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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해변을 걷는 ‘서해랑길 69코스’…희망의 기적으로 회복된 아름다운 절경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연!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즐겁다. 태안이라는 책 한권을 읽어가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한반도 국토종주 길 중 서해를 따라 걷는 서해랑길(해남-강화)은 109코스( 1,800km)가 조성되어 있다. ‘태안泰安’이라는 말은 태평하여 안락하다를 의미한다. 충청남도 태안에는 서해랑길 11개 구간(65~75코스)이 있다. 그중 태안 소원면에 있는 69코스(만리포-의항) 걷기다. 답사는 의항출장소-개목항-의항해상낚시공원-이태백캠핌장-태배전망대-태백산-구름포-화영섬-의항(십리포해변)-수망산-망산고개-백리포-천리포-수목원-만리포-만리포노래비(약 13.4km)까지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서해랑길 69코스는 4개의 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다. 69코스에는 만리포-천리포-백리포-십리포해수욕장 등이 있다. 촉감이 좋은 모래밭에서 시원한 바닷물 위를 걷는 자체가 힐링이고 건강이다. 걷기로 인해 다리의 피로가 싹 해결되는 길이다. 이 구간은 2007년 12월 서해안 허베이 스프리트호 유류 유출사고가 일어난 지역으로 ‘희망의 기적’이 있는 구간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하게 하는 구간이다. 당시 끔찍했던 현장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서해랑길 69코스 들머리는 바다 내음이 향기로운 작은 의항포구다. 바닷가에 생선을 건조하고 있는데 바다 향을 느끼게 한다, 의항포구 건너편에 서해랑길 70구간 중 절경인 ‘신두리사구’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언제 보아도 신비로운 사구, 사막의 모습이다. 의항출장소에서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림처럼 그려진 아름다운 ‘개목’마을이 있다. 개목이라는 의미는 마을 지형형태가 개미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부르고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의항해상낚시공원은 여유롭고 조용하게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서해랑길 69코스는 태안해변길과 겹치는 길이다.

개목마을 골목길을 따라 낮은 고개를 넘으면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조용한 ‘신너루해변’이다. 신너루해변의 낚시공원에는 연중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며칠 낚시를 하며 쉴 수 있는 전망 좋은 펜션(돔형 4동)이 있다. 이색적인 풍경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마을에서 운영한다는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약 300m 해변에는 울창한 송림이 조성되어 캠핑하기 좋은 해변이다. 이 멋진 해변을 ‘이태백캠핑장’이라 한다. 휴식과 낚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해변이다. 광어, 놀래미, 도다리, 바지락, 독살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태안에는 독살 밀집 지역으로 약 10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신너루해변에서 ‘태배전망대’까지는 10여분 동안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숲길을 걷는다. 전망이 좋아 재미있는 길이다. 시원한 바다, 옥빛 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태배전망대에 도착이다. 17년 전 수평선 저쪽이 기름유출 현장이라니 다시금 놀란다. 값진 희생과 노력의 대가로 기적의 바다를 희망으로 만들어 낸 역사의 현장 태배전망대다. 다시 한번 당시 기름유출사건을 되새겨 본다. 태배전망대는 경비초소를 활용한 시설물이다.

태배는 중국 최고 시인 ‘이태백’이 이곳 절경에 취해 시를 남겼다는 전설이 있다. 전망대 2층에 오른다. 서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다. 사진찍기 명소다. 전망대 아래 바다에는 기암괴석들이 늘어서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데 그림 같은 모습이다. 바다에는 하얀 해무가 전망을 흐리게 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바다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울도와 선갑도 등 크고 작은 섬들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전망대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되고 있다. 사진 중에 칠뱅이 섬(일곱개 섬) 뒤로 떨어지는 낙조 등의 모습은 황홀하게 보인다. 날씨를 탓하며 아쉽다.

태배전망대에서 잠시 쉼을 갖고 또다시 만리포를 향해 걷는다. 해송이 울창한 태안 해변길(바라길)을 따라 태백산을 넘는다. 해안선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괴송, 그 자체가 한 폭의 동양화다. 자연이 그려놓은 멋들어진 산수화다. 태배해변 입구에는 이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중국 ‘이태백’이 지었다는 5언시詩가 있다. ‘선생은 어느 날에 다녀갔는지 문생이 절경을 찾아 돌아오니 삼월의 진달래 꽃 활짝 웃고 춘풍은 운산에 가득하구나“라는 시의 내용이다. 태배전망대에서 구름포해변까지는 약 3km 쯤 되는데 힘들지 않은 숲길이다.

태백산을 걷는 길을 태배길이라고 한다. 유류 유출사고시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그 길이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로 탈바꿈한 길이다. 전체 길이는 약 3km 정도다. 이 길을 일명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이라고 부른다. 낮은 산과 전망 좋은 서해바다와 함께 연출하고 있는 구간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2007년 기름 유출 사고를 극복한 123만명의 자원봉사들의 희망의 성지라고 한다. 그리하여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라도 소중하게 다루라고 한다.

태배길을 돌고 돌아 큰재산117m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바다 전망이 좋다. 하지만 운해가 장벽이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녹색명소로 사진찍기 좋은 곳이다. 수평선 위로 펼쳐진 멋진 해변이 풍경에 탄성을 지르게 한다. 구름포해수욕장 입구다. 구름포해변은 다음으로 미루고 화영섬을 향해 가볍게 발걸음내딛는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 같은 작은 섬이 바로 ‘화영섬’이다. 오솔길 숲길에 가끔 차들이 다닌다. 왜 차들이 지나다닐까? 기름유출 현장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면 오솔길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에 행정을 탓해 본다. 화영섬에 도착이다. 많은 캠핑족이 낭만과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해변이다.

