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다중채무자 연체 연쇄 확산 우려… 가계부채 부실관리 시급 [주담대 규제의 역설 (4)]

카드론·리볼빙 등 부채 질 악화

연내 ‘금리인상 사이클’ 진입땐

단기·고금리 대출자 부담 커져

대출규제 총량관리 방식 한계

최근 금융소비자의 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 문턱조차 넘지 못한 이들은 카드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고 결국 ‘다중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함께 질적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 악화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부채가 어떤 업권으로 이동했는지, 취약차주의 연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밖으로 밀려나는 ‘부채’

3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율은 지난 1·4분기 기준 76.1%로 전년 동기(74.3%)보다 1.8%p 상승했다.

연령별 다중채무자 비중은 물론 카드론, 리볼빙, 보험약관대출 등 다양한 지표에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안에 각종 사고나 병원비처럼 예상치 못한 목돈이 나갈 일은 분명한데 정부가 은행 대출을 규제해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 각종 대출규제 완화를 점차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카드업계에서는 리볼빙 관련 지표 악화에 주목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9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조7065억원으로 한달 새 340억원 증가했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캐피털사에서도 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비싼 금리’라는 점을 알고도 리볼빙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연체율 상승은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DTI) 가중뿐만 아니라 대출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유동성 제약을 통해서도 발생한다”며 “금융기관이 건전성 관리와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공급 기능 수행을 제한적으로나마 절충해 나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 땐 취약차주 부담 확대

부채의 질적 악화는 당장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는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카드론,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등 단기·고금리·무담보성 대출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취약차주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 결국 불법사금융 시장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태록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통상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건전성 관리를 한다”며 “고금리 시기에는 많은 사람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자금 수요가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짚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병원비나 사고 등 정말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정부 상품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1.5%)를 수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명목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같은 규모의 가계대출 증가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는 만큼 총량 목표를 낮게 묶을 경우 필요한 자금 수요가 2금융권과 고금리 대출로 밀려날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이 10%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로 한은이 2월 제시한 전망치(0.9%)를 상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주담대 시장이 지표상 추가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 우회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빚을 내고 있어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더 곪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fn_getContentDate(‘/load/makecontent/navernewsstand2024v2′,’newsStandA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