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화 후보 패배 시 인증 보류 요구
동명이인 후보 출마에 “유권자 혼란” 주장
민주당·시민단체 “선거 개입 우려”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조지아주 달튼의 달튼시립공항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 확정을 막기 위한 소송을 직접 지시했다.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패배 가능성을 전제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어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전날 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현역 댄 설리번 의원이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의 공식 인증을 보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송을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민주당이 공화당 후보와 이름이 같은 인물을 출마시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름이 같은 두 후보가 있다. 공화당 현역 의원인 댄 S. 설리번과 은퇴 교사 출신인 댄 J. 설리번이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표를 분산시키기 위해 동명이인 후보를 내세웠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후보와 민주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법무부는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혼동해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혼란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실제 투표 의도를 확인할 때까지 결과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알래스카주 법원은 이미 동명이인 후보의 출마를 허용했다. 주 선거 당국도 투표용지에 후보들의 중간 이름 첫 글자를 구분해 표기하고 현역 의원임을 명시하는 등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이번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알래스카주 선거가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되찾으려면 공화당이 보유한 의석 가운데 4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알래스카에서 공화당 현역 의원이 패배하면 민주당의 의석 확보에 도움이 된다.
미국 언론과 선거법 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특정 결과의 인증을 막으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선거 관리와 결과 인증을 기본적으로 주정부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소송의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밀투표 원칙에 따라 유권자들이 실제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려 했는지 사후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당시에도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을 두고 민주당과 선거권 옹호단체들이 중간선거 이후 유사한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번 소송은 공화당 후보가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를 무효화해달라는 요구는 아니다. 동명이인 후보의 득표가 승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결과 인증을 미뤄달라는 조건부 요청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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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