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마약 밀수범죄 등 국가공조 필수
우수한 치안 역량은 국가 경쟁력
단순 협력 넘어 국가전략 삼아야
현장 경험 담아 후배경찰에 제언
17일 오후 이준형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이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정부=김경수 기자】경찰 조직 안팎에서 ‘치안외교’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준형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 있다. 경찰의 치안 역량을 세계 무대서 실용적으로 확장, 대한민국을 글로벌 치안 리더 국가로써 위상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태국, 미국 경찰 주재관(시카고), 경찰청 국제협력관, 대한민국 인터폴(INTERPOL) 국가중앙사무국장, 경찰대학 교수 부장, 치안정책연구소장, 인천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등을 두루 거친 이 부장은 오랜 경력 속에서도 국제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글로벌 치안외교의 지평을 열다』를 출간하면서 대한민국 경찰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17일 오후 경기북부경찰청 집무실 만난 이 부장은 오늘날 범죄 환경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 경찰의 역할은 전통적으로 범죄 예방과 수사, 질서 유지 등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현대사회 들어 마약 밀수, 보이스피싱, 사이버범죄, 국제범죄조직 활동, 테러 위협 등 국가 경계를 넘어 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까지 접어들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 부장이 10년 넘는 오랜 기간 국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며 직접 체감한 현실과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경찰청 국제협력관으로 근무하면서 각국 경찰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장과 해외 주재관 등을 역임하며 국제 공조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특히 해외 도피사범 검거와 범죄 정보 공유, 국제공조 수사 과정에서 국가 경찰 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부장은 경찰의 국제협력 활동을 단순한 실무 차원이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개념이 바로 ‘치안외교(Policing Diplomacy)’다. 치안외교란 경찰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하는 협력과 교류, 정보 공유, 역량 지원 등을 통해 국가의 위상과 국익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외교를 외교부만의 영역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경찰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 부장은 책을 통해 “치안은 외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으로 한국 경찰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해 온 다양한 역할을 소개한다. 해외 경찰 교육훈련 지원, 국제기구 활동, 개발도상국 치안역량 강화 지원, 인터폴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모로코에서 열린 인터폴 총회에서 이준형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왼쪽 두 번째)이 중남미 국가 경찰청장에게 치안외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그는 대한민국 경찰이 축적해 온 기술과 경험, 역량을 ‘K Policing’이라는 전략 추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범죄 예방 및 치안 시스템은 해외 여러 국가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경찰은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치안 교육과 제도 자문을 제공한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그가 집필한 『글로벌 치안외교의 지평을 열다』는 정책을 넘어 치안외교의 개념과 역사, 이론적 배경은 물론 경찰 주재관 제도와 국제공조 사례, 인터폴 활동 경험, 미래 발전 전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경찰 실무자뿐 아니라 행정·외교·안보 분야 연구자들에게도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 부장의 이력 역시 국제협력 전문가라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동국대 경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장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안보와 경제뿐 아니라 과학기술,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교 역량을 경쟁하고 있다. 이 부장은 여기에 치안 역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범죄 대응 능력과 국제협력 역량이 국가 신뢰도를 높이면서 국익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초국경 범죄가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 경찰의 국제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부분이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테러, 마약, 사이버 범죄 등 오늘날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은 더 이상 한 국가 안의 질서만을 담당하는 조직일 수 없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신뢰 속에서 치안 역량을 외교적으로 활용하고, 공공 안전을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강화해 공동의 규범과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치안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에 기여하며 글로벌 치안 리더십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길 바라고 있다.
이준형 경기북부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책은 그저 대한민국 경찰의 미래를 둘러싼 하나의 제안서”라며 “정책과 학문,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작은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8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은 “책을 통해 경찰의 국제 활동을 국가 외교 전략의 일부로 재정립하고자 했으며, 그 중심에 치안외교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고자 했다”며 “치안외교는 미래 세대와 후배 경찰들에게 국가를 대표하는 사명임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ks@fnnews.com 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