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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강국' 인도, 2030년 바이오시장 3000억弗로 키운다

전통적 제네릭 생산국에서 탈피

글로벌 핵심 공급망으로 급부상

남서부 클러스터 중심으로 성장

정부 5년간 1조5천억 지원사격

韓기업과도 생산·임상협업 기대

지난해 4월 12일 인도 아마다바드 외곽의 돌카에 위치한 인도 제약사 카딜라 제약의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CVC 병 충전 라인 내부에서 작업하고 있다. 연합 뉴스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인도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아웃소싱 허브를 넘어 세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저가 제네릭(복제약)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인도는 현재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의 약 20%, 백신의 약 6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DPT), 결핵(BCG), 홍역 등 필수 백신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미국식품의약국(USFDA) 승인 공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글로벌 제네릭 의약품 시장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약 8곳이 인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30년 ‘3000억달러’ 목표

17일 관련 업계와 ‘인도 바이오경제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도의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4년 1657억달러(약 246조원)에서 2025년 1953억달러(약 290조원)로 1년 새 18% 성장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시장 규모를 3000억달러(약 445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인도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남부와 서부 지역은 바이오 클러스터와 제조 생태계,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도 전체 바이오 생산의 78% 이상을 담당하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의약품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2026회계연도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7% 늘어난 310억달러(약 46조원)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200억달러 수준이던 수출 규모가 연평균 4.9%씩 성장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인도 제약 산업이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금액 기준 세계 11위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제·바이오 중심 고부가가치 전환

과거 원료의약품 중심이던 수출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완제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수출의 74.2%를 차지하며 산업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2026회계연도 기준 완제의약품·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230억8000만달러(약 34조3014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백신 수출은 전년 대비 26.4% 급증한 15억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인도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는 북미·유럽 등 고규제 시장에 집중돼 있다.

인도 정부도 바이오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향후 5년간 총 1000억루피(약 1조5560억원)를 투입하는 ‘바이오파마 샤크티(Biopharma SHAKTI)’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R&D), 임상, 생산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목표 시장 점유율은 5%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 확대, 대규모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축, 발효 기반 원료의약품 생산, 약물 전달 및 패키징 기술 개발, 규제 효율화 등 바이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임상 갈증’ K바이오 협력 기회도

이 같은 정책 지원과 임상 인프라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노바티스는 인도 하이데라바드 연구·개발(R&D)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300여개 기관에서 심혈관·항암 분야 글로벌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종양학·희귀질환 분야 임상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9개월 동안 인도 당국으로부터 8개 신규 의약품 승인을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K바이오 역시 인도 진출 전략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제조, 위탁개발생산(CDMO), 첨단 치료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인도의 생산·임상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도가 전국 1000개 이상의 공인 임상시험 사이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신약 개발과 공정 설계를 맡고, 인도 기업이 대규모 생산을 담당하는 협력 모델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생산 확대와 비용 절감, 현지 규제 대응, 글로벌 남반구 시장 진출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