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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서울숲 – 뚝섬공원 걷기…응봉역-성수대교-올림픽대교-광나루역까지

한강에는 31개의 교량이 있다고 한다. 한강의 교량들을 연계하여 답사 중인데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다. 한강의 교량들은 각각 사연들이 있지만 씻을 수 없는 가슴 아픈 교량도 있다. 30년 전의 참혹한 사건을 회상하면서 2024년 10월 20일 답사는 시작된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경 성수대교가 내려앉았다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발생한 사고로 3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였다. 모든 국민이 가슴 조이며 TV를 통해 지켜보았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다. 한강 성수대교가 있는 구간을 답사하는 일정이다.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을 이용하여 응봉역에서 하차했다. 응봉역은 성동구 응봉동에 있으며 봄이면 노란 개나리 축제가 열리는 응봉산95m 바위산 밑에 있다. 응봉산 아래에는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구간이다. 응봉산에서 남산까지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 10월 20일 휴일, 응봉역을 들머리로 중량천 – 웅비교 – 서울숲 – 성수대교 – 영동대교 – 뚝섬유람선선착장 – 청담대교 – 뚝섬자벌레서울생각마루 – 서울윈드서핑교육원 – 잠실대교 – 올림픽대교 – 천호대교 – 광나루역까지 총 13km의 강변 답사다.

응봉산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이며 해맞이로 유명한 산이다. 매년 봄 팔각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개나리가 피어나면 개나리 축제가 열리는 산이다. 응봉산이 온통 노란색의 물결이다. 응봉산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은 한강과 더불어 화려함의 극치라고 한다. 조선 시대 초기 왕들은 이곳에서 매를 풀어 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응봉산을 매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응봉역에서 중랑천으로 나가는데 서울은 서울답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강바람이 차갑게 부는데도 모두가 건강한 모습이다.

‘성동에 살아요’ 구호가 걸려있는 용비쉼터에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일정을 확인한다. 동부간선도로 용비교를 건너면 2005년 6월에 개장한 서울의 숲이다. 용비교는 용이 승천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용비교 아래 하천에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수질이 잘 정화된 한강 물이다. 용비교를 건너 입석포롤 향한다. 입석포는 반도형태다. 강변북로와 동호대교가 보인다. 입석포는 선돌개라고도 하는데 한강과 중량천이 합하여 낚시터로 유명했다고 한다. ‘입석조어’라는 명승지였다고 한다. 중량천은 양주시 불곡산에서 발원하여 의정부를 거쳐 용비교까지 흐르는 총 35km의 하천이다.

입석포 일대는 울타리를 쳐 놓고 공사 중이다. 입석포를 돌아서니 멀지 않는 곳에 노란색의 웅장한 다리가 보인다.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다리, 바로 성수대교다. 지금의 성수대교는 1997년 7월에 재개통한 다리다. 성수대교 밑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당시를 생각하는데 마음이 짠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사고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마음의 수채화를 그리게 한다. 감동이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한강전망대를 지난다.

한강 변을 따라 걷는 일정으로 서울숲은 다음으로 미룬 일정이다. 한강을 마주 보고 있는 강북과 강남에 전망이 좋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한강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영동대교다. 비 내리는 영동대교라는 대중가요가 생각난다. 비라도 내렸으면 그 운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난다. 영동대교를 지나는데 넓은 광장이 나온다. 뚝섬이다. 뚝섬을 공원화하여 푸른 숲과 다양한 시설물이 즐비하다. 이색적인 원통형의 뚝섬자벌레서울생각마루 건물이다. 내부는 볼 수 없지만, 매우 이색적인 건물이다. 뚝섬 장미원 등에 쉼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2019년에 자벌레 생각마루(원통형 130m)는 개장됐다고 한다. 모양이 나방들의 유층인 자벌레 모습이다. 내부에는 한강 이야기 등 전시실과 도서관 등이 준비된 문화쉼터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은 쉼터라고 한다. 한강을 안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이다. 한강 건너 잠실 운동장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인다. 그림 같은 모습이다. 뚝섬에는 아차산의 기존 등산로를 연결한 광진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한강공원과 능동로를 연결한 하천길 등 총 3개 코스가 있다고 한다.

뚝섬한강공원에는 습지와 나루마당, 인공암벽과 놀이터, 수영장과 음악분수, 캠핑장과 자연학습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나무 중에 근엄하게 서 있는 백송(하얀빛의 소나무) 한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시의 숲은 작은 숲이 모여 더 큰 숲으로 탄생한다. 숲은 시민들의 낙원이자 휴식공간이다. 운동 시설로는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족구장 등이 있다. 뚝섬한강공원 옆에는 윈더셔핑클럽이 즐비하다. 한강에는 서핑을 즐기는 수많은 동호인이 불어오는 순풍을 달고 한강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이다.

뚝섬청춘시장 나들목에는 법정스님과 나룻배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뚝섬 이야기 중의 하나로 그 내용은 2010년 3월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우리에게 무소유 정신을 강조하였다. 당시 법정스님은 대장경 번역작업을 위해 봉은사로 가는 길에 한강 나룻배를 탔다. 당시를 스님은 이렇게 회고했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소가 끄는 수레며 분뇨를 실은 트럭이며 그 바퀴 아래 신사와 숙녀들도 함께 태워 준다. 차별하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는 나룻배에서 스님은 부처님의 자비를 보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강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송파구에 들어왔다. 잠실대교와 잠실철교가 보인다. 다리 밑에는 많은 사람이 휴식을 취한다. 잠실대교 아래 물결이 급물살이다. 다리 밑에 물막이가 되어 있어 하얀 물거품을 내고 흐른다. 한강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니 올림픽대교(길이 1,470m)가 보인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교량으로 오륜대교라고도 부른다. 올림픽대교에는 중간에 있는 주탑이 올림픽 성화 횃불 같은 이색적인 아름다운 다리다.

올림픽대교(1989년 11월 준공)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라고 한다. 다리 중앙에는 4개의 주탑이 서 있다. 88 서울하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주탑(높이 88m)에 성화(높이 13m, 10톤) 모양이 설치되어 있다. 2001년 5월 주탑을 설치하기 위해 헬기가 동원되었는데 헬기가 추락했던 사고다. 헬기 추락으로 탑승한 승무원 3명 모두가 사망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올림픽대교를 살펴본다. 아픈 사연은 있지만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제부터는 광진구 구간이다.

천호대교 아래에서 광나루(너븐나루)역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아차산이 보이는 시내 길이다. 시내 길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한강 수변 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질주하는 차들의 소음으로 매우 소란스럽고 요란스럽다. 광나루는 옛날 나루터로 강폭이 넓은 곳이라고 한다. 옛날 강원, 충청, 경기 등에서 곡물과 목재 등이 운송되던 포구라고 한다. 광나루는 한양 도성으로 오고 가는 가든 사람들이 북적이든 나루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길 따라 마음 따라 걷는 길은 자유고 평화다. 피곤한 기색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걷는 발걸음이 즐겁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답사를 무사히 이루어 냈다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다독거리는 건강한 길이다. 숱한 자연을 접하고 그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때론 사람들의 인심까지도 접할 수 있는 길이다. 조만간 광나루에서 구리를 거쳐 덕소역까지 답사할 예정이다. 이 구간은 상상만 해도 미소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한강을 따라 강북과 강남 답사를 마무리할 마지막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