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눈앞에 기회 왔는데… 그저 빌런이라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K드라마 ‘욕망캐’ 전성시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탐욕·배신 얽힌 이야기

세관원 성희주役 열연한 박보영

“누구의 것도 아닌 골드바 본 순간

과연 포기할 수 있나 스스로 질문”

‘메이드 인 코리아’ ‘레이디 두아’

욕망 가득한 인물에 시청자 몰입

“현실 부조리도 수면 위로 끌어내”

배우 김성철(왼쪽부터), 문정희, 이현욱, 박보영, 김희원, 이광수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K드라마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날것의 욕망’을 가진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백기태(현빈), ‘레이디 두아’의 사라 킴(신혜선), ‘클라이맥스’의 방태섭(주지훈)·추상아(하지원) 부부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흙수저 출신의 ‘욕망캐’라는 점이다.

이번에는 ‘골드랜드’의 박보영이 합류한다. ‘골드랜드’는 영화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 ‘올드보이’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황조윤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선량한 이미지의 박보영이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평범한 세관원 ‘성희주’로 분한다.

■K드라마와 ‘욕망캐’

올 하반기 시즌2 공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는 격동의 1970년대를 무대로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현빈)와 집념의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으로 한국 현대사를 변주한 드라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첫 시리즈물로,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두 동생을 책임져야 했던 재일교포 출신 ‘고아 가장’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과 지위를 이용해 불법 마약 밀매와 권력 암투에 뛰어든다. 백기태는 우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사회가 만든 괴물” 같은 캐릭터다. 현빈에게 ‘한국의 톰 하디’와 같은 호평을 안겨주며 “백기태와 함께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시청자가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레이디 두아’는 현재 서울을 무대로 가짜 명품과 신분 세탁을 통해 상류층으로 진입하려는 한 여자의 허영과 정체성 상실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주인공 사라 킴은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하고 여러 이름을 거쳐 베일에 싸인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아시아 총괄 지사장으로 거듭났다. 사라 킴에게 부두아는 단지 사치품이 아니라 심리적 생존도구이자 자기 자신과 다름없었다.

ENA ‘클라이맥스’의 방태섭·추상아 부부는 결혼조차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활용하는 흙수저 출신의 권력지향형 검사와 감추고 싶은 과거를 가진 톱스타다. 둘은 권력의 카르텔 안에서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살아남고 싶은 강인한 생존 본능과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집착을 보여줬다.

■욕망에 눈 뜬 박보영 ‘골드랜드’

오는 29일 공개되는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세관원 성희주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범죄 스릴러다.

김성훈 감독은 27일 서울 용산구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욕망의 크기는 어느 정도 될까. 그 욕망이 우리 삶을 이끄는 힘은 어느 정도로 센가. 눈앞에 놓인 금괴를 바라보는 순간 조금씩 달라지는 인간의 마음과 선택의 변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보영 캐스팅에 대해서는 “욕망과 가장 멀리 서 있을 것 같은 이미지의 배우”라며 “평범한 일상이 장르물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첫 범죄물에 도전한 박보영은 체중 감량 등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총격신 등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그는 “희주의 선택을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누구의 것도 아닌 이 돈을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솔직히 일부라도 갖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조윤 작가는 앞서 “인간의 욕망을 강렬하게 투영할 수 있는 사물로 금괴를 떠올렸다”며 “금빛을 좇아 달려가지만 결국 그 빛이 자신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공포와 유혹을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왜 1500억원이었을까. 김 감독은 “금이라는 물질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무게와 크기가 중요했다”며 “그 결과 금 1톤이라는 설정을 택했고,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약 1500억원 수준이었다”고 답했다.

■시대의 불안과 욕망 반영

한창 방영 중인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는 20년째 감독 지망생인 황동만(구교환) 캐릭터가 나온다. 오랜 지인들은 그를 싫어하는 이유로 “무능함”을 꼽는다. 이에 누군가 “인간인데, 인간적이지 않은 게 최고 무능 아니냐”고 반박하자 “못나면 인간적이야? 인간적이란 말이 이렇게 등신같이 들리는 것도 처음이네. 그럼 난 비인간적일래”라고 응수한다.

개인의 능력이 도덕성보다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선악의 경계가 흐려진 주인공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시대의 불안과 욕망을 반영한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계층 이동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강한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여기에 OTT 플랫폼 확대로 표현의 수위가 자유로워지면서 ‘안티히어로’ 서사가 가능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원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는 “욕망을 향해 모든 것을 거는 인물은 극적인 서사를 만들기 용이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현실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욕망과 현실의 부조리를 환기시키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분석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