화영섬을 일명 또랑섬이라 부른다. 화영섬은 의항해변을 감싸고 있어 서풍을 막아 주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옛날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를 했다고 한다. 사신이 탄 배는 이 섬에 상륙하여 사신들이 환영받았다 하여 환영섬으로 부르다가 화영섬이 되었다고 한다. 섬 모습은 작지만 아름답고 의항(십리포)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경이다. 폐교된 분교 뒤로 ‘한채당’ 한옥이 있다. 고풍스런 숙박업소로 한옥의 멋과 맛을 자연과 함께 느낄 수 있는 한옥이라고 한다.

의항해변은 수심이 낮고 모래가 곱다. 고운 모래의 촉감이 좋아 피로감이 사라진다. 고운 모래가 잔잔한 파도와 조화를 이룬다. 갈매기떼가 손님맞이 날갯짓을 한다.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으로 숨겨진 보석 같은 의항해변이다. 맨발걷기를 마치고 도로를 따라 수망산140m 향해 오른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서해바다는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이다. 수망산에서 망산고개로 하산하면 ‘백리포해변’으로 내려가는 임도길이다. 임도길은 걷는 자체가 편안하고 힐링이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해송에서 뿜어주는 향기가 그윽하다. 백리포해수욕장은 본래 방주골해수욕장이었지만 만리포-천리포 이름과 연계시키기 위해 백리포해수욕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멋진 발상이다. 백리포전망대에서 천리포해변을 향해 가는데 해수욕장 개장을 위해 도로공사가 한참이다.

천리포해수욕장에 도착이다. 천리포 주변의 나무들은 해송과 서어나무 등 사철나무가 많다. 천리포해수욕장은 좀 산만해 보인다. 소나무 숲 아래에는 캠핑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나무데크를 따라 은빛 모래사장을 건너 바다로 향한다. 천리포 앞바다에는 닭섬이 있다. 섬 모양이 닭의 볏을 닮았다 하여 닭섬이라 한다. 다른 설은 새벽에 중국 산동반도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여 닭섬이라고도 한다. 천리포해수욕장 주변은 대형 숙박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천리포수목원을 향해 수목원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이다. 바다와 숲이 함께하는 천리포수목원 앞은 복잡하다. 6월에 천리포수목원에는 수국이 장관이라고 여기저기서 홍보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비밀의 정원의 수목원이다. 1962년부터 부지를 사들이기 시작하여 조성된 수목원이다. 바다, 풍경, 동백, 목련 등 꽃나무와 호랑가시나무 17,000여 종의 식물이 빼곡한 수목원이다. 울타리 너머로 수선화가 피어 있는 연못을 보면서 수목원 입장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천리포수목원 설립자는 미국인 칼 페리스 밀러(1921~2002)다. 한국 이름은 민병갈(1979년 귀화)씨다. 천리포수목원은 비가 내리는 날 살포시 찾아오라는 귀띔이다.

만리포를 향해 걷는다. 만리포 전망대 역할을 하는 국사봉을 오르지 않았다. 수목원에서 만리포까지는 10분 거리다. 만리포 입구에 희망의 고리(자연, 바다, 사람)라는 상징탑이 인상적이다. 2007년 기름유출사고를 연상하며 건립한 조형물이다. 희망의 고리 조형물 앞에는 ’누가 검은 바다를 손잡고 마주 서서 생명을 살렸는가’라는 박동규님의 시비가 있다. ‘오순도순 천년을 살아온 너와 나 검은 죽음의 자락으로 덮였다. 장엄한 일출처럼 (중략) 마음 한가운데 용광로 안에서 숭고한 희생의 꽃들이 바닷가에 피어 있다. 봉사의 혼 영원히 살리라‘ 의미 있는 시의 내용이다.

만리포해변이다. 오른쪽에 물닭섬이라는 작은 동산이 있다.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는 섬이다. 개장을 앞둔 만리포는 진풍경이다. 잔잔한 은빛 해변에 수많은 인파로 가득하다. 벌써 가족 단위로 여름 기분을 내고 있다. 청년들은 윈더서핑과 서핑보드 등을 즐기고 있다. 금빛 모래사장에서 발목을 젖시며 어싱을 하는데, 감촉이 좋다. 3시간 이상을 걸어왔는데 한순간에 발의 피로감을 씻게 한다. 만리포해수욕장은 3km다.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만리포, 대천, 변산을 말한다. 만리포전망대를 보면서 모래사장 위를 걷는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걷다가 뛰다가 물장구치며 만리포 노래비 앞의 도착이다.

죽음의 바다에서 생명의 바다로 회생한 바다와 해변, ‘똑딱선 기적 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가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이라는 ‘만리포노래비’가 있다. 노래비 아래에 정서진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정서진은 인천 서구 아라뱃길에 있는데 이상하다. 정서진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서해랑길 69코스는 푸른 바다의 넘실대는 파도 소리가 매력적이다. 갈매기 울음소리에 짭짤한 바다내음이 좋다. 만리포는 1955년에 서해안에서 최초 개장된 해수욕장으로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이다. 낙조가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금빛 모래와 은빛 해변이 삶의 응원가다. 태안의 해변 늘 찾고 싶은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