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증권업계가 벤처 투자 시장의 차환(리파이낸싱) 리스크 위기감에 대규모 세컨더리 펀드 조성에 나선다. 만기를 앞둔 벤처펀드 자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 자산을 받아줄 출구(엑시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비공식 회의에서 약 2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조성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정기 회장단 회의가 아닌, 업계 수장들이 모인 비공식 자리에서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벤처투자 전자공시 시스템(DIVA)에 따르면 올해 만기를 맞는 벤처펀드 규모는 약 16조9252억원에 달한다.
단일 연도로 보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문제는 이 물량이 단순히 만기 도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신규 펀드 결성이 둔화된 상황이다. 기존 펀드 자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운용사들은 자산 매각 또는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컨더리 펀드는 기존 펀드가 보유한 지분이나 투자 자산을 제3자가 매입하는 구조로, 유동성이 막힌 시장에서 일종의 출구 역할을 한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투자 상품 차원을 넘어, 시장 안정 장치 성격이 강하다. 대규모 세컨더리 펀드가 조성될 경우, 만기 도래 펀드의 자산을 흡수하면서 연쇄적인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사실상 벤처판 배드뱅크 성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세컨더리 펀드는 결국 ‘누가 손실을 떠안을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매입 가격을 어떻게 설정할지, 투자자 설득은 어떻게 할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또 단기간에 2조원 규모 자금을 모으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관투자가(LP)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이들 역시 벤처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세컨더리 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실행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금투협은 이달 중 ‘K-자본시장 발전위원회(가칭)’를 발족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다.
황성엽 금투협 회장을 비롯해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수석부회장, 정상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