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공개형 모델의 확산]
폐쇄형 API와 다른 방식으로 개발자 시장 공략
딥시크 R1·알리바바 큐원 등 파생 모델 10만개 넘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중국 AI 기업들은 모델을 공개해 개발자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딥시크 R1과 알리바바 큐원처럼 내려받아 쓰거나 수정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 빅테크의 폐쇄형 AI 서비스와 다른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패권, 중국의 반격] 2회에서는 중국 공개형 AI 모델이 비용과 배포 속도를 앞세워 해외 개발자 시장에 들어가는 과정을 다룬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은 모델을 외부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딥시크 R1, 알리바바 큐원, 문샷AI 키미 등은 개발자가 내려받아 쓰거나 수정할 수 있는 공개형 모델로 해외 개발자 시장에 들어갔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처럼 기업이 API와 앱을 통해 모델을 제공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 흐름은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와 정면으로 맞붙는 방식이기도 하다. 막대한 클라우드 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개발자와 스타트업은 공개형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서버나 제3자 클라우드에서 돌릴 수 있다. 성능만큼이나 비용과 배포 속도가 경쟁력이 된 셈이다.
딥시크가 연 공개형 모델 경쟁
중국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사진=연합뉴스
딥시크는 지난해 1월 20일 추론 모델 R1을 공개했다. 회사는 당시 공지에서 모델과 기술보고서를 공개하고, 코드와 모델을 MIT 라이선스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상업적 활용과 증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딥시크 R1은 공개 직후 중국 AI 모델의 존재감을 키운 계기가 됐다. 대형 언어모델 경쟁이 미국 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던 상황에서, 중국 스타트업이 추론 모델을 공개형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R1 자체 모델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소형 증류 모델도 함께 공개됐다. 개발자는 큰 모델을 그대로 쓰지 않아도 더 작은 모델을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공개형 모델은 단순히 무료로 써보는 서비스와 다르다. 모델 가중치가 공개되면 개발자는 이를 내려받아 자체 환경에 배포하거나, 특정 업무에 맞춰 미세조정할 수 있다. 기업 내부 문서, 코딩, 고객 응대, 검색, 번역, 문서 요약처럼 반복 업무가 많은 곳에서는 이 차이가 크다.
다만 ‘공개형’ 모델이라고 해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모델 가중치를 내려받을 수 있어도 학습 데이터와 학습 과정, 안전성 조정 방식까지 모두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스코드와 학습 과정까지 폭넓게 공개하는 ‘오픈소스’와,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를 구분해 쓴다. 딥시크 R1과 큐원 계열은 후자에 가까운 모델로 볼 수 있다.
큐원, 3억회 넘게 내려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알리바바의 큐원도 중국 공개형 AI 확산에서 비중이 크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해 큐원3를 공개하며 조밀 모델과 혼합전문가 모델을 모두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큐원3 모델군에는 0.6B, 1.7B, 4B, 8B, 14B, 32B 규모의 조밀 모델과 30B, 235B 규모의 혼합전문가 모델이 포함됐다.
큐원3는 119개 언어와 방언을 지원한다. 알리바바는 큐원3가 36조 토큰 규모 데이터로 학습됐다고 설명했다. 이전 세대인 큐원2.5의 약 두 배 수준이다. 모델은 허깅페이스, 깃허브, 모델스코프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확산 속도도 숫자로 확인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따르면 큐원 모델군은 공개 이후 전 세계에서 3억회 넘게 다운로드됐다. 허깅페이스에서는 큐원을 기반으로 한 파생 모델이 10만개 이상 만들어졌다. 이는 큐원이 단일 챗봇 서비스가 아니라 개발자 생태계 안에서 재사용되는 모델군으로 퍼졌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들이 공개형 모델을 앞세우는 배경에는 시장 진입 전략도 있다. 폐쇄형 모델로는 미국 빅테크와 같은 브랜드 신뢰, 클라우드 고객 기반, 결제 생태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반대로 모델을 공개하면 개발자가 직접 써보고, 고치고, 다른 서비스에 붙일 수 있다. 모델 사용자가 늘면 파생 모델과 사용 사례도 함께 늘어난다.
