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는 이른바 ‘겨울 3대 바이러스’가 동시에 고개를 드는 시기다. 기온이 떨어지며 실내 체류 시간이 늘고 환기가 줄어드는 탓에 감기, 독감, RS바이러스(RSV) 감염이 한꺼번에 증가한다. 증상은 기침·콧물처럼 비슷하게 시작되지만 전파력도, 위험도도, 치료 전략도 제각각이다. 이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가족 내 2차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이 가장 가볍게 여기는 것은 감기다.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데, 흔한 인후통과 코막힘부터 길게는 2주 가까이 이어지는 불편함까지 다양하다. 치료는 단순하다. 항생제보다는 휴식, 수분 섭취, 증상 완화제가 기본이다. 다만 열이 오래가거나 호흡곤란, 귀 통증이 생기면 중이염 등 합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반면 독감은 ‘몸살 감기’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전신을 덮친다. 갑작스러운 고열, 근육통, 두통은 환자들이 “눈이 빠질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발병 초기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영유아, 노인,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폐렴 합병증 위험이 높아 조금만 증상이 의심돼도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독감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 못하더라도 중증 진행과 입원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RSV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바이러스다. 콧물에서 시작해 기관지를 손상시키며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 번질 수 있다. 생후 2세 이하 영유아가 숨을 빠르게 몰아쉬거나 쌕쌕거리는 호흡을 보이면 곧바로 진료가 필요하다. 성인은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층, 만성질환자에게는 독감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최근 도입된 RSV 예방 항체제가 중증 감소에 효과를 보이며 고위험군 보호에 새로운 옵션이 되고 있다.
전파 양상도 제각각이다. 독감은 발병 하루 전부터 이미 전염력이 높고, RSV는 물체 표면에서 오래 살아 남아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번개처럼 퍼진다. 감기는 증상이 있는 동안 계속 전파된다. 독감은 보통 발열 후 약 5일간, RSV는 영유아의 경우 최대 1~2주까지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다.
예방은 결국 ‘조합’이 답이다. 독감 백신과 RSV 예방제는 고위험군에게 사실상 필수 장치다. 감기를 막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손 씻기·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겨울철 난방으로 건조해진 점막은 바이러스의 가장 쉬운 통로가 되는 만큼 가습 관리가 중요하다. 증상이 시작되면 무리하지 않고 초기에 진단받는 것—이 단순한 원칙이 올겨울 바이러스의 연쇄 감염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