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줄어드는 계절, 피로감과 무기력이 이유 없이 밀려온다면 단순한 ‘계절 탓’이 아닐 수 있다. 피부가 햇빛을 덜 받을수록 체내 비타민 D 합성도 떨어진다. 실내 근무와 야간 귀가가 반복되는 요즘, 한국인의 대부분이 비타민 D 부족 상태라는 통계도 있다. 겨울철 우울감과 피로, 면역력 저하의 배경에는 이 ‘햇빛의 비타민’이 숨어 있다.
비타민 D는 자외선 B(UVB)가 피부에 닿을 때 생성된다. 하루 15분 정도 햇볕을 쬐면 충분히 만들어지지만, 11월 이후엔 사정이 달라진다. 자외선 세기가 여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옷차림이 두꺼워지면서 햇빛이 피부에 닿을 면적도 줄어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비타민 D 농도가 정상 기준(20ng/mL) 이하이며, 겨울철에는 그 수치가 80%까지 치솟는다.
비타민 D의 주된 역할은 뼈 건강이다.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고, 부족하면 골다공증이나 근육 약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그 역할이 훨씬 넓다고 말한다. 혈당 조절, 면역 반응, 세포 성장, 심지어 우울감 조절에도 관여한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은 비타민 D가 충분한 사람은 호흡기 감염 위험이 30% 낮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비타민 D 결핍의 신호는 일상에서도 감지된다. 평소보다 피로가 심하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고 관절 통증이 잦아질 때,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그렇다.
결핍을 예방하려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점심시간 10~15분만이라도 햇빛이 드는 곳을 걷고, 얼굴이나 팔 등 일부를 노출시키는 게 좋다. 단, 유리창을 사이에 두면 자외선이 차단돼 비타민 D 합성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무실 조명 아래 앉아 있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 주말에는 가벼운 야외 운동이나 산책으로 빛 노출 시간을 늘리면 좋다.
음식만으로 보충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연어·고등어·달걀노른자·버섯류에는 비교적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필요한 경우 보충제를 복용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 800~1000IU(국제단위)가 권장된다. 다만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면 신장결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옷을 더 껴입고 창문을 닫는다. 하지만 피부가 완전히 빛을 잃으면 몸도 활력을 잃는다. 낮이 짧아지는 지금, 잠깐의 햇살을 피하지 않는 것—그 단순한 습관이 올해 남은 시간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