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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세대 넘는데 한도는 5000억…디에이치방배 ‘선착순 대출’ 혼란

16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4.8.16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김도엽 기자 = 은행권이 입주를 앞둔 대단지에 잔금대출 한도를 긴급 배정하고, 오랜 관행이던 감정가 기준까지 사실상 내려놨지만 정작 총한도가 턱없이 부족해 ‘선착순 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량 규제 속에 은행들이 최대한 대출 여력을 짜냈지만 실수요자 불안은 오히려 더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아직 검토 중이지만 타행과 비슷한 수준의 한도를 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5대 시중은행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국민 토론회에서 잔금대출 문제를 지적한 후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를 위한 잔금대출 한도를 잇달아 확대한 바 있다.

문제는 배정된 총한도 규모다. 디에이치방배는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5개 은행이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잔금대출 총한도는 5000억 원 안팎에 그친다. 단순 계산으로 가구당 평균 1억 6700만 원 수준이다.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최고 약 22억 4000만 원이다. 현재 매물 호가는 35억 원 이상이며 최근 입주권이 39억 3000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배정된 한도 자체가 실제 수요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어느 은행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선착순’ 대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선착순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며 “지난 매교역 팰루시드 사태를 보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하반기 잔금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어 은행들이 입주 단지별로 감정가와 분양가를 달리 적용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은행마다 대출 기준이 달라질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 입주 시점 감정가가 4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되고 LTV 50%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이론상 대출 한도는 최대 2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분양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출 가능액은 11억 원대로 줄어든다.

하나은행은 한도 산정 기준을 ‘감정가의 50%’로 세웠다. 다만 이 기준만큼 전액을 내주는 구조는 아니다. 하나은행은 감정가 50%가 내규상 한도인 것은 맞지만 사전 수요 파악을 통해 실제 필요한 자금 범위 내에서만 심사를 거쳐 대출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차주에 따라서 분양가 60%로 대출이 실행될 수 있다. 청약을 통해 단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 대부분이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이미 분양가의 40%가량을 납부한 상태일 경우 남은 필요 자금이 분양가의 약 60%로 잡히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원의 경우 소요 자금이 적어 분양가 60%에 못 미치는 대출이 나갈 수 있고 잔금 납부가 지연됐거나 특이 사항이 있는 차주는 분양가 60%를 넘는 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은행은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으로 정했다. 감정가가 분양가보다 크게 높은 만큼 사실상 분양가 60% 이내로 한도를 제한한 셈이다.

신한은행이 기존 관행과 달리 감정가 대신 분양가를 주요 기준으로 삼으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가능액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자’는 선착순 경쟁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은행권에서 감정가와 분양가 가운데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관심은 이달 중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6·27 대책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난 단지의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전부 또는 일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