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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617억·4년째 흑자인데"…’동전주’라고 퇴출 위기, 상폐 강화의 역설

② 흑자기업도 관리종목 지정

‘우량기업’ 패션플랫폼은 시총 기준 미달…실적 개선 제이엠아이도 관리종목

반도체·대형주 쏠림에 중소형주 소외…”기업 노력만으로 주가 올리기 어려워”

상폐 기준 6개월 조기 강화에 기업 반발 …지난 21일 서부지법 가처분 심문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런 우량 종목도 관리종목이라니. 도대체 기준이 뭔가요. 흑자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안심이 안 되네요.”

“금융당국이 흑자기업은 예외로 두도록 보완하고 있답니다. 걱정 마세요. 적자 부실기업들이나 퇴출되는 것이지 흑자기업은 안 됩니다.”

코스닥 상장사 패션플랫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패션플랫폼은 이른바 ‘동전주’도, 적자기업이나 자본잠식 기업도 아니다.

그러나 지난 13일 패션플랫폼은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코스닥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패션플랫폼처럼 한국거래소가 ‘우량기업’으로 분류한 기업까지 관리종목에 포함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반발도 거세다. 최근 법원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높인 데 반발한 기업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됐다.

4년 연속 흑자인데도 ‘관리종목’

/자료=금융위원회, 그래픽=챗GPT

정부가 상장폐지 제도를 강화한 건 이른바 ‘좀비기업’이 증시에 장기간 남아 투자자 피해를 반복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3년 넘도록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상장사 지위를 이용해 유상증자를 반복하거나 주가조작에 악용되는 걸 차단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상장폐지가 되지 않은 한계기업이 주가조작에 악용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피해를 다시 양산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기업을 언제까지나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정책적으로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상장폐지 기준 강화 이후 시가총액 200억원 또는 주가 1000원 미만 요건으로 관리종목 지정 우려 대상에 오른 코스닥 상장사는 88곳이다. 지난 12일에는 코스닥에서만 27개 종목에 개정 규정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고 이후에도 추가 지정이 이어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가운데 11곳이 거래소가 별도 요건과 심사를 거쳐 우량기업부 또는 벤처기업부로 분류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패션플랫폼은 올해 상반기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으로 우량기업부에 속해 있다.

거래소가 우량기업으로 분류했거나 매년 이익을 내는 기업도 주가·시가총액 기준을 넘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는 셈이다.

제이엠아이 역시 우량기업부는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6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9.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흑자를 내며 최근 4년 연속 이익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실적과 주가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국내 증권 시장이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되고 코스닥과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실적이 개선돼도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종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코스닥 시장 자체가 크게 오르지 못하면 주가가 상승하지 못해 동전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정책 방향에는 부득이한 측면이 있지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때 개별 기업의 사정을 어떻게 고려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개별 기업에 따라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공익과 기존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형평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고의상폐 악용 우려도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부실한 상태로 자리만 차지하는 상장기업을 정리하고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이 들어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기업은 지배주주가 오히려 상장폐지 요건을 이용할 수 있다”며 지배주주에게 반드시 불리한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주가가 낮은 상태를 방치하거나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지 않는 지배주주에게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은 오히려 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기를 원하지 않는 일부 지배주주가 상장폐지 요건을 악용해 고의상폐를 시도한다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정리매매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지배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폐지가 과연 지배주주에게 페널티가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애꿎은 소액주주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까지 간 상폐 기준…기업 반발 본격화

/사진=연합뉴스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코스피 상장사 2곳과 코스닥 상장사 1곳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진행됐다. 이들 기업은 거래소가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개정안이 무효라며 관리종목 지정 등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챔버스 최초롱 변호사는 “재판부는 상장규정 자체가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가처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숙려할 시간과 충분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 자체만으로 현실적인 불이익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청 기업들이 문제 삼는 핵심은 시가총액 기준의 합리성이다.

최 변호사는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 기업을 왜 퇴출해야 하는지,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을 왜 부실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지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신청인 측 입장”이라며 “특히 기준이 왜 500억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내세운 투자자 보호 논리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최 변호사는 “시가총액이 낮으면 유동성이 작고 변동성이 커 시세조종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인데, 유동성이 작은 기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장폐지 규정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행 시기를 앞당긴 과정의 부당함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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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