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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운동해도 겨울엔 덜 느껴지는 이유… 체감과 실제는 전혀 다르다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묘한 감각을 경험한다. 분명 헬스장에서 땀도 흘렸고 운동 기록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오늘 운동, 제대로 한 게 맞나?” 하는 공백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여름에는 단 20분만 운동해도 근육이 즉각 반응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 왜 이렇게 ‘몸이 조용한’ 걸까. 놀랍게도 이 현상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계절이 만든 생리적 착시에 가깝다.

겨울 기온에서 우리 몸은 체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말초 혈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근육은 혈액 공급이 줄면 팽창감이 떨어지고, 운동 직후 느끼는 특유의 ‘펌핑감’이 약해진다. 실제 운동생리학 연구에서도 저온 환경에서는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운동 직후 체감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된다. 즉,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또한 낮은 온도는 근육의 회복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혈류가 줄어 신경 전달 속도가 떨어지면 미세 손상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데, 여름엔 하루면 없어지던 근육통이 겨울엔 36시간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회복 지연은 몸이 “오늘 운동이 잘 안 됐나?”라고 오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겨울의 빛도 문제다. 해가 짧아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 졸림·무기력·피로감이 쉽게 생긴다. 같은 강도로 운동을 해도 ‘개운함’이나 ‘상쾌함’이 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여기에 코트·패딩·니트 같은 두꺼운 옷이 더해지면 몸의 미세한 변화가 가려지고, 운동 성취감은 더 희미해진다. 한마디로, 겨울은 몸을 바꾸기 가장 좋은 계절이면서도, 그 변화를 스스로 가장 못 느끼는 계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체감만 흐릿할 뿐, 실제 대사 반응은 오히려 더 활발해진다는 점이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저온에서 활성화되는 갈색지방(BAT)이 에너지 소비를 더 크게 만든다. 지방 연소 측면만 놓고 보면 겨울이 여름보다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겨울 환경이 산소 소비량과 에너지 지출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한다. 즉, 몸은 분명 열심히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변화를 덜 느낄 뿐이다.

이런 계절적 착시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운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다. 체온과 혈류가 상승하면 펌핑감이 돌아오고, 운동 효과 체감도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또한 운동 후 1시간 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적절히 보충하면 회복 속도가 빨라져 ‘제자리걸음 같은 느낌’을 줄일 수 있다. 겨울철엔 아침 햇빛을 10~15분만 쬐어도 멜라토닌 리듬이 조절돼 피로감이 줄고 운동 의지가 살아난다는 연구도 있다.

겨울 운동의 가장 큰 함정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느껴지지 않아서 흔들린다는 점이다. 체감은 흐릿해도 몸속에서는 근육·혈관·대사라는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은 애매한 손맛을 견디는 계절이지만, 그만큼 운동 효과는 보기 좋게 쌓인다. 결국 이 계절의 운동은 “느껴지는 변화가 아니라, 쌓이는 변화를 믿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