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고 웃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꽃을 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꽃은 대자연의 웃음이다. 꽃길을 따라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웃음 꽃이 만발한다. 요란스럽다. 조선시대 고승 함허(涵虛 1376~1433)는 ’꽃은 웃음으로 천기를 누설한다‘고 시詩로 표현했다. 봄의 꽃은 예쁘지 않은 꽃이 없으며 사랑스럽다. 하얀 벚꽃이 만개한 물길이 흐르는 하천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벚꽃이 활짝 핀 공휴일, 양평 물소리길 6코스(10km) 답사를 했다. 6코스는 경의중앙선 용문역에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용문사관광단지까지 걷는 길이다. 용문역을 출발하여 흑천과 용문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벚꽃과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는 둑길을 걷는 길이다. 봄꽃이 만개한 둑길을 걷는 동안 이름 모를 새소리도 봄을 알리는 신호수다. 용문산1157m에는 천년고찰 용문사가 있으며 천연기념물 30호 용문사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역이 있는 용문면은 양평지방 동부지역의 중심지다. 용문역은 1942년 영업을 시작한 역이다. 용문역 역사는 천년의 사찰 용문사 관문 역할을 하는 역이다. 주말이나 용문 5일 장날에는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역이다. 2009년 건립된 현 역사는 2009년 설치된 역이다. 역 건물은 한옥 형태의 독특한 모습이다. 두 마리의 용이 장식된 용마루와 역사 창문이 전통 한옥 모습이다. 멀리서 역을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성처럼 보인다.
용문역은 어르신들이 즐겨 찾은 인기 있는 역이다. 중앙선 복선화로 주말이나 장날에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북새통을 이루는 역이다. 답사하는 날이 장날이라 그런지 수백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역 출구를 빠져나가는 데 매우 혼란스러웠다. 용문역에 나가면 용문사관광단지 유명 식당 차들이 손님 모시기에 경쟁이다. 이 모습 또한 조용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용문역 3번 출구에서 다문리 아파트단지 쪽으로 들머리로 한다. 용문양묘사업소를 지나 흑천을 향해 걷는다. 흑천에서 왼쪽에 보이는 화진교까지는 하천 둑길을 따라 걷는다. 흑천에서 6코스와 7코스가 갈라진다. 화진교에서 왼쪽으로 가면 양평 물소리길 6코스며, 오른쪽 둑길은 지평역으로 가는 물소리길 7코스다. 화진교 위에는 수도권 전철 지평역으로 향하는 경의중앙선 철로가 있다. 양평 물소리 길에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리본이 부착되어 있어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는 길이다.
양평 물소리길은 전철역을 이용하여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물소길길 6코스는 용문역에서 출발하여 날머리 용문산관광단지에서 돌아올 때는 유일하게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다. 물론 보행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흑천을 따라 용문생활체육공원까지 아름다운 벚꽃 터널길을 걷는다, 하얀 꽃비가 바람에 날린다. 들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이 따스하다. 마냥 즐거운 길이다. 둑길에는 노랑 하얀 각종 색의 야생화가 쳐다보라 미소짓는다.
용문생활체육공원은 강가에 조성된 넓은 공원이다. 면 단위 체육공원이라기 는 넓은 체육공원이다. 이 체육공원에 물소리길 인증대가 설치되어 있다. 체육공원 끝에서 흑천과 용문천이 합수되는 지점이다. 하천 둘길에는 온갖 생명이 새싹을 띄우고 있다. 아름다운 색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들이 즐비하다. 마룡1리 마을회관을 지나니 마룡교가 있다. 마룡교를 건너 왼쪽 덕촌길을 방향으로 걷는다. 마룡2리 마을회관을 지나 농협창고까지 걷는다. 용문역에서 농협창고까지는 약 3.5km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농협창고에서 오른쪽 마을 안길을 선택하여 풀향기 맨션을 거쳐 용소교까지 걷는 길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안길로 평화스러운 농촌 마을 풍경이다. 작은 밭고랑에는 파란 마늘잎들이 장관이다. 좁은 마을 안길에는 각종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어릴적 고향마을 모습이다. 용문청소년수련원 앞에 용소교 밑에는 넓적한 돌로 깔아놓은 징검다리를 걷는다.
