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불교를 답사했다. 두 성지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으며 어디로 가는 길인가를 알았는가? 장대비가 뿌리고 지나간 뜨거운 여름날 들끓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은 듯한 답사였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천주교 남양성모성지와 수원 팔달구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봉녕사를 답사했다. 새벽녘 여명이 밝아 오자 수원행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에 승차했다. 전철 안이 시원해서 그런지 한참을 졸고 일어났다. 무더운 여름날 녹음이 짙은 숲길을 찾아 떠난 길이다.
평소 수원에 있는 가보고 싶은 사찰이 있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봉녕사다. 봉녕사를 찾으면서 또 어느 숲길이 걷기 좋을까? 찾던 중 매우 의미 있는 성지를 답사했다.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다. 여름날의 불교와 천주교의 만남, 의미 있는 탐방이라 생각하고 새벽부터 나선 길이다. 그렇다고 천주교나 불교 신자는 아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쉴 수 있는 사찰과 성당이 있으면 들렸던 것이다.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들렸던 사찰이 몇개나 될까? 수천개? 160여 개가 넘은 전국에 천주교 성지와 순례길이 16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 몇 개를 제외하고는 다 답사한 것 같다.
휴일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수인분당선은 복잡하다. 수원역사는 역 구조가 복잡한 역이다. 수원역 3번 출구에 있는 버스 환승정류장은 불볕더위다. 화성 궁평항으로 가는 버스에 승차했다. 남양읍의 있는 남양성모성지는 이 버스 노선 중간에 있다. 30여 분쯤 소요된다. 성지 건너편 주차장에 내려 남양천의 로사리오교를 건너면 대광봉(105m) 자락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다. 남양성모성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성모성지라고 한다. 남양천은 화성호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로사리오교에서 궁평항(18km)까지 남양천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늦가을 걷기 좋은 길이다.
로사리오교를 건너 성지로 도착했다. 남양성모성지 일부는 공사 중이다. 주차장을 지나 대성당으로 가는 길은 녹음이 짙은 걷기 좋은 가로수 길이다. 가로수 숲길은 숲이 울창하여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어느 성지를 불문하고 조용하고 경이로우며 신성스럽게 느껴진다. 대성당은 성지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높다란 붉은 벽돌의 쌍둥이 모습의 대성당이다. 신자들은 묵주를 들고 묵념을 하며 정갈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은 경관이 빼어난 숲길을 살피며 걷는다. 모두가 편안한 모습들이다.
조용한 숲속에 50여 명이 앉아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기도터가 있다. 가난한 동정녀에게 드리는 다음과 같은 기도문이 있다.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은총의 생이신 아들 예수님께로 저희들 이끌러 주소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모든 사람을 구하소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병자를 낫게 해 주소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아 주소서 가난한 이들이 동정녀여 우리는 마음을 다해 당신을 믿나이다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우리를 믿어주소서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우리는 많이 기도하겠나이다.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우리를 축복해 주소서 하나님의 어머니시여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아멘)
넓은 잔디 광장 작은 분수대에는 예수님과 네 분의 신부님 흉상이 있다. 먼저 마더 테레사 수녀(1910.8-2016.9) 앞에서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춘다. 수녀는 마케도니아 출생으로 수녀에 대한 글이 새겨져 있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일이라도 위대한 사랑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데레사 수녀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계시는데 왜 세상에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우리가 나누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또 물었다. 그러면 가난을 어떻게 하면 해결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까? 당신을 포함해 우리가 모두 서로 조금씩 나누면 됩니다.
테레사수녀 옆에는 오상의 비오신부(1887.5-2002.6) 흉상이 있다. 신부는 이탈리아 피에트렐치나 출생으로 가슴 아픈 글이 있다. ’성모 마리아를 사랑하세요. 성모 마리아께서 더 사랑받으시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세요. 언제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잘 바치도록 하세요. 할 수 있는 한 묵주기도를 많이 바치세오(비오신부의 유언) 비오신부를 치료했던 의사는 비오 신부의 두 손바닥에 난 구멍으로 빛이 통과함을 볼 수 있었고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고 증언했다. 비오 신부는 아픔으로 신음하며 외쳤다. 오 의사 양반 자네는 토마스 사도 같구먼. 당신이 내 손바닥 구멍을 만질 때 난 얼마나 아픈지 모른단 말이야 신부님 오상도 아픕니까? 주님께서 이것을 나에게 장식품으로 주신 줄 아시오. 당신 손에 못을 박고 180도로 뺑 둘러보시오 그러면 내가 느끼는 고통을 조금 느낄 수 있을 것이오.
