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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한 개가 약이 된다. 가을에 더 필요한 이유

시장에 감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가을이 깊어졌다는 신호다. 과일 중에서도 감은 유난히 계절을 잘 말한다. 껍질은 선명하게 익어가고, 한입 베어 물면 달큰한 과즙이 퍼진다. 예부터 감은 가을의 피로를 달래고 겨울을 준비하게 만드는 과일로 불렸다.

감이 제철에 몸에 좋은 이유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감 한 개에는 하루 필요량에 가까운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사과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베타카로틴, 루테인, 라이코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된다.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제격이다.

떫은맛의 원인인 탄닌도 기능성 성분이다. 탄닌은 장운동을 조절해 설사를 잡아준다. 실제 한방에서도 예전부터 감을 지사제로 활용해왔다. 다만 매우 익은 감보다는 단단한 감에서 그 효과가 더 뚜렷하다.

말린 감인 곶감은 영양이 더욱 농축된다. 수분이 줄어드는 대신 당과 미네랄,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져 포만감을 오래 유지한다. 추운 계절 간식으로 좋지만, 당이 높아 당뇨 환자는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감 속 탄닌은 철분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과량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또 공복에 감을 많이 먹으면 탄닌이 위에서 굳어 위석이 생길 위험도 있다. 식후에 소량씩 즐기는 것이 안전하다.

음식 궁합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감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반면 우유, 달걀 등 단백질 식품과 동시에 과식하면 소화에 부담이 갈 수 있다. 가을철 전통 음식인 홍시 넣은 고추장 비빔국수, 곶감과 견과류 조합은 건강에도 잘 맞는 편이다.

감에 풍부한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는 혈관 기능을 돕고, 탄닌은 혈압·혈중 지질 개선에 긍정적이다. 늦가을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 감은 관리에 도움되는 과일이다.

10월 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도 움츠러든다. 면역력은 떨어지고 피로가 쉽게 쌓인다. 아삭한 단감, 부드러운 홍시, 쫀득한 곶감, 향긋한 감잎차까지. 감 한 개의 영양은 약보다 가깝고, 제철의 힘은 계절 변화에 흔들리는 몸을 단단히 붙잡아준다.

올가을, 식탁 위에 감 한쪽만 올려도 금세 계절의 온도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