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문제는 이 시기 실내 공기질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빠진다는 점이다. 창문을 닫고 난방을 시작하는 순간,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정체되거나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많은 이들이 “밖보다 집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정반대를 보여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주거공간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외부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환경청(EPA) 역시 겨울철 난방기 사용이 실내 미세입자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환기가 줄어들어 오염원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게 핵심 이유다.
실내 초미세먼지의 가장 큰 특징은 ‘축적’이다. 외부 오염은 바람이나 강수로 감소할 수 있지만, 실내는 한 번 높아지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 요리, 난방, 청소기 사용, 호흡기 분비물, 초·디퓨저 등 일상적인 활동이 모두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거나 농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겨울철 조리 과정은 실내 초미세먼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름을 사용하는 튀김·볶음 조리에서는 단시간에 PM2.5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환기를 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 공기 중에 머무른다.
장시간 노출이 반복되면 신체는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먼저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고 염증 반응이 증가해 기침이나 목 이물감, 비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심혈관계에도 부담을 준다. 초미세먼지는 혈관 내피세포에 미세한 염증을 유발해 혈압을 높이고, 심장질환 위험을 조금씩 키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를 심혈관 질환의 명확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겨울철 실내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핵심은 ‘짧고 자주’ 하는 환기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 크게 환기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난방기 가동 중인 겨울에는 오히려 5~10분 환기를 여러 번 나누는 방식이 공기질 개선에 효과적이다. 요리할 때는 조리 시작 직후 환기하는 것이 좋고, 그동안 미뤄둔 후드 필터 교체도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 역시 단독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터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되, ‘환기와 함께’ 운영해야 실효성이 커진다.
난방기 점검도 중요하다. 사용이 오래된 기기나 필터가 막힌 에어컨 난방 모드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면서 오염 물질을 되레 퍼뜨릴 수 있다. 가습기는 물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세균과 미세입자의 복합 오염원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 공기가 나빠지는 겨울, 가장 중요한 원리는 단순하다. 오염원을 줄이고, 외부 공기를 주기적으로 들이는 것. 초미세먼지는 보이지 않지만, 건강에 영향을 주는 방식은 은근하고 오래 간다. 난방이 본격화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습관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선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