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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 "CEO·이사회 의장 분리, 기업 상황 맞춘 판단 필요"

삼일PwC 제공

[파이낸셜뉴스]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이른바 ‘분리 모델’이 글로벌 지배구조 모범 사례로 확산된 가운데 지배주주 중심 구조가 일반적인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이러한 형식적 분리만으로는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거버넌스 포커스 제35호’를 통해 국내 기업 이사회를 위한 전문가의 제언을 담은 ‘이사회 가이드’ 세 번째 시리즈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호에서는 김화진 미시간대 법학전문석좌교수가 ‘이사회 의장, 누가 맡아야 할까’를 주제로 기고해,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모델의 한계와 현실적 대안을 다뤘다.

김 교수는 “분리 모델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로 평가받아 왔다”고 말했다. 다만 “분리 모델과 기업가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술 논문들의 결론은 일치하지 않으며, 회사의 사업 내용과 소유 구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이 분리 모델을 채택하는 배경은 대부분 특정 상황에 기인한다. △오너 부재 △CEO에 대한 불신 △행동주의 주주에 의한 CEO 권력 약화 △심각한 위기 상황 △이사회 의장인 오너 △기업 간 합병 △독일의 복층 구조 이사회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국내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오너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 직위 분리로는 실질적 견제가 어렵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유형을 짚었다. 첫째는 오너가 의장을 맡고 CEO의 독자적 존재감이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오너가 CEO를 맡고 의장은 이사회 소집·진행 외 독립된 역할(CEO 인사권 등)이 없는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사실상 분리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또한 회사 상황에 따라 분리 모델이 오히려 리더십의 집중력 저하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분리 모델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기업 상황에 맞춰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고문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제시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은 아니지만 사외이사들을 대표한다. 주요 역할은 △사외이사 회의 주재 △사내이사·경영진과의 소통 가교 △주주와 이사회 간 소통 창구 △위기 발생 시 조정자 등이다.

특히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인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두면 효과가 크다. 이사회 내 논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변화가 생기고, ‘임팩트 그룹’이 형성된다. 형식적 지배구조를 넘어 실질적 거버넌스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과 독일에서는 선임사외이사가 기업의 투자·영업 효율로 이어진다는 실증 연구도 보고됐다.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3조에 따라 분리 모델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의무 선임해야 한다. 법정 업무는 △사외이사회의 소집·주재 △사외이사의 효율적 업무수행 지원 △사외이사의 책임성 제고 지원 등 세 가지다. 비금융회사도 자체 규칙을 통해 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선임이사제도는 해외에서 이미 보편화됐다. 2025년 기준 미국 S&P 500 기업의 61%가 선임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독립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아닌 경우에는 그 비율이 91%에 달한다.

2023년 미국에서는 CEO·이사회 의장 분리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가장 많았는데, 회사가 선임사외이사 도입을 약속하면 주주들이 제안을 보류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신왕건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이사회 독립성 제고 측면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연결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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