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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고치려다 '배보다 배꼽'될 뻔…전동드릴, 공짜로 썼다 [단내나는 짠테크]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다산주민센터 관계자가 공유 물품 중 하나인 전동드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다 올랐습니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른 듯 합니다.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이 걱정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 돈이 되는 소비의 방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단내나는 짠테크]

그 세번째 이야기는 주민센터 ‘생활용품 공유’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곽연수씨(33·여)는 최근 봄철 대청소에 나서면서 묵혀 둔 숙제를 마무리했다.

바로 커튼 교체였다.

사실 교체 전 곽씨에겐 고민이 있었다. 커튼 봉을 설치해야 하는데 망치질을 하기엔 힘도, 실력도 부족했다. 전동드릴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지만, 구매하는 건 부담이 됐다.

비용 자체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1년에 한 번도 쓰지 않는 걸 커튼 걸려고 구매하는 게 맞나 싶었다.

곽씨의 고민을 해결해 준 건 ‘공유누리’ 플랫폼이었다. 플랫폼에서 가까우면서도 전동드릴을 구비한 주민센터를 찾았고 퇴근길에 들렀다. 사흘간 무료로 전동드릴을 빌린 곽씨는 커튼 교체에 성공했다.

곽씨는 “해당 지역 거주자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다고 한다. 무료로 빌릴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며 “다음엔 타카를 빌려 액자를 걸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호미·수평계부터 트랙터까지 모든 걸 공유

/사진=유튜브 ‘공유누리’ 캡처

공유누리는 행정안전부와 조달청이 구축한 범정부 공공개방자원 공유 서비스 통합 플랫폼이다.

예전에도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각자 보유한 시설과 물품 등 공공자원을 빌려줬다. 공유누리는 서비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어 전국의 모든 개방 자원을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설 분야에서는 회의실, 강당부터 체육시설, 주차장까지 공유한다.

곽씨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넘어 국민의 가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생활 밀착형 행정으로 꼽히는 물품 분야를 통해 전동드릴을 빌렸다.

가장 인기가 높은 항목은 생활 밀착형 물품들이다. 가정에서 가끔 필요하지만 보관이 까다로운 전동드릴, 사다리, 수평계 같은 생활 공구 세트가 대표적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거동이 불편한 가족을 위한 휠체어, 혈압계 등 의료 보조 기구도 공유되고 있다.

지도로 검색해 보면 지역적 특성이 드러나는 물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호미부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이앙기, 트랙터, 방제기 등 농기계를 저렴하게 대여해 준다.

도시 지역에선 소상공인이나 청년 창업자들을 위해 행사용 천막, 앰프, 고성능 빔프로젝터 등을 빌려 주기도 한다. 대학생이나 연구원들을 위해 고가의 연구·실험 장비를 개방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유튜버 등 1인 방송에 나선 이들을 위해 카메라 등 영상장비도 빌려주고 있다.

최근에는 여가 및 방역 물품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다. 캠핑족들을 위한 텐트와 캠핑용품은 물론, 마을 공동체가 직접 방역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역 분무기와 살균제 등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공유누리 홈페이지에서 지역을 설정하면 대여 가능한 품목들을 볼 수 있다./사진=공유누리 홈페이지 캡처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물품 이용을 하려면 공유누리 포털에서 ‘물품’ 카테고리를 선택하고 내 주변 지역을 설정하면 대여 가능한 품목 리스트가 나타난다.

각 물품의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면 대여료, 대여 기간, 반납 장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한 뒤 온라인 예약이나 실시간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대여료는 대부분 무료지만, 1000원 정도 저렴한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오는 25일 종료되는 만큼, 웹 브라우저를 통해 공유누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빌리는 데 걸린 시간 10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다산주민센터에 게시된 공유 물품 목록. /사진=서윤경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다산 주민센터를 찾아 직접 빌려 봤다. 지도를 검색하니 주변에서 가까운 곳으로 나타났다. 주민센터 3층으로 올라가니 품목 리스트가 보였다.

3종류의 전동드릴 중 구성이 다양한 ‘디월트’ 제품을 신청했다. 마침 1일 노동절부터 연휴라 그동안 방치됐던 액자를 걸고 고장 난 가구를 고치는 데 쓰기로 했다.

대여 자격이 중구 거주자 또는 중구 사업장 근무자로 제한돼 있어 타 지역 거주자는 대여가 불가능한 줄 알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신분증만 있다면 문제 없다”며 서류를 내밀었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서류에 이름과 연락처 등 간단한 정보만 쓰면 필요한 절차는 완료였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여 기간도 징검다리 연휴 기간인 점을 감안해 사흘에서 일주일로 늘었다. 어린이날 다음 날인 오는 6일 반납하면 된다. 만약 기간을 늘리고 싶다면, 1회 연장도 가능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22만~35만원에 판매되는 이 정동드릴의 사용료는 ‘무료’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다산주민센터에서 대여한 디월드 전동드릴의 온라인 판매가. /사진=네이버 캡처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해 이용하는 횟수는 많지 않다. 한달에 대여하는 횟수가 10번 정도”라면서도 “한 번 빌려가신 분들은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만족감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만족감은 높았다.

삐걱대던 가구의 문짝은 단단히 고정됐고 빈 공간에 액자가 걸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