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증시로 옮겨간 ‘설거지’…온라인 투자 은어 재확산
영끌·포모·조모 이어 ‘설거지’까지…자산시장 따라 심리도 변화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 이후 큰 변동성을 보이자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부동산 설거지하더니, 이번엔 주식 설거지’ 등의 자조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집값 급등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을 일컬었던 ‘부동산 설거지’가 이제는 증시로 무대를 옮긴 셈이다.
자산시장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달라졌지만 “혹시 내가 마지막 매수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은 부동산 설거지에 주식 설거지까지”
4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30은 부동산 설거지에 주식 설거지까지 당했으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청년층을 다룬 뉴스 화면이 함께 첨부됐다.
‘설거지’는 공식적인 경제 용어는 아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먼저 진입한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 뒤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가 가격 하락의 부담을 떠안는 상황을 뜻하는 은어다.
이른바 세력이 물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매수자가 손실을 떠안는 모습을 빗댄 표현으로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 때 ‘부동산 설거지’라는 말로 널리 사용됐다. 기존 주택 보유자가 높은 가격에 매도하고, 무주택 청년층이 마지막 매수자로 비싼 집을 떠안았다는 의미였다.
이 표현은 2026년 현재 주식시장에서 다시 등장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급등락이 반복되자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30은 부동산 설거지에 주식 설거지까지 당했다”, “결국 포모에 올라탄 개미들만 설거지했다”, “이번엔 주식 설거지 차례”라거나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만 물렸다”는 취지의 글이 이어졌다.
군집심리 연구도 “포모가 추격매수 키운다”
전문가들은 ‘주식 설거지’를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의 심리를 최근 자산시장을 관통하는 투자 심리의 흐름을 행동재무학의 대표적인 군집행동(Herding)과 연결해 설명했다.
2020~2021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이 유행했다. 올초 주식 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뜻하는 포모(FOMO)가 확산했다. 최근 조정장에서는 투자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의미의 조모(JOMO·Joy Of Missing Out)가 등장했고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의미하는 ‘설거지’가 다시 회자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성균관대와 미국 버지니아대 연구진이 응용경제학(Applied Economics) 저널에 게재한 ‘한국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와 군집 행동’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논문은 한국 증시 30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로 개인투자자 참여가 늘어날수록 군집행동이 강해졌으며, 시장 하락 국면에서는 포모와 위험회피 심리가 결합해 장기적인 군집행동이 더욱 강화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인투자자의 심리적 편향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급등 알림이나 가격 상승 정보에 노출될수록 포모 수준이 높아지고 실제 투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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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