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손목에 갈라짐 생기고 가려움과 통증
성인 3명 중 1명 평생 한 번은 겪는 질환
방치땐 만성 굳어져 평균 6년 가까이 지속
환자 67% “일상생활 부정적 영향 받아”
알레르기 원인 물질 찾는 첩포검사 필요
국소 스테로이드 잘쓰면 안전하고 효과적
식초 등 민간요법 자극 키우므로 피해야
손습진 환자의 손
습도가 뚝 떨어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 손등이 붉게 일어나고 손끝이 갈라진다면 단순한 건조함이 아닐 수 있다.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겪는 손습진은 방치하면 만성으로 굳어 평균 6년 가까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절반가량은 우울감과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병가와 이직·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문의 진단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훈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15일 “손습진은 겉모습만으로 원인을 알기 어렵고, 물·세제·소독제·금속·고무 같은 악화 인자를 그대로 두면 어떤 약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며 “좋아졌다고 치료를 멈추면 재발하는 만큼 다른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 31% 경험…가려움과 통증
손습진은 손과 손목에 생기는 습진성 염증 질환으로, 붉어짐·각질·부종·갈라짐·진물과 함께 가려움과 통증이 나타난다. 심하면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고 주먹을 쥐기도 어렵다.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2회 이상 재발하면 만성으로 분류한다. 성인 1000명당 매년 약 5.5명이 새로 발생한다.
2016년 전국 24개 대학병원과 일반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일반인의 평생 손습진 경험률은 31.2%였고, 피부과 외래 환자의 7.5%가 손 질환으로 내원했다. 해외 연구에서는 평생 유병률이 14.5%로 나타났다. 여성 유병률은 5.6%로 남성(3.8%)보다 높았으며, 20~30대가 환자의 53.9%를 차지했다. 의료인, 주부, 제빵사, 청소 종사자, 미용사, 조리사 등 손을 많이 쓰는 직업군이 고위험군이다. 이 교수는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위험하지만, 정작 이들은 손을 쉴 수 없어 병원을 가장 늦게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2시간 이상 손이 젖어 있거나 20회 이상 손을 씻는 ‘습식 작업’은 환자들이 꼽은 원인 1위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쉽게 침투해 악순환이 시작된다. 금속 장신구, 고무장갑, 물티슈·핸드크림 속 향료와 보존제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스테로이드 연고 자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건조한 공기와 실내 난방, 스트레스, 흡연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환자의 63%가 직업 활동과 대인관계에, 67%가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고, 47%는 우울감이나 수면장애를 겪었다. 국내 연구에서는 중등증 이상 우울을 겪는 환자가 약 25%에 달했다. 메타분석에서는 삶의 질 저하가 건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손은 쉴 수 없고 감출 수도 없는 부위여서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며 “그런데도 일반 국민의 절반가량은 손습진이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손실도 크다. 환자의 57%가 병가를 냈고, 약 4분의 1은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뒀다. 미국에서는 환자 1인당 사회적 비용이 약 5425달러로 추산됐다.
■첩포검사로 원인 물질 찾아야
손습진은 자극 접촉피부염,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아토피 손습진 등을 아우르며, 한 환자에게 여러 유형이 겹치기도 한다. 피부가 두꺼워지는 과각화형, 작은 물집이 반복되는 한포진형 등 겉모습도 다양해 무좀, 건선 등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표준 검사는 검사 물질을 등에 붙였다가 이틀 뒤 떼어내고 판독하는 첩포검사다.
이 교수는 “아토피 체질을 확인하는 혈액검사로는 피부 접촉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 수 없다”며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직업적 노출이 의심될 때는 첩포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학회 진료지침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칼시뉴린 억제제(1단계), 경구 레티노이드·항히스타민제(2단계), 면역억제제(3단계) 순으로 진행되며, 보습과 자극 회피는 모든 단계의 기본이다. 이 교수는 “국소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문제는 가이드 없이 아무 약이나, 아무 때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강한 스테로이드는 3~4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식초, 소금물, 뜨거운 물 찜질 같은 민간요법은 자극을 키우므로 피해야 한다. 최근에는 국소 야누스인산화효소(JAK) 억제제 델고시티닙이 만성 손습진 치료제로 승인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임신 시 금기인 경구 레티노이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지만, 현재 비급여로 급여 등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완치보다 조절이 목표”
이 교수는 “만성 손습진은 완치보다 증상을 잘 조절해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의 다양한 치료로 대부분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재발하더라도 다시 치료하면 대다수가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습과 자극 회피를 2주 이상 해도 낫지 않을 때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년에 2회 이상 재발할 때 △손이 갈라져 피가 나거나 통증으로 일에 지장이 있을 때 △물집이 반복해서 생길 때 △한쪽 손만 심하거나 발에도 같은 병변이 있을 때 △직업과 관련성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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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