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 이정규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획된 여야 40대 정치인 간 ‘스타크래프트 대결’ 이벤트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이 강경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불참을 공식화하면서다.
정치권에서도 “협치와 소통을 게임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모 의원은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타크래프트 대회 참가 소식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여러분의 질책대로 지금은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때라 판단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회초리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번 일로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대회는 당초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추석 전날인 오는 5일 모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겨루자고 제안했다.
단순한 이벤트 성격이 아닌 “패한 쪽이 승리한 쪽 지역구의 복지시설에 기부한다”는 조건을 달아 기부와 화합을 강조했다.
두 의원이 화답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는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인사들도 초청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모 의원의 참가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당원들은 “내란 청산도 안 된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주최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 “이준석 전 대표의 ‘젓가락 발언’을 기억하지 않느냐”며 격렬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모 의원의 SNS에는 “왜 쓸데없는 판을 깔아주느냐”는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고 결국 그는 불참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렸다.
손수조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전날 SNS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국정이 마비된 상황에서 추석에 ‘스타’ 대회라니 영포티(Young-Forty·철없는 40대를 지칭하는 표현)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스타크래프트로 젊어 보이려는 전형적인 영포티 감성”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측은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행사 강행 의지를 보였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SNS에 “게임도 같이 못 하는데 협치는 무슨 말이냐”고 비판했고 장지훈 공보총괄은 “화합은 추구해야 할 가치”라며 “기존에 섭외된 프로게이머들과 팬,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회 준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의 소통 방식과 세대 교감의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여야 모두에서 ‘영포티식 발상’이라는 비판이 공통적으로 제기되면서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정치적 파장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