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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써서 하청 주려 그러지~" 조합 접대비라더니 생활비로 '꿀꺽' [사기꾼들]

간절함 이용해 지인 주머니 털어내

인맥도 능력도 모두 ‘허상’

과거에도 사기 범죄 전력 있어

누범기간 중에도 대범하게 범행

법원 “징역형 선고 불가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재개발 공사 굵직한 거 하청 하나 따야지? 이번 재개발 공사 하청업체 자리, 내가 손만 조금 쓰면 네 자리가 될 텐데…조합 간부들 주머니 채워줄 접대비랑 경비만 좀 찔러줘 봐라. 하청 무조건 따게 해줄게!”

지난 2018년 3월 A씨(63)는 지인 B씨를 앞에 두고 거부하기 힘든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어려운 건설 경기 속에서 B씨에게 재개발 공사의 하청업체로 선정되는 일은 놓칠 수 없는 ‘마지막 동아줄’과 같았다. B씨는 A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해 6월까지 총 11회에 걸쳐 1095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허상이었다. A씨에게는 재개발 조합을 움직일 수 있는 인맥도, B씨의 업체를 하청업체로 선정되도록 해줄 수 있는 의사나 능력도 전무했다.

타인의 간절함을 사기 범행의 도구로 삼았을 뿐이었다.

A씨의 ‘기망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4년이 지난 2022년 4월 그는 또 다른 피해자 C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업 운영자금과 접대 자금이 급히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다음 달에 바로 갚겠다”는 게 요지였다.

당시에도 A씨는 이미 심각한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던 상태였다.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개인 생활비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사업 자금으로 쓰거나 약속대로 갚을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 이 사정을 전혀 알 리 없었던 C씨는 A씨의 끈질긴 요구에 속아 무려 22회에 걸쳐 총 3640만원이라는 거금을 송금하고 말았다.

A씨는 과거에도 사기 행각을 벌여온 동종 전과자였다. 특히 이번 범행 중 일부는 과거 저지른 범죄의 누범 기간 중에 대담하게 이루어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장원정 판사)은 지난달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징역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하청업체를 선정할 능력이나 사업을 해 큰 돈을 벌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며 “범행 수법이나 기망한 기간과 편취한 금액 등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범행은 동종 누범 기간 중 이뤄졌고 수사 과정이나 이 법정에서 주장하는 면모를 볼 때 비록 범행을 자백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한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이 사건 이전 다수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피해자에게 1540만원을 갚았고 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방광암 수술을 받는 등 피고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되 법정 구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