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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말보다 태도를 말하다[박혜진의 꿈꾸는 오페라]

박혜진 단장

사람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생각보다 분명하다. 삶의 수준은 신발에서 드러나고, 건강은 손끝에서 비쳐 나오며, 본성은 사소한 행동 속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말은 다듬을 수 있지만 태도는 끝내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말에 속고, 언어에 기대어 사람을 판단하려 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사회는 ‘어떻게 보이는가’에 집착하며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에는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

오페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예술이다. 무대 위 인물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지만, 관객이 읽어내는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종종 사회가 만들어낸 위선과 권력의 민낯을 그대로 비춘다.

푸치니의 ‘토스카’ 속 스카르피아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권력을 쥔 채 질서와 정의를 말하지만, 그의 시선과 몸짓은 이미 폭력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언어는 언제나 정당성을 가장하지만, 태도는 권력의 본질을 숨기지 못한다. 이는 단지 한 오페라 속 악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구조다. 권력은 종종 언어를 통해 자신을 미화하고, 태도를 통해 본성을 드러낸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또한 사회적 위선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비올레타를 향해 도덕을 말하던 사회는 정작 그녀의 희생 위에서 자신의 질서를 유지한다. 겉으로는 품위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약한 존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이중성. 이 역시 말과 태도의 간극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무대 위 이야기로만 소비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더 정교하게 반복된다.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도 사소한 자리에서 무례를 드러내고, 배려를 이야기하면서도 이해관계 앞에서는 태도를 바꾸는 모습들. 말은 언제나 시대의 언어를 따라 진화하지만, 태도는 그 사람의 본질을 배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는 말보다 태도를 보아야 한다는 조언은 지금 더욱 유효하다. 그것은 단순한 인간관계의 요령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기준이기도 하다. 누가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는 것. 그 차이가 결국 진실과 위선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오페라는 그 경계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예술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결국 한 사람의 가치는 그의 언어가 아니라, 그 언어를 끝까지 지탱하는 태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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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