문샷·미니맥스도 공개형 대열
문샷AI 창업자. (출처=연합뉴스)
공개형 모델은 딥시크와 알리바바만의 전략이 아니다. 문샷AI는 지난해 키미 K2를 공개했다. 깃허브에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키미 K2는 혼합전문가 구조를 쓰는 언어모델로, 전체 매개변수는 1조개, 추론 때 활성화되는 매개변수는 320억개다.
미니맥스도 M1 모델을 공개했다. 미니맥스가 깃허브에 올린 설명에 따르면 M1은 하이브리드 어텐션과 혼합전문가 구조를 결합한 공개형 추론 모델이다. 회사는 이 모델이 이전 미니맥스 텍스트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전체 매개변수 4560억개 가운데 토큰당 459억개가 활성화된다고 밝혔다.
Z.ai의 GLM 계열도 공개형 모델 경쟁에 들어와 있다. Z.ai가 공개한 GLM-4.5 설명에 따르면 이 모델은 에이전트 작업을 겨냥한 기반 모델이며, 전체 매개변수는 3550억개, 활성 매개변수는 320억개다. 더 작은 GLM-4.5-Air도 함께 공개됐다.
이들 모델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개발자가 모델을 직접 내려받아 시험하고, 목적에 맞게 바꾸고, 다른 서비스에 붙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중국 AI 기업들은 이 방식으로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와 연구자, 스타트업의 실험 비용을 낮추고 있다.
폐쇄형 API와 다른 접근 방법
(출처=연합뉴스)
미국의 주요 AI 기업은 대체로 폐쇄형 모델을 중심에 둔다. 사용자는 챗봇 서비스나 API를 통해 모델에 접근한다. 모델 자체를 내려받아 내부 서버에서 돌리기는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품질과 안전 관리, 과금, 사용자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기 쉽다.
공개형 모델은 계산법이 다르다. 기업이나 개발자가 모델을 직접 배포하면 원 개발사가 모든 사용 기록을 볼 수 없다.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API로 보내기 어려운 기업에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원 개발사 입장에서는 사용료와 데이터 피드백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분석에서 중국 공개형 모델이 제3자 호스팅이나 기업 내부 배포로 쓰이면 원 개발사가 프롬프트, 로그, 피드백, 도구 호출, 제품 사용 행태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개형 전략은 확산에는 유리하지만 수익화와 사용자 피드백 확보에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이 공개형 모델을 계속 내놓는 것은 글로벌 채택 속도 때문이다. 모델을 닫아두면 성능을 증명할 기회도 제한된다. 반대로 공개하면 전 세계 개발자가 모델을 시험하고, 벤치마크와 파생 모델이 빠르게 쌓인다.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다른 길을 택한 배경이다.
성능 격차 좁힌 중국 모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공개형 모델 확산은 성능 논쟁과도 연결된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2026년 AI 인덱스는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성능 격차가 사실상 닫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이후 미국과 중국 모델은 여러 차례 순위 경쟁을 주고받았다. 딥시크 R1은 지난해 2월 미국 최상위 모델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와 중국 디지털 정책을 연구하는 디지차이나(DigiChina)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개형 모델을 별도로 다뤘다. 이 보고서는 딥시크만이 아니라 알리바바 큐원, 문샷AI, 바이두, 텐센트 등 여러 기업이 공개형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 개발자들이 모델 가중치를 공개해 최종 사용자가 모델을 배포하고 수정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주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가 주력 모델을 폐쇄형 소프트웨어로 유지해온 것과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공개형 모델이 늘면서 미국 내 논쟁도 커졌다. 한쪽에서는 중국산 모델의 보안과 검열, 데이터 처리 방식을 우려한다. 다른 쪽에서는 공개형 모델을 막으면 스타트업과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이 줄어든다고 본다. 개발자 시장에서는 이미 성능과 비용, 배포 편의성을 함께 따지는 흐름이 생겼다.
스탠퍼드 HAI·디지차이나 보고서는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은 세계 AI 경쟁 구도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며 “오픈웨이트 AI 모델의 위험과 보호장치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 측 연구자들과 학술 협력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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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