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거치며 개인투자자들 “기업보다 변동성 좇았다” 자성론 확산
3000만원 장벽 첫날 거래대금 4분의 1로…가격은 50~60% 급등
지난 7월 3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장중 한때 18%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문턱을 높이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지난달 31일 시행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웠던 시장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가치보다 변동성만 좇는 투자 문화가 시장을 왜곡했다는 반성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인 제도가 시행된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직전 거래일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레버리지 ETF 가격은 50~60% 치솟아 투자 심리와 시장 움직임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기업이 레버리지와 단타에 흔들리게 했다”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를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100억원 엑시트, 10억원대 자산가 주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투자자는 지난 27일 ‘통한의 밤,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생각하며’라는 글을 올리고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성장에 참여하는 곳인데 어느 순간 기업 실적보다 하루 변동성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버리지 자금이 몰리고 이를 좇는 초단기 매매가 반복된 뒤 다시 변동성을 노리는 자금이 유입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이 아니라 변동성 자체를 분석하고 사고파는 시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실적이나 경쟁력이 아니라 레버리지와 단기 투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세계 투자자들이 계속 본다면 한국 시장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투자자도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가 먼저 기업의 체력을 흔들었다”며 “ETF 리밸런싱과 레버리지 청산, 과열된 투자심리가 기업 가치보다 먼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네티즌들도 해당 글들에 공감했다. “기업 가치로 판단받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레버리지 ETF를 잡지 않으면 시장이 투기장이 된다”, “레버리지 상품 등장 이후 수급이 왜곡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부동산·금융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린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변호사도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복리의 저주’라고 표현하며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복리의 저주가 레버리지 ETF”라며 “상승하면 좋지만 마이너스가 되면 결코 원금을 쉽게 회복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통상 하루 수익률의 2배 등을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나왔다. 기초자산이 등락을 반복하면 기준 가격이 매일 다시 계산되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은 기초자산 누적 수익률의 단순 배수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기초자산이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1.1% 상승하면 원래 수준을 회복한다. 그러나 하루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은 첫날 20% 하락한 뒤 다음 날 약 22.2% 올라도 최초 투자금에는 미치지 못한다.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거래는 줄고 가격은 뛰고…엇갈린 규제 첫날
시장에서는 기본예탁금 상향이 첫날 투자심리를 다소 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부터 개인 일반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ETN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하려면 기본예탁금으로 현금 3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전날(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량도 대표 상품인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4억8889만주에서 1억1692만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가격은 급등했다.
SK하이닉스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삼성전자도 26% 넘게 오르면서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58~60%,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도 51% 안팎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가격 상승과 거래 감소는 다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거래량 감소에 대해 “정책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거래대금 상위에 있던 레버리지 종목 대신 다른 종목들이 많이 올라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이 장 초반부터 크게 오르면서 거래가 자연스럽게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규제 효과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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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