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면제를 미끼로 코인 전송 요구
AI가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사는 A씨는 어느날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자신이 몇 달 전 돈을 빌렸던 대부업체였다.
최근 해킹 사고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점에 대한 사과와 함께 ‘보상 차원의 채무 면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거래하던 업체 이름과 로고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고, 메일 형식도 공식 안내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일에는 구체적으로
“300만원 이상의 채무가 있는 고객은 1000테더(USDT)를 보내면 전액 면제해주겠다”
는 조건이 적혀 있었다.
며칠 전 대부업체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안내를 받아 짜증이 난 상태였다. 심기가 불편했는데 채무를 면제해준다니 솔깃했다. 1000테더면 한화로 약 150만원으로, 400만원 가까이 빌린 A씨는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빚을 정리할 수 있어 크게 이득이었다. 이미 유사한 상황에서 보상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A씨의 경계심은 무너졌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인데 일부만 내고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흔들렸다.
회사 명의와 주소, 담당자 연락처까지 기재돼 있어 진짜로 대부업체가 보낸 메일이라고 믿게 됐다.
메일에 안내된 코인 지갑 주소로 코인을 전송한 후 대부업체에 방문해 계약서를 수정하면 채무가 정리된다고 안내했다.
결국 A씨는 거래소에서 테더를 구매해 안내된 지갑 주소로 전송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A씨의 예상과 달라졌다. 업체 측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답변을 미뤘다. 불안함을 느낀 A씨가 결국 대부업체를 직접 찾아가 문의했고, 해당 메일은 회사와 무관한 피싱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감원은
대부업체에서는 채무면제를 조건으로 코인 전송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이메일을 받은 경우 해당 이메일에 절대로 회신하지 말고 해당 대부업체에 직접 연락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메일에 포함된 출처가 의심스러운 URL이나 첨부파일을 클릭할 경우 악성앱 설치 등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며 “채무면제를 빙자한 피싱 이메일로 의심되는 경우 신속히 금감원에 제보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조선피싱실록]
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고도화·다양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을 세세하게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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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