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40도 육박 살인 더위
2441명 온열질환으로 응급실行
땡볕에도 해고될까 쉼 없는 현장
충청권은 첫 폭염중대경보 발효
프로야구 취소 등 전국이 마비
펄펄 끓는 공사현장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사현장 부근 횡단보도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엔 하루에 한번만 옷을 갈아입으면 됐는데 요즘은 서너번 바꿔 입어도 온몸이 땀범벅이에요. 일하다가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울 때가 많아요.”
서울 전역에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난 4일 오후 성북구의 한 건설 현장.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50대 건설노동자 한모씨가 작업복에 번져 있는 흰 띠를 가리키며 혀를 찼다. 땀이 쏟아지고 말라붙기를 반복하며 생긴 염분 자국이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노동 현장은 물론 프로야구 경기, 문화행사 등이 줄줄이 중단되며 대한민국이 녹아내리고 있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살인더위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운영 중인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된 환자는 전날까지 총 2441명, 사망자는 21명으로 나타났다. 전날에만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198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는 이달 1일부터 매일 1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202명에 이어 전날에도 198명이 발생하는 등 이틀 연속 200명 안팎의 온열질환자가 나왔다.
지난 3일 전북 완주군에서는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80대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졌으며, 경기 양주시에서는 50대 오토바이 기사가 배달 도중 열탈진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살인적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땡볕 아래로 나서는 야외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낮 시간대 작업중단 권고 등 온열질환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실질적인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감온도에 따른 휴식 제공과 옥외작업 최소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폭염 예방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해당 지침이 강제성이 없는 단순 권고 수준에 그치는 데다 정해진 물량과 기한에 쫓기는 노동자들에게 휴식은 곧 임금 감소나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침 하달을 넘어 노동자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작업장의 위험도와 환경에 따라 작업방식을 변경하거나 일시중단할 수 있도록 강제력 있는 법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도권 특보 40% ‘폭염중대경보’
한편 이날 최상위 폭염특보인 ‘폭염중대경보’가 추가 발령되면서 서울 전역을 포함한 수도권 특보 구역의 40% 이상이 폭염중대경보 대상에 포함됐다. 충남 청양에도 충청권에서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서울 전역을 비롯해 앞서 발령된 폭염중대경보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까지 합치면 수도권 육상 기상특보 구역 46곳 가운데 20곳이 폭염중대경보 지역에 포함됐다. 전체의 43%에 해당한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된 지역에서 하루 이상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연일 이어지는 극한 폭염으로 야외 행사도 중단됐다. 극한 폭염이 확산하면서 서울 광화문과 경복궁에서 열리던 수문장 교대의식도 전면 중단됐다.
지난 4일에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도중 관중 25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중 2명은 의식저하 등 중증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경기 종료 직후에도 20대 남성 관중 한명이 추가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
이에 KBO는 안전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5일과 6일에 편성된 프로야구 1군 및 퓨처스리그 전 경기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폭염으로 인해 프로야구 전 구장 경기가 취소된 것은 리그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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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이보미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