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 서초경찰서 지능범죄수사1팀장
제작연도 속인 노후 타워크레인
사기 사건 같지만 안전·생명 직결
금융범죄는 피해 회복에 주력해
시민에게 공감받는 수사가 원칙
“그 어떤 수사기법과 전문지식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을 해결하려는 수사관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15일 임진우 서울 서초경찰서 지능범죄수사1팀장(경감·사진)은 “법리 검토부터 피해자·참고인 조사, 계좌추적 등 수많은 수사 과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사관의 의지가 있어야 폭넓고 면밀한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 경찰에 입직한 임 팀장은 수사·형사·외사 분야에서 20여년간 현장을 누빈 베테랑 수사관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등을 거친 그는 현재 불법사금융·전세사기 등 주요 기획수사, 계엄 선포·지방선거 이후 급증한 공무원 범죄와 선거 및 집회·시위 사건, 금융·경제범죄 등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 서초 관내에는 경찰의 불법사금융 단속을 피하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현금을 빌려주고, 상품권으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는 방식을 통해 불법사채를 정상 거래로 위장하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법왜곡죄 시행과 고소·고발 반려 제도 폐지까지 맞물리면서 사건 처리 부담도 한층 커졌다.
그럼에도 임 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사 원칙은 ‘시민에게 공감받는 수사’다. 그는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는 엄정하게 수사하고, 사소한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나 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경청하면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올바르게 수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범죄의 경우 몰수·추징보전 신청을 적극 검토하는 등 피해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학은 수사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임 팀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방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학교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시민단체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집시법·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앞서 지난 1월 해당 사건의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된 서초서는 각 경찰서에 접수된 관련 고발사건 11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특정 등을 통해 피의자의 미신고 집회 행위 증거와 피해 진술을 확보했으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비방·혐오 발언이 담긴 피의자의 SNS 게시물 약 219건을 분석해 피해자가 특정되는 69건을 범죄사실로 특정했다. 교수 자문과 관련 판결문, 증언집, 유엔(UN) 보고서 등을 토대로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했다”는 피의자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도 입증했다.
이후 수사팀은 피의자의 계좌 거래내역 분석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로 수사 개시 약 70일 만에 범죄 혐의를 입증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임 팀장은 “이 사건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역사적 사실 왜곡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을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올바른 집회문화를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임 팀장의 기억에 남은 또 다른 사건은 해외에서 수입한 노후 타워크레인의 제작연도를 허위 등록해 국내에 들여온 일당 18명을 검거한 사례다. 당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전도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임 팀장은 타워크레인 수입 절차상 문제점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일당은 제작연도 10년 미만의 타워크레인을 선호하는 건설현장 특성을 악용해 제작연도를 허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팀장은 관세청이 수입신고서에 기재된 제작연도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국토교통부에 제작연도 신고 의무화와 허위 등록 처벌 규정 신설을 건의했다. 이후 건설기계관리법상 관련 처벌 조항이 마련돼 사망 사고는 크게 줄었으며, 임 팀장은 제도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았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