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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속은 내리고 초급속은 올리고…전기차 충전요금, 뭐가 달라지나[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원가는 반영했지만, ‘완속 요금 급등’ 논란은 여전

다음은 계시별 요금… 재생에너지와 연동해 요금 다시 짠다

[파이낸셜뉴스]전기차 공공충전요금 체계가 1일부터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된다. 완속충전기 요금은 내리고, 초급속충전기 요금은 올리는 방향이다. 완속 충전 위주로 이용하는 운전자는 월 약 9000원, 연간 약 10만원을 자동으로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초급속 충전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는 월 약 1만3000원, 연간 약 16만원을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7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주차장에 설치된 서울시 운영 전기차 충전기의 모습. 뉴스1화상

원가 반영이 명분…급속 설비 투자비 회수 어려웠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확정한 ‘전기차 공공충전요금 체계 개편안’을 보면, 전체 충전기의 약 90%를 차지하는 완속충전기(30kW 미만)는 kWh당 요금이 295.0원으로 기존보다 29.4원(약 9.1%) 내려간다. 전체의 2.3%에 불과한 초급속충전기(200kW 이상)는 kWh당 393.1원으로 45.9원(약 13.2%) 오른다. 구간은 30kW 미만·30~50kW(307.2원)·50~100kW(325.6원)·100~200kW(348.4원)·200kW 이상 등 5개로 나뉘었다.

기후부는 이번 개편의 근거로 충전기 운영에 실제로 드는 전기요금, 운영비, 법정검사비 등 원가를 꼽는다. 그간 기술 발달로 급속 충전 시장이 빠르게 형성됐음에도 관련 요금 기준이 명확히 정비되지 않았던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100kW 안팎이면 뭉뚱그려 하나의 요금으로 취급하던 방식으로는, 200kW 이상 초급속 설비에 들어간 투자비를 제대로 회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완속충전기는 전체 충전 인프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운영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요금을 낮출 여력이 있었던 반면, 200kW 이상 초급속충전기는 설치·운영 비용이 100kW급 대비 2배 이상 들고 전력분배 등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자들이 아파트 등에서는 주로 완속 충전을, 주행 중에는 짧게 급속 충전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인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선화 기후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이번 개편이 충전기 운영 비용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시장에 요금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 급속충전요금은 2017년만 해도 kWh당 173.8원 수준이었지만, 특례 할인 종료와 단계적 인상을 거치며 꾸준히 올라왔다. 이번 개편으로 초급속 구간이 다시 오르면서, 장거리 운전이 잦거나 외부 충전소 의존도가 높은 운전자는 충전비 부담이 누적적으로 커지는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뉴스1

다음은 계시별 요금…재생에너지 출력과 연동

기후부는 이번 개편을 요금 체계 고도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시간대별 전기요금과 전기차 충전요금을 연동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추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이용자가 더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이는 낮 시간대 태양광 출력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출력제어 문제를 전기차 충전 수요로 흡수하려는 전력계통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소비자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이른바 ‘깜깜이 요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시설에는 주유소처럼 외부에 요금 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충전시설 운영자의 정기점검 의무를 강화해 고장을 예방한다. 충전시설의 상세 위치와 실시간 이용 가능 여부도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통해 공개해 이용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봄·가을 주말·공휴일 낮 11시부터 14시 사이에는 최대 15%의 할인이 이미 적용되고 있고, 기후부 회원으로 가입하면 비회원 대비 kWh당 50~140원을 아낄 수 있다. 심야 시간대 가정용 완속 충전은 kWh당 50~80원 수준으로, 공공 급속충전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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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속 요금 급등’ 논란 와중에 나온 개편

이번 공공충전요금 개편은 별개로 진행돼온 완속 충전요금 인상 논란과 맞물려 있다. 최근 화재 예방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스마트 제어 방식’ 완속충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비 교체·운영비 부담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자, 지난 5월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실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으로 ‘전기차 완속 충전요금 급등, 지속 가능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위 6개 충전사업자 중 5곳이 여전히 순손실 상태이며, kWh당 290원을 받아도 전력비·유지보수비·감가상각을 빼면 사업자 마진이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종욱 의원은 스마트 제어 방식 완속 충전기 도입 과정에서 기존 설비 교체 비용과 운영비 부담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유지·보수와 전력 증설 비용, 사업자 계약 구조, 이용요금 산정 기준 등에 대한 세밀한 제도적 기준과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소비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일방적 요금 인상은 결국 전기차 시장 전체의 위축과 탄소중립 지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요금 인상 대신 시장 구조 개선과 이용자 인센티브 확대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공요금 개편이 완속 구간 요금을 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은, 이런 논란 속에서 최소한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 인프라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다만 민간 충전사업자가 운영하는 비(非)로밍 충전기 요금은 이번 개편과 별개로 움직이는 만큼,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전체 충전비 부담은 어떤 충전기를 주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사업자 수익성과 소비자 신뢰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이미 100만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요금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충전 인프라 신뢰성을 함께 높이지 못하면 전기차 전환 자체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개편의 배경에 깔려 있다. 이번 개편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는 두 가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충전사업자들의 수익성 문제다. 매출 상위 충전사 대다수가 순손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완속 구간 요금까지 낮아지면, 사업자들이 유지보수나 신규 설치 투자를 줄여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 신뢰다. 이미 스마트 제어 완속충전기 전환 과정에서 한 차례 요금 급등 논란을 겪은 만큼, 이번 개편이 ‘내리는 척 다른 데서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원가에 기반한 합리적 조정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예고한 계시별 요금제와 요금 표지판 의무화, 충전소 실시간 정보 공개 등 후속 조치들이 예정대로 이행되는지가, 이번 개편이 땜질식 조정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요금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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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