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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달라지는 베트남… 또 럼의 개혁이 그리는 그림은?[김관웅의 픽(pick)]

제2의 도이모이 시동

정치·행정 모두 장악한 강력한 리더십

반부패청산 통해 부패고리 완전히 끊어

행정 시스템 예측 가능해지고 빨라져

젊은 관료 발탁 경제정책도 훨씬 활력

기술 통한 번영 시대로 도약

저임금 노동력 기반 생산기지는 옛말

수년간 FDI 몰려들며 경제체력 축적

이젠 AI·첨단 디지털 아니면 안 받아

한국에 기회이자 도전

북남고속철·닌투언 원전·도시철도 등

수십조원대 메가 인프라 사업 동시 추진

가장 잘하는 분야 맞지만 섣불리 도전땐

사업비 상승·공기 지연 등 위험요인 있어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관웅 특파원】 베트남이 또 럼 서기장의 집권시대를 맞아 확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의 건강 이상으로 신성처럼 등장한 또 럼은 강력한 부패 척결과 경제 개혁을 추진하며 베트남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럼은 이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올 1월 말 재선을 통해 임기 5년의 집권을 확정지은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국가주석직까지 겸직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완성했다. 베트남 정치와 행정 모두 장악한 것이다. 서기장이 주석직을 겸한 것은 국부로 불리는 호찌민 이후 처음이다. 서기장과 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이 권력을 나눠 견제와 역할을 하는 베트남 고유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너졌다.

그러나 ‘베트남 판 시진핑’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지만 또 럼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베트남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격적으로 진행한 행정구역 통폐합 조치와 강도 높은 반부패운동은 “베트남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뇌물’과 ‘인맥’으로 대변되던 베트남의 행정은 이제 법적 테두리 내에서만 작동하기 시작했다. 행정 처리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낯선 시스템에 어리둥절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제 베트남 행정은 예측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행정 관료도 훨씬 젊어졌다. 해외유학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1970년대 젊은 관료를 경제 부처 전면에 배치하면서 정부의 움직임에서 이전과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과 혁명 이념을 중시하던 과거 세대 관료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또 럼은 베트남 굴지의 기업에게 주요 산업 각 분야에 진출해 경제 발전을 이끌도록 내몰고 있다. 우리나라 개발시기 산업발전을 이뤄낸 ‘한국식 재벌 시스템’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빈(Vin), 썬(Sun) 등 토종 기업들은 대부분 부동산 관련 사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경제 인프라를 담당할 ‘중후장대’ 산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쉽게 돈을 벌었으니 이제 국가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라”고 채찍을 든 것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를 넘어섰다. 또 럼이 집권한 뒤 받아든 첫 성적표다. 올해부터는 매년 두 자릿수 대 성장을 공언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하고, 성장을 이끌 기초기술력도 한참 멀었다. 유럽과 중동 두 개의 전쟁 속에서, 또 다시 시작될 트럼프의 무역 압박 속에서 이게 가능할까. 그러나 베트남 경제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이 말을 빈말처럼 여기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지금 ‘제2의 도이모이(경제 개혁)’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시작한 도이모이가 공산주의 사회주의 베트남이 문호를 열고 외국자본을 받아들이는 개혁이었다면, 또럼의 도이모이는 그동안 축적된 자본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에 ‘첨단’의 색깔을 입히는 개혁이다.

■행정 개혁으로 부패고리 완전 차단

또 럼은 서기장에 오르기 전 공안부장 시절 강력한 반부패운동을 진행했다. 수년간 진행된 엄청난 사정 열풍으로 공직사회 뒷돈과 뇌물이 확 줄어들었다. 그러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공무원들이 책임지기를 꺼려 행정 결제를 미루는 보신주의가 나타난 것이다. 공장 인허가나 토지 수용 결재가 몇 년씩 묶이면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허다했다.

또 럼은 다시 칼을 댔다. “결재를 안하고 버티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리 공무원 외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행정 처리를 지연시키는 공무원 역시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베트남 행정은 이제 몰라보게 빨라졌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까지 행정개혁을 외치면서 행정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크게 줄고 있다.

또 럼은 최근 전국 63개 성과 시를 34개 성·시로 통폐합하고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무려 25만 명을 일시에 퇴장시켰다. 예고없이 지난해 7월1일 전격 시행된 조치다. 이에 더해 각 성시 최고위직인 인민위원장을 해당 지역 출신이 최고위직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지역에 기반한 뿌리깊은 부패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서다.

