은 격전지였으며 변방이었다고 한다. 충주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다. 심항산 385m과 계명산 775m 등 산 그림자가 충주호의 넓은 품에 안겨 있다. 호수에 비친 산의 그림자는 한 폭의 산수화로 충주호에 그림을 그린다. 탄성을 부르짖게 하는 아름다운 산과 호수의 만남이다. 2013년 10월에 준공된 종댕이길은 호수와 숲을 동시에 걸을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숲길이다.

심항산 울창한 숲은 국유림이다. 시민들이 숲을 찾아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된 숲이다. 숲을 사랑하고 숲에서 산림욕을 즐기면서 숲을 가꾸고 산림휴양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체험 공간의 숲이다. 종댕이길은 3개 코스의 약 11km(4시간)의 숲길이다. 종댕이길 탐방은 계명산 들머리인 마즈막재에서 시작된다. 코스는 마즈막재-원터정-생태연못-삼형제나무-충주호별-종댕이고개-모자나무-밍계정-키스나무-지내돌집-제2조망대-소원바위-출렁다리-윗종댕이정-상종마을까지다.

충주 마즈막재에는 주차장 등이 조성되어 있지만 애처로운 전설을 안고 있다. 옛날, 이 고개 부근에 사형장이 있었다고 한다. 단양 등의 죄수들이 사형집행을 위해 충주로 들어오려면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이 고개를 넘으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하여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충주에서 이 고개를 넘으면 제천이나 단양으로 연결된 주요 도로다. 마즈막재에 오르면 충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의 모습이 아름답다. 충주호 전망대다.

마즈막재에서 데크길을 따라 종댕이길 입구 숲 해설 안내소까지는 약 1.5km다. 안내소에서 생태연못을 향해 콘크리트 비탈길을 따라 내려간다. 충주호반 양지바른 곳에 있는 윈터정이 그림같이 서있다. 작은 웅덩이 연못이 있다. 이제부터 오솔길의 낙엽을 밟으며 무작정 무념으로 걷는다. 비움의 시간, 느림의 시간이다. 호수에 늘어진 노란 단풍나무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길을 걷다 보면 삼형제나무가 있다. 그냥 지나가면 지나치기 쉽다. 이 삼형제나무는 참나무로 나뭇가지가 3가지로 오순도순 기대고 서 있다. 그 모습이 정다워 보인다.

제1 조망대로 배를 형상화한 전망대다. 조망대 아래 호반에는 색다른 모습이 있다. 2017년에 조성 하였다는 인공 수초섬이다. 일명 충주호의 별이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이 일상의 모든 잡념을 버리고 사색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별을 보러 간다. ‘별과 별 사이에 숨은 별들을 찾아서 큰 별에 가려 빛을 잃은 별들을 찾아서’ 인공섬의 디자인은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수초섬이다. 따뜻한 햇볕이 비추는 호수는 은빛이다. 조망대에서 쉼을 갖는 동안 심신은 한없이 편안하다.

오솔길은 자연 그대로 조성된 길로 부담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숲길이다. 종댕이고개가 보인다. 고개 입구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두 개의 장승이 길놀이를 하는지 맞이한다. 이 고개를 한번 오를 때마다 건강수명이 한 달은 늘어난다고 한다. 고개에 올라 충주호반을 내려다보는데 절경이다. 비탈길에 나무 한 그루가 작은 나무를 업고 있는 형상이다. 모자나무라고 부르는데 그럴싸한 이름이다. 수변에는 2층 구조의 밍계정 정자가 수변과 한 폭의 앙상블을 이룬다. 밍계정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휴休다.

종댕이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 등 다양한 잡목이 울창한 숲길은 전혀 힘들지 않는다. 종댕이길에는 나무와 나무끼리 얽혀서 있는데 이름들이 정겹다. 30년생 신갈나무 한그루는 반듯하게 서 있고 다른 한그루는 사랑에 이끌리듯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마치 연인들이 키스하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설명을 보고 쳐다보니 사랑을 이루고 있는 나무처럼 보이긴 보인다. 예전에는 종댕이길에 지네들이 많았다고 한다. 작은 돌들이 쌓여 있는 곳을 지네들 돌집이라고 하는데 밤에는 지네들이 출현한다고 한다.

