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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면 끝일 줄"···M508 삭제의 대가 [거짓을 청구하다]

디스크 손상 진단, 진료확인서에서 병명 지워

보험금 청구 불가라는 얘기에 변조 후 재청구

하지만 보험사 직원에 덜미..재판 넘겨져

보험사기 행위 인정…벌금 100만원 선고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쓱쓱.

A씨 손에는 수정테이프가 들려있었다. 그는 나름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 작은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예상하지 못 했다.

진료확인서에서 M508 지워

A씨가 지운 건 두 가지였다. ‘Other cervical disc disorders’와 ‘M508’. 전자는 기타 경추 추간판 장애, 후자는 그에 해당하는 질병코드였다. S코드는 대개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을, M코드는 퇴행성 질환 등을 의미한다.

가령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후자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던 질병’이라고 판단돼 보험금 수령이 힘든 경우가 있다.

해당 병명과 코드는 A씨가 한 신경외과에서 받은 진료확인서에 본래 들어있던 내용이었다. 앞서 그대로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반려되자 손을 댄 것이다. 보험사 직원은 “M508에 해당하는 병명이 포함돼 있으면 공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단순하게 그 부분만 빠지면 재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그렇게

두 표현을 삭제한 진료확인서를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해 보험사 직원에게 전송

했다. 청구 금액은 150만원가량이었다. 그 순간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 행사,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가 발생했다.

“보험사 기망 맞다”

하지만 A씨는 이미 한 차례 관련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은 지급을 다시금 거절했다. 이로써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진료확인서 변조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를 기초로 보험금 지급청구서를 작성하진 않았다

며 “보험사기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행의 착수 시기는 행위자가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보험자(보험사)를 지망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때이고, 구체적으로 보험사고를 가장해 보험사에 보험사고 발행을 통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때

기망행위가 시작된 것

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제외돼야 할 병명코드를 고지 받고 해당 병명이 삭제된 진료확인서를 다시 보완해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의사에 의한 기망행위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에겐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거짓을 청구하다]

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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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