대성당을 향해 낮은 오르막길을 걷는다. 햇볕이 따갑다. 대성당 앞에는 예배를 올리는 시간인지 많은 신자가 있다. 대성당은 다른 성당 모습과는 다르다. 성당 안에는 자연의 빛이 들어오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대성당 앞에서 내려다보는 성모성지와 남양읍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절경이다. 성지가 풍수지리상으로 명당자리로 보인다. 대광봉에서 뻗어내린 두 능선이 성지를 껴안고 있는 형세다. 성당을 중심으로 양쪽의 길은 십자가의 길과 걷기 좋은 숲길이 있다. 빼곡한 숲의 녹음 길이다.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좋은 길이다. 마음이 평온하고 정갈해진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년(1866) 박해 때 많은 순교자가 피 흘리며 죽었던 무명의 순교지라고 한다. 남양성모성지는 다른 순교지와는 달리 무명의 순교자들이 순교를 당하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고 한다. 1983년부터 성역화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공사 중이다. 힘들지만 작은 정성들이 모여 1991년 10월에 로사리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에 성모께 봉헌되고 한국 천주교회 사상 처음으로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되었다고 한다. 화성시 화성 8경 중 하나로 지정된 남양성모성지다.
대성당 앞 십자가의 길 입구에 있는 기도문이다. 성경에 따른 십자가의 길로 성경에 기초를 두면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에 일치하게 엮어져 있는 이 십자가의 길은 로마교황청에서 인준한 길이라 한다. 1991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께서 기도하셨던 십자가의 길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다음은 시작기도문이다. ‘사랑하신 주님 주님은 저희 죄를 속량하시기 위해 친히 당신 몸에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저희를 죄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주님의 상처로 저희를 낫게 하셨으니 올바르게 살도록 도와주시고 주님의 모범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잘 걷도록 이끌어 주소서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 아멘
남양성모성지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성지에는 대형의 그리스도상과 크고 작은 묵주알, 십자길과 오솔길 그리고 테레사수녀 동상 등 많은 성인상 등이 보인다. 남양성지성지는 조용하고 성스러운 분위기의 성지로 조성이 계속된다고 한다. 내부 산책로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좋은 산책길이다. 교통편이 좋아 신자들에게는 순례지로 일반인들은 가족 단위로 휴식를 취할 수 있는 성지라고 한다.
성지를 나오는데 무엇인가 공허하다. 묵주기도 길에 블라디미르의 성모(자비의 성모) 이콘 모습의 사진과 설명이 있다. 성지는 세차례(91, 93, 97년)의 걸쳐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러 번 크고 작은 공사들을 거치면서 조성된 성지다. 남양성모성지의 환희 신비 묵주기도 길과 광장은 아무런 설계도면 없이 그때 상황에 따라 야산을 파내고 나무와 잔디를 심어 만든 성지라고 한다. 산을 깎아낼 때마다 고발을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조성된 묵주기도 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길의 모습이 자비의 성모(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과 너무나 닮아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지만 내용은 궁금하다.
남양성모성지에서 산책하는 동안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가지고 성지를 나와 버스에 승차했다. 수원 화성 창룡문 앞에 있는 봉녕사를 향해 출발이다. 창룡문은 수원 화성의 4대 성문(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중 동문에 해당된다. 조선 정조 19년(1795)에 건립한 문이라고 한다. 남양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원한 버스 안에서 남양성지에 대한 많은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는데 모든 것이 더욱 궁금할 뿐이다. 수원 화성을 지나 능소화 꽃망울이 움트고 있는 봉녕사의 도착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용주사 말사인 봉녕사로 들어가는 길도 울창한 숲이 시원하고 편안한 길이다. 봉녕사는 수원 광교산(582m) 줄기로 연암공원이 있다. 연암공원에는 수원팔색길 중 여우길과 겹치는 길이다. 광교산 봉녕사 일주문에서 봉녕사까지 들어가는 길은 아름다운 꽃과 숲길이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으며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가 합창을 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봉녕사는 청정한 모습의 아름다운 사찰이다.
봉녕사는 고려 후기 원각국사사 창건한 고찰이라고 한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대웅전 앞뜰에 있는 보호수 향나무(수령 800년 높이 10m)가 고찰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봉녕사는 비구니 사찰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사찰이라고 한다. 사찰음식과 여성출가학교, 템플스테이 등을 실시하는 고찰이다. 1979년부터 승가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불성을 연마하고 한국불교의 초석이 되기 위한 비구니 스님들을 양성하는 전통사찰이라고 한다.
현재 봉녕사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한 약사전과 선원, 강당, 종각, 종무소, 요사채 등이 있다. 봉녕사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원 '금라'를 운영 중이다. 제철 식자재 등으로 다양하고 맛깔스런 맛을 내고 있으며 차도 마실 수 있다. 매주 토요일 금라에서는 누구나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찰이다. 봉녕사 곳곳에 묘엄 스님의 유훈이라는 쪽지들이 걸려있다. 봉녕사 전 회주 세주 묘엄 스님을 추모하는 행사가 8월 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7월 초 능수화가 피는 모습과 늦은 가을날 수원화성 사대문을 걸어가고 있을 답사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