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美 ‘엔저 방어’ 압박 통했나… 달러당 155엔 초반까지 하락

日에 공개적으로 리플레 중단 요구

베선트 발언 후 5엔 넘게 가치 반등

금리인상 전망도 엔화 강세 이끌어

추세적 전환이냐 일시적 반등이냐

11일 발표하는 美 물가가 가늠자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엔화 가치가 사흘 만에 달러 대비 5엔 넘게 뛰면서 5년간 이어진 ‘초엔저’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에 엔저 시정과 리플레이션 정책 중단을 공개 요구한 데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확산한 결과다. 엔화 강세 기대가 커진 반면 재정·통화정책을 둘러싼 미·일 관계는 살얼음판에 놓였다.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3시 기준 달러당 155.83~155.85엔으로 전주 말보다 0.46엔 하락했다. 환율은 지난 2일 160엔대 초반에서 4일 오전 155엔대 초반까지 떨어져 엔화 가치가 사흘 만에 5엔 넘게 오른 뒤 이날도 강세를 이어갔다.

엔화는 지난 7월 달러당 164엔 선까지 떨어져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이 엔저 시정에 힘을 싣고 BOJ 인사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엔화 매도에 제동이 걸렸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이제 리플레이션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재정 확대와 금융완화를 병행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압박은 BOJ의 통화정책을 넘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적극재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2027회계연도 일반회계 예산 개산요구액은 143조엔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연 3%대로 오르면서 일본 기관투자가가 미 국채를 팔고 자국 국채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는 40조달러 규모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의 국채금리와 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닛케이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재정 문제가 미국의 대일 의제에 추가됐다”며 “미·일 당국의 밀월 관계가 살얼음판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미·일 금리 차 축소 전망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일 헤지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10만2188계약, 약 1조2000억엔으로 전주보다 33% 증가했다. 이 물량이 한꺼번에 청산되면 엔화 매수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일본이 초엔저 방어에 치른 비용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은 1조2075억달러로 한 달 전보다 6.2% 감소했다. 2000년 4월 통계 개편 이후 최대 감소율이며 감소액도 795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시장은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면 달러·엔 환율이 155엔 아래로 내려가 150엔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견조한 미국 고용과 국제유가 상승은 엔화 강세를 제한할 변수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