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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I 이기는 자가 승자" 선긋기에도… ‘AI 속도조절론’ 美중간선거 핵심쟁점 부상

中추격 속 AI 통제불능 우려 고조

업계 넘어 정치 문제로 급속 확산

샌더스 “멈춰라” 개발 중단 촉구

미중 정상회담서 의제로 다룰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둔벡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아일랜드 오픈 골프대회 우승자 셰인 라우리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산 위스키에 부과해온 15%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날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귀국 비행기에서는 미국과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역 중단 가능성도 다시 언급했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어 워싱턴 정치권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AI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잇따라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논쟁에 대해 13일(현지시간)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라며 사실상 속도조절론에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 둔베그의 자신의 골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산업이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국가이고, 솔직히 나는 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자(whoever wins AI wins)”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한 안전장치는 둘 수 있다면서도 AI의 극단적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매우 부정적인 세력(very negative forces)”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기술업계를 넘어 미국의 정치 문제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국이 독자적으로 AI 개발 속도를 낮출 경우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AI 안보론’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도 AI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 샌더스 “멈춰라”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다. 아모데이는 12일 공개한 장문의 글에서 AI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최첨단 AI의 능력 향상 속도를 늦춰 안전·통제 기술이 따라잡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 경쟁사 수장들도 잇따라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아모데이는 미·중 AI 경쟁을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미국만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군사·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국제적인 속도조절과 이를 확인할 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AI 속도 논쟁은 이제 워싱턴의 정치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규제 목소리가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강경한 목소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AI가 인류를 파괴할 가능성이 10%인지 2%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지금 당장 멈춰라”고 초지능 AI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오는 16일에는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과 미래생명연구소 공동창립자 맥스 테그마크 등을 불러 여야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AI 위험에 관한 초당적 브리핑을 연다.

반대편인 공화당에서도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AI 제품이 초래할 수 있는 ‘실존적 위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은 AI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의회 특별회기까지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독립적인 AI 규제기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AI의 위험을 인정하는 것과 개발 속도를 실제 늦추는 문제에서는 정치권의 입장이 갈린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훨씬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개발 자체를 늦추는 데는 반대했다. 그는 “킬러 로봇이 생긴다면 중국의 킬러 로봇보다는 미국의 킬러 로봇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AI 위험과 중국의 추격을 동시에 우려하는 워싱턴의 딜레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권 지도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주요 AI 기업 CEO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열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의원들과 AI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AI 위험이냐 中 추격이냐’

논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에 대한 우려가 워싱턴뿐 아니라 선거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환경 문제와 일자리 대체, 빅테크의 권력 집중에 이어 AI 자체를 어디까지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인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기존의 진보·보수 구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샌더스와 보수 성향의 홀리는 모두 AI 위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크루즈 등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먼저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결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질문은 단순히 ‘AI를 규제할 것인가’를 넘어섰다. 통제할 수 없는 AI가 가져올 위험과 개발 속도를 늦췄다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 사이에서 미국이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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