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경제적 D-데이’라고 부른 대이란 글로벌 경제제재 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른바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라는 대(對)이란 경제 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에 대한 ‘경제적 D-데이’라고 부른 바 있다.
군사 공격 대신 이란과 거래를 하는 기업이나 국가를 제재함으로써 이란을 고립한다는 전략이다.
경제적 왕따 작전
악시오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전쟁도 없지만 합의도 없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란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경제적 고립과 제재라는 칼을 빼 들었다.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를 하는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2차 제재는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해 관세 부과를 비롯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재무부는 이란 정권이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며, 석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전 세계 60여개 단체와 개인, 선박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서는 이란이 제재 회피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점점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및 정권 내부 관계자들과 연계된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란이 첨단 기술에 접근해 자국 제조 무기 프로그램에 통합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을 2차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공식 금융 부문이 붕괴함에 따라 이란이 만연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비해 리알화 가치를 안정화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항공은 전투원 수송, 무기 및 민감한 기술 운송, 대리 세력에 금·현금 이동을 위해 활용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됐다. 재무부는 아울러 이란이 정권과 군을 위해 불법적으로 석유를 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탄도 미사일 개발 및 핵 연구를 위한 확산 민감 기술·장비 조달을 지원하는 이란 국방군수부(MODAFL) 예하 기관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이란 정보안보부(MOIS)가 지휘하는 악의적 사이버 그룹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아랍에미리트(UAE), 홍콩,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유럽 및 기타 지역에서 이란 석유를 수송하고, 수익금을 IRGC 최정예부대인 쿠드스군 등에 보내는 중개인, 기업, 그림자 선박 네트워크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시간 계획은 제시 안 해…중간선거 이후에도 지속한다
베선트는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해 온 모든 거점, 모든 중개자, 모든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면서 “오늘부터 올가미를 더욱 조여 IRGC와 사악한 이란 정권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든 잠재적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란과 거래를 하는 기관들을 제재하는 ‘2차 제재’ 확대가 최소한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미국이 이란을 옥죄는 주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이란 추가 군사공격은 중간선거 뒤에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베선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어떤 모호함도 없도록 하려 한다”면서 “이 살인적인 정권과 어떤 식으로든 경제적 연관을 맺으면 미국의 힘이 최대한 미치게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제재가 적용되는 최종 마감시한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만약 현재 이란과 거래를 하고 있으면 되도록 빨리 끝내라고 압박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간 설정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의 인내심이 무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국도 예외 없다
베선트는 아울러 “누구도 이 위에 있지 않다”고 말해 그 어떤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는 이란 정권에 대한 경제적 질식 작전이며…그 누구도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에둘러 중국 역시 이란과 거래를 하면 제재를 받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은행들도 이 제재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위해 제재는 피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예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들(중국 은행들)이 거래를 주선하고, 그 생태계의 일원이라면 이는 결국 이란 석유를 돈으로 바꿔주는 것으로서…(제재)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는 앞서 지난주 이란이 수출하는 석유 약 90%를 중국이 사들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들에 대한 대대적인 2차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제재는 특히 석유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은 위반에 대해 일부만 제재를 가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질식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터라 제재를 강화할 전망이다. 동맹들과 공조해 이란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이란전쟁 중재에 나섰던 파키스탄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카타르, 튀르키예 같은 이란과 거래하는 나라들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미국이 모른척 눈감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나라들처럼 이들도 미국의 2차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 내몰린 이란 경제
오랜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이란 경제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리알화 가치는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200만리알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수입 물가가 폭등하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게다가 미 해군이 대이란 해상봉쇄에 나서면서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석유 수출이 사실상 막혔다.
미 정부 관리들은 이란이 다른 육상,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초적인 생활필수품과 서비스 제공도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미 관리들에 따르면 이란은 군인과 경찰을 비롯해 공무원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란 시스템은 엘리트들을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그들 엘리트 가운데 일부도 생애 처음으로…제때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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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