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2025.4.24 ⓒ 뉴스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서한샘 기자 =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들을 변호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면서 금융감독원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재임 시절 금융회사의 감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직 원장이, 퇴임 후 피해자 대리인으로 변신해 친정인 금감원을 향해 전방위 검사를 촉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250명의 공동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6월 퇴임한 이 전 원장이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첫 사건이다.
이 전 원장은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금감원이 채권 발행사와 주관사, 운용사, 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일 현장에는 30여 명의 기자가 몰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이 전 원장은 “전자단기사채는 만기 3개월 미만이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발행 주관사와 판매사가 투자 판단에 필요한 위험 정보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금융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금감원 내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변호인단이 배포한 의견서상 사건 경과가 공교롭게도 이 전 원장 퇴임 이후인 2025년 9월부터 정리되어 있다는 점도 눈총을 사고 있다.
JTBC 등 중앙그룹 계열사가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하고 차입금을 돌려막기 시작한 시점은 적자가 본격화된 2022년 전후다. 이 전 원장의 3년 재임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재임 시절 시스템적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감독·제지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퇴임 후 피해자의 편에 서서 친정에 ‘철저 검사’를 요구하는 모순을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원장 재임 기간에도 회사채 발행과 돌려막기가 지속됐는데, 사건 경과는 절묘하게 본인 퇴임 이후 시점부터 정리돼 있다”며 “감독 부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 당국을 압박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금감원 안팎의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차원에서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기는 속내가 복잡하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최우선 가치가 ‘금융소비자 보호’인데, 피해자를 대리하겠다는 전 원장의 행보를 공개 비판하기에는 명분상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털어놨다. 금감원의 이 같은 딜레마를 이 전 원장이 ‘전관’의 지위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첫 검찰 출신 원장으로 3년 임기를 마친 이 전 원장이 단순한 변호 활동을 넘어 정치권 진출 등 향후 행보를 염두에 두고 ‘피해자 대변인’ 프레임을 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첫 수임 사건으로 대형 로펌식 사건이 아닌 피해자 대리를 택한 것은 명분 만들기로 볼 수 있다”며 “단순한 변호 활동을 넘어 향후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 역시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브리핑 당시 사건을 수임하게 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원장은 “금융당국 업무를 불과 1년 전까지 보던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첨예한 업무는 피하고, 친정인 금감원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처음엔 상담 요청에도 소극적이었다”면서도 “사건 자료를 들여다보니 공직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 입장에서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이 사건을 맡게 된 주된 동기”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