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이 대전 중구의회에서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중구의회에서 28일 오후 2시부터 의원 역량강화 교육이 열렸다.
주민자치 및 지방분권과 제도, 관련 법제 사항 등에 대한 강의를 통해 의정 활동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정책연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교육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특임교수)은 ‘주민자치의 낙처(落處)는 어디인가’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세계적으로 주민자치 잘하는 나라는 주민 스스로 직접 주민자치회를 설립하고 운영한다. 일본의 주민자치는 주민들끼리 한다. 행정은 도울 건 돕지만 간섭 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주민자치는 게마인데나 꼬뮌이 있는데, 안건이 나오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의회도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주민 의사를 반영해 결정한다.
직접민주제를 채택하는 것이다. 단순히 집행만 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단체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지방의회에 사실상 힘이 없다. 의회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그 힘이 먼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1895년 유길준 선생이 향회조규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만개한다. 향회조규는 오늘날의 주민자치회법이다. 1895년 대한제국에서 법률로 반상차별을 철폐하고 주민이 회원이 되어 대표자를 선거하는 등 조선 향약 328년의 경험이 되살아 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선 주민자치의 결정판인 향회다. 실제 향회조규에는 대향회, 중향회, 소향회로 조직을 구성해 놓았는데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1명,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도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작동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인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향회는 폐지되고 만다. 조선총독부가 통치체계를 도-군-면-리까지 수직적으로 완성해 주민자치를 지배해 버렸다. 지금의 읍면동 및 통리 역시 일제강점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 소수의 위원으로 채워 넣었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또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제21조 ‘시장(또는 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통해 시군구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을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명분으로 시민단체에 위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의회는 간접민주제다. 그러나 읍면동에는 간접도 직접도 민주제가 전혀 없다. 읍면동장 선거를 하지 않는다.
읍면동 의회도 없다. 통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읍면동과 통리는 민주주의 사각지대다. 읍면동장의 독재체제다.
읍면동 주민자치는 인구 규모나 면적 범위에서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은 협치다. 통리 단위에서는 자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중구조로 만드는 게 이론적으로 맞다. 한국 읍면동은 대다수가 자치단체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인구도 무보수 명예직의 비상근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면적에서도 생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민자치회를 통리 계층에 설치하는 것이 이론이나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하고 기존의 행정 보조기능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면 주민자치 실질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중구조 주민자치회는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하는 자치기능,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협치기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치기능을 통리에 두고, 협치기능을 읍면동에 두는 이중구조로 주민자치회 설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모두 함께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행위다. 이를 혼자하면 개인자치고 공무원이 하면 관료행정이며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다 함께 해야 주민자치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개인자치에는 성공한 분들이시다. 먹고 사는데 걱정 없는 분들 아니신가? 그러나 주민들이 모두 함께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일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의 주민자치는 삶은 개구리와 같다. 개구리를 찬물에 넣었다가 아주 조금씩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가 처음에는 모르다가 결국 삶아지게 된다. 이런 걸 두고 ‘삶은 개구리 현상’이라고 한다. 현재의 주민자치가 이런 현실이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민주제 중 가장 핵심은 주민에 의해 주민들이 직접민주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결국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야 말로 주민들의 바람직한 하극상이자 유쾌한 반란이다.
국가는 법령과 예산으로 움직이고 시장은 영업과 이익으로 개인은 능력과 조건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국가나 시장이나 개인이 해줄 수 없는 꼭 필요한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주민자치의 본질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비정부조직-비영리조직-비사적조직으로 출발해야 한다. 이렇게 NGO-NPO-NIO로서 경험을 충분히 쌓아 도착점 주민자치회에 다다르게 되면 국가가 할 수 없는 영역, 시장이 할 수 없는 영역, 개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주민자치가 해낼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 영역이 크다. 이 영역의 크기에 따라 선진국의 위치가 좌우된다. 그렇게 된다면 품위 있는 사회 품위 있는 국가가 만들어 진다.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끼리 연대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고 배우는 걸로, 노는 걸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 배우는 것으로 소통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주민자치센터이고 주민자치센터 강좌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그램이 일관화 되어 있고 노래교실, 댄스교실 같은 특정 강좌의 강사와 수강생이 담합해 새로운 주민들의 진입을 배제하고 있다.
주민 간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주민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들과 함께 하고 새로 전입한 주민들을 환영하는 진정한 주민자치 행사가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품위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장과 위원을 품위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 할 수 있는 의욕과 동기, 시간과 여유가 있는 주민을 주민자치위원장과 위원으로 선출해야 한다.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대전광역시 중구의회에서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
(이 기사는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