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반도체주 눈높이 하향
미래에셋, 삼전 37만원까지 낮춰
한투만 SK하닉 목표가 높여잡아
AI산업 보는 시각차 여전히 팽팽
“업황 꺾일것” “주가 하락폭 과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높였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목표주가를 100만원 이상 내린 사례까지 등장했다. 일부 증권사는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향하면서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갈리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9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33%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140만원 낮췄다. BNK투자증권 역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85만원에서 148만원으로 내렸다.
이날 역시 목표주가 하향은 이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은 430만원에서 315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41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대신증권은 39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조정했다.
반면 모든 증권사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주가 조정 이후에도 중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여전히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KB증권은 기존 420만원을 유지했다. 다올투자증권과 교보증권, 하나증권, SK증권 등도 기존 목표주가를 유지하며 AI 메모리 수요와 실적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같은 종목을 두고 목표주가가 148만원에서 470만원까지 벌어질 정도로 증권사 간 전망 차이도 크게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익성 논란, 범용 D램 공급 확대 우려, 외국인의 반도체 집중 매도, 최근 증시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다만 목표주가가 크게 엇갈리는 것은 AI 사이클을 바라보는 시각차 때문이다. AI 투자 둔화가 본격화돼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으로 보는 관측과 최근 주가 하락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해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과 엔비디아 실적, 외국인 수급 변화가 반도체 업황과 목표주가 재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을 ‘이익의 조정이 아닌 신뢰의 조정’으로 규정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아직 크게 훼손되지 않았지만 AI 투자 지속성과 HBM 수익성, 범용 D램 공급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지면서 밸류에이션이 먼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AI 투자 수요 둔화는 아직 실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며 “향후 빅테크의 설비투자와 엔비디아 실적이 업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검증 무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락을 글로벌 반도체 업황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AI·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 조정에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신용융자 청산이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하락은 글로벌 반도체 리레이팅 위에 한국 특유의 레버리지 청산이 더해진 결과”라며 “레버리지 청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될 수 있지만 반도체 업황의 방향은 결국 빅테크 투자와 메모리 시장 흐름이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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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