제2 조망대에 도착이다. 충주호 건너편 충주호 카누 캠프장이 그림 같은 모습이다. 잔잔한 호수에 명주실이 휘날릴 것 같은 바람이 분다. 시원하고 무한한 쉼을 제공한다. 잠시 앉아 멍 때리기 알맞은 조망대다. 사진찍기에 바쁘다. 누군가가 연두색 새싹이 솟아나는 초봄에 다시금 와 보자는 제안이다. 그 모습을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쉬엄쉬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는 발걸음들이 가벼운지 신이 난 모습이다.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소나무군락지를 지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잔잔한 호수가 나눔의 경관이다. 절경이다. 종댕이길을 걸을수록 기분이 상쾌한 숲길이다.

흙길은 스펀지 같은 길이다. 마치 한 권의 자연책을 들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으면서 걷는 길이다. 자연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겁다고 한다. 숲길에 수복이 쌓여 있는 낙엽이 오색찬란한 융단이다.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댕이길은 숲과 교감하면서 걷는 편안한 길이다. 오솔길에 집체 만큼이나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소원바위라고 한다. 종댕이길을 걸으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 한가지씩은 이루게 한다는 바위라고 한다. 작은 고개를 오르니 충주호의 명물 출렁다리가 보인다.

단풍이 물든 숲에서 상쾌한 피톤치드를 뿜어내는지 걷는데 심신이 정화되고 맑아지는 숲길이다. 출렁다리는 건너 상종마을로 향한다. 마을을 지나는데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 한 분이 감, 고구마 등을 내놓은 나전상이 있다. 맛있게 보인다. 하나 정도를 맛보는데 한 무더기가 만원이라 한다. 매우 싼 가격이다. 할인판매 덕에 내놓은 물건이 금세 동이 났다. 할머니 얼굴에 환한 미소가 보인다. 이런 게 시골 인심인지 넉넉하고 후덕한 할머니 모습이다.

충주호 둘레길을 벗어나 차도로 나가는데 유람선의 모습이 보인다. 하얀 유람선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수 위를 그림처럼 지나간다. 충주댐 선착장에서 단양까지 가는 유람선이다. 호반의 선상 위에서 바라보는 만추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종댕이길에는 중간마다 조망대와 정자들이 조성되어 있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종댕이길 사계절 내내 최적의 걷기 좋은 숲길이다.

충주호 종댕이길은 자연이 친구가 되고 말벗이 되어 준다. 자연이 살아있는 동반의 길이다. 경사도를 느낄 수 있는 오르막길이 있지만 운동 삼아 걷기 편안한 오솔길이다. 도심지에서 맛볼 수 없는 숲이 제공하는 보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길이다. 종댕이길은 계명산휴양림과 연계된다. 또한 계명산 산행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주변에는 공사로 인해 충주댐 전망대 등 관광명소를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충주호 주변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 종댕이길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식을 취하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종댕이길은 맑은 공기와 음이온이 있는 길이다. 종댕이길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길이다. 우정의 나누는 싱그러운 길이다. 걷는 동안 누구나 할 것 없이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길이다. 걷기가 힘들 것 같은 분들이 찾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햇살과 나무 그리고 호반의 물이 삼박자를 이루고 있어 늘 걷고 싶은 부드러운 숲길이다. 매력적인 길이다. 종댕이길은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종댕이길의 새봄! 새로움으로 설렘으로 물드는 연초록색의 유혹이 있다. 싱그러운 초봄의 종댕이길을 생각하게 한다.

충주시는 2025년에 심향산과 충주호 건너 태양산을 잇는 334m 길이의 출렁다리 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출렁다리가 준공되면 또 하나의 충주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즈막재 부근에는 폐광을 이용한 활옥동굴이 있다. 덤으로 충주호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다. 

충주호반의 자전길은 남한강 종주와 인천 정서진에서 부산 다대포까지 국토 종주 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두 발로 길이다. 자전거 국토종주시 구간은 추억의 루트다. 그때를 생각하며 깊어가는 만추의 낙엽을 밟으며 걸었던 종댕이길 답사를 마무리한다.. 아쉽다. 충주호를 따라 최근에 조성된 악어본 전망대와 월악산 그리고 단양까지 답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귀가 길에 충주호 다음 답사일정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