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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화부채 2388억弗… 환율 50원 오르면 원화로 12조 불어난다[고환율 뉴노멀 시대 (하)]

원가치 15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화채권 발행·차환 비용도 증가

보험사는 해외채권 환헤지 부담

원·달러 환율이 1550원선 안팎에서 고공행진하면서 은행권의 외화부채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외화조달 비용과 차환 부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관리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에 외화부채 부담 확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4분기 말 총외화부채는 2388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216억4400만달러)보다 172억3900만달러(7.8%) 늘어난 수치다. 총외화부채는 외화예수금, 외화콜머니, 외화차입금, 외화발행금융채권, 기타부채 등을 포함한 것이다.

외화부채가 늘어난 배경은 고환율 국면에서 기업들의 달러 보유 수요와 외환거래 확대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출기업은 달러 매도를 늦추고, 수입기업은 결제용 달러를 미리 확보하면서 외화예수금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달 11일 기준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총 543억7100만달러로 집계된 바 있다. 2023년 1월 말(552억5500만달러) 이후 가장 많다.

문제는 원화 약세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65.16원으로 지난해 4·4분기 1450.98원보다 높았다. 2·4분기에는 1501.6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은 1520원대까지 올라섰다.

환율 상단이 높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다. 달러 기준 부채 규모가 같아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1·4분기 말 총외화부채를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50원 오를 때 단순 환산 원화 규모는 약 11조9000억원 늘어난다. 외화부채와 함께 외화자산도 원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환율 상승은 RWA 확대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환율 장기화는 은행의 조달비용 부담도 키울 수 있다. 외화채권 발행이나 외화차입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는 달러 조달금리와 스와프 시장 여건, 투자자 수요에 따라 차환 비용이 달라진다.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해 수출대금 환전을 미루거나 달러 보유를 늘릴 경우 은행의 외화예수금은 늘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외화유동성 비율과 만기 구조에 맞춰 운용해야 한다.

다만 외화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당장 외화유동성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5대 은행의 올해 1·4분기 말 외화차입금은 371억27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7억60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총외화부채 증가분(172억3900만달러)과 비교하면 차입금 증가분은 4.4% 수준에 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외화유동성 지표는 규제 기준을 웃돌고 있고, 외화자산과 부채를 맞춰 관리하고 있어 환율 변동이 곧바로 손실이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도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자본비율 관리와 대출 성장 여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보험사도 고환율 영향권

보험업권도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등 환헤지를 실시하는데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수록 헤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국내 장기채권 물량 한계로 미국 국채 등 해외 우량채권 투자를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환헤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차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관리에도 부담 요인이다.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규모가 커지면서 외환 관련 시장위험액이 증가할 수 있다. 다만 해외투자 규모와 외화 익스포저에 따라 영향은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환헤지 비용과 K-ICS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환율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