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르자 멜로니(오른쪽) 이탈리아 총리가 2월 6일(현지시간) 2026 밀라노 동계 올림픽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 뉴시스
유럽 극우 세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월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디 인디펜던트,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전 여론과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난, 또 난민 유입 우려 속에 유럽 극우 세력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략적인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마가와 접촉 자제 지시
FT는 4일(현지시간)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트럼프 마가(MAGA) 세력과 연계를 위한 미국 방문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FT에 “전쟁 전에도 이미 최상의 상태는 아니었다”면서 “더 이상 대규모 그룹별로 접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이를 즉각 비난했다.
이란 공격에 대한 독일내 반대 여론이 58%로 높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치솟으며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전쟁을 지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와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한 당내 우려도 있다.
AfD의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은 미국과 동맹은 유럽 안보의 핵심이라며 트럼프와 결별로 당이 고립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같은 AfD에서도 민족주의 성향이 짙은 티노 크루팔라 공동대표는 “트럼프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그는 평화 수호자가 아니라 자국 이익만 챙기는 파괴자”라고 못 박았다. 그는 나아가 미군 철수와 독일 독자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선택한 전쟁”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도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FT,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조르단 바르델라 RN 대표는 이번 이란 전쟁을 “미국이 선택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바르델라는 유럽이 이 전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N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마린 르펜 전 대표도 의회 연설 등을 통해 이란 전쟁이 프랑스에 미칠 충격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르펜은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난민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프랑스 정부가 미국의 군사 행동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쟁에 동참할 수 없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와 친분’ 이탈리아 총리도 강경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와 개인적 친분이 두텁지만 국가 지도자로서 유럽 주요 정상 가운데 가장 강경한 실무적 조처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1일 디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시칠리아 시고넬라 공군기지에 미군 폭격기가 착륙하는 것을 불허했다. ‘사전 협의 부재’ 등 절차상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란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파 연정 핵심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역시 “이탈리아는 이란과 전쟁 중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우리에게 군함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