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25%·지평 20% ‘고성장’… 율촌·광장·화우도 두 자릿수 성장세
고려아연 분쟁·쿠팡 유출·SK 신재생 매각 등 초대형 사건 실적 견인
사진 뉴시스.
주요 로펌 상반기 매출 성장률 및 하반기 전략
2025년 매출(전년비 증감)
2026 상반기
올해 주요 영입 인사
하반기 전략
김앤장
1조7000억원
비공개
금융, 조세, 글로벌
기존 경쟁력 유지 및 가사상속, 리걸테크, AI, ESG 강화
태평양
4402억원(12.4%)
25%
M&A, 공정거래, IP, 금융
지정학적 변화와 AI 산업재편에 대한 통합 대응
세종
4363억원(18.0%)
비공개
송무, 형사, M&A, 금융, 방산
통합 컨설팅 역량 강화, 통상산업정책센터 및 AI 디지털 경쟁법팀 출범
광장
4083억원(4.8%)
10%대
금융, 형사, 기업자문, 공정거래
M&A 및 금융자문 경쟁력 유지. 공정거래, 노동, 금융규제 강화
율촌
2812억원(10.1%)
10%대
대관(헌재 및 청와대), 금융, 경찰
AI, TMT, 통상 및 관세, 크로스보더 자문 확대, M&A 강화
화우
2812억원(12.5%)
10%대
금융, 형사, 방산
경찰, 공정거래, 노동 분야 인재 영입, 정부와 국회 입법 동향 분석 강화
지평
1328억원(10.0%)
20%대
AI, 의료, 개인정보, 방산
AI 디지털 규제 선도, 글로벌 공급망 및 방산 분야 강화
바른
1076억원(1.1%)
비공개
금융, IP, 방산, 기업
리걸테크 도입 업무 고도화, 자문분야 보강
(각사 )
[파이낸셜뉴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올해 상반기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다. 공정거래 규제 강화와 노란봉투법·개정 상법 시행, 미국·유럽연합(EU)의 수출통제 등 규제 환경이 지정학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대형 사건이 쏟아진 결과다. 로펌들은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혁신과 경제안보·재판소원 등 신시장 선점을 위한 전문 조직 확대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형 로펌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 이어가
7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지평·바른 등 주요 8개 로펌으로부터 받은 상반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성장률을 공개한 로펌 대부분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YK와 대륜은 매출 기준 10대 로펌에 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제외됐다.
성장 폭이 가장 큰 곳은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5%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4402억원으로 6년 만에 업계 2위를 탈환한 데 이어 올해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평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고, 율촌은 기업자문 부문 20% 후반대 성장률을 앞세워 전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광장과 화우도 10%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김앤장과 세종, 바른은 반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은 지난해 10대 로펌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일시적 성공보수가 반영된 탓에 올해는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제한될 전망이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대다수 로펌들이 매출 인식을 하반기에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로펌 순위는 하반기 실적을 포함한 연간 실적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초대형 딜·분쟁이 실적 갈랐다
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조 단위 거래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대형 분쟁이었다. 태평양은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약 1조원) 인수 자문, KKR의 SK그룹 신재생에너지 사업 인수(약 1조8000억원) 등 대형 거래를 자문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을 대리하며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권 분쟁을 수행 중이다. 세종은 SK-KKR 거래에서 매각 측을 자문했고, SKT·KT에 이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대리하며 사이버보안 분야 강자 입지를 굳혔다.
송무에서는 판례를 새로 쓴 승소가 잇따랐다. 광장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 삼표산업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변호사와 의뢰인 비밀유지권(ACP)에 관한 대법원 결정도 받아냈다. 지평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정위 처분 취소소송 승소로 네이버·카카오모빌리티에 이은 ‘플랫폼 3연승’을 완성했고, 1200억원대 설탕 담합 과징금 집행정지 결정도 받아냈다. 바른은 1조원대 피해가 추산되는 홍콩 젠투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 금융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을 이끌어냈다. 율촌은 재판소원 제도 신설 후 녹십자를 대리해 최초의 전원재판부 심판 회부를 끌어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분할 소송도 진행 중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로펌 시장은 거래 규모가 큰 인수·합병(M&A) 시장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쳤다. M&A 호시절엔 실적이 늘고, 반대면 실적이 줄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는 각종 규제 대응과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로펌의 ‘통합 솔루션’ 제공이 중요해 지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
■하반기 승부수는 AI·통합 전문센터 출범 등
대형 로펌이 공통적으로 꼽은 하반기 키워드는 AI, 경제안보, 재판소원 등이다. 태평양은 이달 1일 글로벌 리걸 AI 플랫폼 ‘하비(Harvey)’를 국내 로펌 최초로 전사 도입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시범 적용을 넘어 로펌 전체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첫 사례로, 자체 AI 지식 시스템도 연내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은 국내 대형 로펌 최초로 ‘AI·디지털 경쟁법팀’을 출범시켰다. 지평은 하반기 ‘AI 인프라 센터’, ‘AI바이오헬스케어센터’ 등 AI 특화 조직을 전면 배치한다. 율촌도 통합TMT센터를 출범시켜 AI·데이터·플랫폼 신산업 자문을 강화한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주요 로펌들은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판례 검색, 문서 초안 작성은 AI에 맡기고 변호사는 협상 전략, 법률 해석,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대형 로펌 대다수는 올해 통합 전문센터 출범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와 노동, 금융규제, 형사, 통상, 조세, 개인정보, 국제분쟁 등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동시 발생하면서, 분야별 전문가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원스톱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올해 기존 내부통제팀과 자금세탁방지팀을 통합해 100여 명 규모의 금융리스크컨설팅센터를 출범시켰다. 법률 자문뿐 아니라 내부통제, 검사 대응, AI 기반 리스크 관리까지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2년 출범한 신국제조세연구소도 글로벌조세대응센터로 확대 개편해 다국적 기업의 국제조세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투자나 계약을 추진하더라도 공정거래와 조세, 해외 규제, 개인정보, 기술유출, 노동, ESG까지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시대”라며 “로펌의 다양한 팀을 하나의 지붕 아래 모은 통합센터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장차관에 참모총장까지… ‘비(非)변호사 영입’ 전쟁
올해 대형로펌들은 전관 법조인을 넘어 규제기관·정부·군 출신 비변호사 전문가로 영입 전선을 확대했다. 세종은 조효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 등 규제기관·군 고위직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고,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전직 장차관급 고문진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율촌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강도태 전 복지부 2차관, 유진규 전 인천경찰청장을 맞았다. 광장은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을 영입해 중대재해 대응센터장을 맡겼고, 헌재 수석부장연구관과 사무차장을 지낸 김정원 변호사를 필두로 헌법재판팀을 출범시켰다. 화우는 경찰·공정거래·노동 분야 최고 인재를 겨냥한 ‘3대 메가 영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맞춰 광장(헌법재판팀), 바른(재판소원대응전담팀), 화우(류지현 전 헌재 선임연구관 영입)가 잇따라 전담 조직을 꾸린 점도 눈길을 끈다. 노란봉투법 등 노동 법제 변화에 대응해 세종은 단체교섭지원센터를 출범시켰고, 광장은 노동그룹을 컴플라이언스와 송무로 이원화하는 전면 재편을 단행했다. 개정 상법 시행과 행동주의 확산에 대응한 경영권분쟁센터(광장), 기업지배구조연구소(세종)도 새로 간판을 달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