용소교를 지나니 커다란 한 바위에 '평양조씨세장동구世藏洞口'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여기서부터 덕촌 마을을 지나는 들녘길이다. 평양조씨 집성촌덕촌길은 논, 밭길을 걷는 길이다. 주변 산과 들, 가로수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벚꽃 가로수길 도로변을 따라 걷다 보면 토취미꼰대농장이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이 농장을 가리키는 이름을 보면서 어떤 의미일까? 대형비닐하우수 3개동이 있는데 주인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마을덕촌마을 2리 마을회관 앞이다. 농촌마을과는 걸맞지 않는 커다란 하얀집의 카페가 있다.
회관 정자에서 잠시 쉼을 갖는다. 마을회관 뒤로 세심교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작지만 아담한 연못과 역사적인 정자 하나가 있다. 기묘사화 때 이곳에 은거한 조욱(조광조의 제자)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설치한 정자라 한다. 조선 명조 16년(1561)에 설치하였다는 '세심정(향토유적 제23호)'이다. 빼어난 모습이다. 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정자다. 세심정에서 마을안길을 따라 낮은 야산을 넘어가기 위해 산길로 접어 든다.
덕촌 2리에는 펜션단지가 있다. 마지막 버드힐펜션에서 한적한 산길 고개를 넘기 위해 산길로 들어선다. 산 중에는 민가가 있다. 매어놓은 밧줄을 풀고 나온 개 2마리와 한동안 재밌고 정겨운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사는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6코스에서 첫 번째 넘는 임도 고갯길이다. 각종 수목이 울창한 길이다. 물소리길 인증대에서 잠시 쉼을 갖는다. 임도길 고개를 넘어서니 산속 아늑한 터에 수채의 민가가 정겨운 산속마을이다. 사과농장을 지나 굴다리를 지나면 오촌리 마을이다.
오촌리 마을길은 야산으로 이어진다. 꿀벌농장이다. 여기서 두 번째 야산을 넘는 길이다. 오솔길 끝에 정겨운 이모네민박집이 있다. 한길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용문산 관광안내소까지 도로를 따라 걷는다. 각종 시설들이 즐비한 관광단지 입구에는 신점2교 다리가 있다. 용문면 신점1리다. 용문산관광단지 문이 보인다. 식당가도 즐비하다. 향기가 다르다. 멋과 맛을 나타내는 관광단지다. 양평 물소리길 6코스 트레킹 종점이다.
용문사 은행나무 나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용문사 창건 시기와 관련하여 추정하고 있다. 이 은행나무는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짚고 다닌 지팡이를 꽂고 갔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은행나무를 베고자 톱을 갖다 댔을 때 톱 자리에서 붉은 피가 나오고 하늘엔 천둥이 쳤다고 전해진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국내에 큰 이변이 일어날 때 큰 소리를 내고 운다고 한다.
용문산은 기암과 괴석의 오묘한 고봉의 태산이다. 이 산자락에 있는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에 대경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 말사이다. 세조가 용문사를 원찰로 삼았다는 명찰이다. 조선 순종 때 의병들의 본거지로 활동을 하였는데 일본군이 불태웠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용문사 전투로 소실되었다가 1958년 재건된 사찰이다. 용문사에는 보물과 문화재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나무와 함께 양평의 대표적인 명소다.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높이 42m)는 1,100년의 세월을 안고 있는 신령스러운 보호수다.
용문사는 용문산을 배경으로 좌청룡 중원산800m과 우백호 백운봉940m이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천혜의 아름다운 위치에 있다. 신점리에 있는 용문산관광단지는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관광의 요람으로 멋과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양평 물소리길 6코스(10.3km) 답사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한 번쯤은 걸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년고찰 용문사 답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용문산관광단지에서 오늘의 답사를 마무리 한다. 관광단지에 있는 시인 천양희님의 상실이라는 시가 너무 좋아 공유하고자 한다. ‘내 인생에 포기는 없다. 존재를 잃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다.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다.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