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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예언 적중’ 희토류가 美 발목 잡았다…美·日 ‘산업의 비타민’ 탈중국 가속

미중 무역전쟁 휴전 내년 1월로 2개월 연장

美언론 “희토류, 트럼프 압박 누그러뜨려”

KDB산은硏 “희토류 공급망 급격한 재편 국면”

韓기업들도 희토류 사업 뛰어들고 있으나

환경문제 등 제약 잇따라..”국가차원 전략필요”

24일(현지시간)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에 앞서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대중 관세 압박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라는 양국의 대치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들이 ‘희토류 조기 탈중국’을 목표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중은 각각 관세전쟁과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 강화로 상대국의 경제 급소를 겨눠왔다. 희토류는 2차 전지 및 전기차, 로봇, 반도체 공정, 미사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광물이다.

미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역전쟁 휴전 조치(당초 11월 10일 종료)를 내년 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했다. 무역 휴전 조치에 연장된 중국의 희토류 2차 수출통제 유예 조치(당초 11월 시행 예정)도 함께 재유예되는 분위기이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관세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에서 채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25일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산하 KDB 미래전략연구소 한동진 전임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재편 동향’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고도화된 희토류 규제(2차 수출통제조치)에 맞서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국가 자본과 법적 규제를 동원해 강력 대응에 나서는 등 희토류 공급망이 급격한 재편 국면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희토류 공급 통제권을 대미 협상의 레버리지로 구사해 왔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9%를 차지하고 있으며, 희토류 후공정(분리·정제 및 영구자석 제조)분야에서는 무려 90%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2025년 기준)은 중국(58.4%),브라질(14.6%), 호주(8.4%), 러시아(5.1%), 베트남(4.7%), 미국(2.5%), 그린란드(2.0%) 순이다. 이 가운데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 ‘중희토류’ 원광의 경우 지질학적으로 중국과 미얀마 접경 지역에 집중돼 있어, 다른 나라들은 원광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92년 10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완리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덩샤오핑의 딸 덩 룽(맨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88세였던 덩샤오핑(가운데)이 장쩌민 전 총서기(왼쪽)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 7위 수준의 희토류 보유지역이며, 특히 중희토류 비중이 높은 자원처이나 실제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압박을 누그러뜨렸다”, “희토류가 미국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 희토류를 핵심 전략자원으로 지정하고, 1990년대부터는 저가 공세를 본격화했다. 서구 사회가 희토류 정제·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다. 국제사회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덩샤오핑(1992년 남순강화, 중국 남부 도시를 시찰하면서 던진 개혁 메시지)의 큰 그림을 곱씹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 때였다. 희토류는 소량만 투입해도 제품의 성능을 좌우해 이른바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2차 전지 및 전기차, 반도체 공정, 원자로 제어, 각종 의료 및 산업용 레이저, 미사일 유도 및 무기체계 등에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허찔린 美, 日 희토류 탈중국 속도…韓도 레버리지 확보전략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바오터우의 희토류박물관에 있는 희토류 광석 조각. 신화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로 관세전쟁에 맞불을 놓자, 브라질 희토류 원광 확보를 비롯해 채굴, 영구자석 완제품 생산에 이어지는 ‘완결형 공급망(Mine-to-Magnet)’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희토류 공동구매 및 공동비축 등의 G7차원 및 역내 공급망 협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올해 11월로 한 차례 유예된 희토류 2차 수출통제조치는 중국산 원료가 0.1%만 포함돼도 제3국 간 수출거래까지 중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규정해 놨다. 가령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제품 생산에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해 미국이나 EU로 수출할 경우 중국 당국이 자국 법령을 근거로 해당 거래의 심사를 지연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연구원은 “중국이 필요에 따라 특정 국가나 기업을 선택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가 역설적으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의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희토류 2차 수출통제조치(역외통제)가 시행될 경우 베트남, 일본 등을 경유해 희토류 소재를 들여오거나 가공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직접적인 심사 영향권에 편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 LS에코에너지와 호주 라이너스 주요 관계자들이 희토류 공급망 구축 관련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S제공

최근 국내 기업들도 희토류 탈중국에 시동을 걸고 있으나, 국내에선 환경문제에 가로막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는 고려아연과 LS그룹(LS MnM, LS에코에너지 등), 포스코그룹(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희토류 제련 및 재활용, 영구자석 분야를 중심으로 ‘희토류 탈중국 공급망 구축’ 전략을 펼치고 있다. LS그룹은 중국을 제외한 최대 희토류 공급 회사인 호주 라이너스와 비중국산 희토류 산화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 연구원은 “한국은 전기차 및 첨단산업 수요 기반과 고도화된 제련·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금융·재정 지원과 우방국과의 비중국 공급망 협력을 더욱 확대해 공급망 안정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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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