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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오일’ 글로벌 연료 재고 부족 심각… 품귀 확산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오토바이를 주유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 선물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협상 발언으로 일시적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 석유 제품 시장에서는 휘발유와 디젤유 같은 정제유 품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이 보도했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인 ‘빅오일’들도 일제히 경고음에 가세하면서 원유 가격의 향방과 상관없이 주유소의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엑손모빌의 닐 핸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가장 큰 병목 구간은 바로 ‘정제’ 단계”라며 “시장이 아직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동 사태가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까지 확산하면서 원유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대형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석유 제품의 수출길마저 끊겼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연료 수출 제한, 러시아의 디젤유 수출 금지 조치가 겹치면서 전 세계 정제 능력이 최대 10%나 축소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란 전쟁이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실물 시장의 타격은 더욱 커져 라보뱅크의 조 디로라 수석 에너지 전략가는 “페르시아만 정유소들이 제품을 밖으로 보내지 못해 ‘디젤 공급난’이 발생했다”며 “원유가 단순한 원재료라면, 디젤은 농업·건설·광업 및 물류 등 산업 경제 전체를 돌리는 핵심 동력”이라고 경고했다.

핸슨 CEO도 역시 “수요 대비 이용 가능한 정제 능력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살면서 처음 본다”며 “업계가 이 깊은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정유업계의 정기 설비보수 시즌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설비를 점검하고 정비하려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정기보수를 미루며 물량을 대기도 했으나, 현재처럼 가동률을 극도로 높여온 상황에서 보수를 더 미루면 대형 사고의 위험이 급증한다.

물류 중개업체 보스 레이디 로지스틱스의 한나 허키스는 “가을은 수확기와 초기 난방 수요가 몰리는 시기인데, 여기에 전쟁과 디젤 공급난까지 겹쳐 그야말로 ‘퍼펙트 스’이 찾아오고 있다”며 “디젤 수급 불균형이 경제 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브론의 이미어 보너 CFO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죄어오고 있으며, 그동안 유가 변동성을 완화해 주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셸의 와엘 사완 CEO 역시 “시장의 모든 가격 신호가 디젤과 휘발유 부족을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유 가격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더라도, 실물 정제유의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기름값 상승과 산업 전반의 물가 압박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오일프라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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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