■투자면 무조건 OK?…FDI도 구조조정 당한다

베트남 경제도 몰라보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몰려든 외국인직접투자(FDI)로 경제 체력을 비축한 베트남은 이제 ‘기술을 통한 번영의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베트남 내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6월 ‘첨단기술법(High Technology Law)’ 개정안 소식에 콩 볶듯 부산하게 움직였다. 개정안은 그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에 걸쳐 주던 보편적 혜택을 대폭 줄이고 AI, 반도체 등 핵심 전략 분야에만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담고 있었다. 쉽게 말해 외국인투자 기업 중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현지 기업에 핵심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그동안 주던 세제 등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투자 금액이나 고용 규모만 보고 세제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베트남 현지 부품 생태계에 기여할 기업만 골라 받겠다는 것으로 외국인투직접자(FDI) 구조조정의 신호탄이었다. 다행히 초안에 포함됐던 현지화율 등 민감한 일부 조항이 제외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FDI에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자립을 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또 럼은 행정 개혁 외에도 지난해 7월1일 베트남판 금융실명제를 전격 발표하며 금융 개혁에도 손을 댔다. 최근 몇 년 간 비대면 전자실명제를 통한 모바일 뱅킹을 도입하고 이 시스템이 갖춰지자 아예 제도적으로 의무화 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현금을 중시하는 베트남 사회가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정부는 최근 성행하는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자금세탁 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속내는 분명하다. 지하경제를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경제 현장에서 현금 거래 비중이 높고, 차명을 통한 거래가 워낙 많아 탈세가 빈번하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안착되면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는 세원 확보가 쉬워진다. 또 경제 전반에도 돈이 돌 수 있어 자금 부족한 경제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매년 10%씩 성장하겠다” 또 럼의 자신감

또 럼은 지난 1월 ‘베트남 비전 2045 계획’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매년 10% 이상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같은 자신감 속에는 베트남을 혁신할 4대 미래 마스터 플랜이 있다. △북남고속철도와 대도시 도시철도를 통한 교통망 확충 △수도 하노이를 홍강 중심의 글로벌시티 △삼면이 바다인 지형적 이점을 살린 해양경제 △AI,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핵심 산업허브 등이 그것이다. 또 럼은 이를통해 베트남 경제를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우선 북남고속철도는 올해 말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린다. 또 하노이시는 홍강 개발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고, 도시철도 일부 노선도 동시 착공하며 글로벌 하노이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해양경제 조성을 위해 정부는 이미 해안가와 인접한 성 위주로 행정 통폐합을 진행했으며 곧 대규모 항만 개발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업구조 고도화 비전은 벌써 현실화 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북부 타이응웬성에서 지난 3월 반도체 법인을 설립하고, 이미 현지 전력과 용수 공급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협의까지 마친 상태다.

■한국에겐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

또 럼의 개혁은 한국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 내부에서 펼쳐지고 있는 굵직한 프로젝트들 모두가 한국이 이미 수십 년 전 경험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럼의 ‘개혁의 옷’을 입은 베트남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메가 프로젝트는 북남고속철도, 닌투언 원전, 도시철도, 홍강 개발 등 정말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 거대 인프라 사업들은 하나같이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특히 한국과는 같은 듯 다른 사업 환경은 사업이 수시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프라 완공 후 운영 과정에서도 과연 고정적 수요가 얼마나 존재할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또 럼의 베트남은 행정에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사업비 증액 요인이 발생하거나, 공기 지연 등의 리스크가 생겨도 과거와 달리 협상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남고속철도만해도 그렇다. 하노이와 호찌민 1541㎞ 구간을 시속 350㎞로 5시간 만에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670억달러(약 90조~98조원), 주변 역세권 개발까지 합치면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베트남은 동남아 특유의 연약지반을 가지고 있어 설계 및 시공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예상치 못한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출발점인 홍강 삼각주와 호찌민 인근 메콩강 삼각주는 부동침하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초연약지반이다. 고속철도는 일반 철도와 달리 단 몇 ㎜만 뒤틀려도 탈선 등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연약지반을 처리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이 사업은 재정으로 발주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저가로 수주하면 공사비 손실과 공기지연에 따른 소송까지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도 운영 쪽도 그렇다. 초기 수요 부족에 따른 위험은 이미 인도네시아 반둥 고속철도에서도 본 것처럼 자칫 엄청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알짜로 꼽히는 신호체계와 차량공급, 역세권 개발만 골라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닌투언 원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업계가 이미 우리가 수주한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업 위험 요인이 꽤 많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중국 등이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2호기는 지난 2010년 일본이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던 사업이다. 그러나 일본이 지금까지 진행한 매몰비용에 대한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매몰비용은 수백억 원대로 추정되지만 과거 영국에서 유사한 사례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경우 수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은 닌투언 원전 가동시기를 2035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절차와 공사가 제대로 진행돼도 굉장히 빠듯한 공기다. 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또 전력 구매와 단가에 대한 협상 소식도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완공 후 운영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또 럼의 베트남은 너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베트남과 번영의 길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보다 정확한 시선과 달라진 태도가 필요한 때다.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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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달라지는 베트남… 또 럼의 개혁이 그리는 그림은?[김관웅의 픽(pick)]

베트남이 또 럼 서기장의 집권시대를 맞아 확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격적으로 진행한 행정구역 통폐합 조치와 강도 높은 반부패운동은 “베트남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