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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속 대외비… 교육 1번지 강남의 비밀 [Weekend 문화]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도시계획 대관람’

도시기본계획 66 수립 60주년 특별전

서울 10년만에 인구 두배로 늘며 성장

극심한 주택·교통난에 장기적 재설계

1대 3000 축척 대형 수기도면 등 공개

강남 ‘학교 생활권’ 우선 고려한 흔적

빛바랜 종이 위로 도로와 주거지, 공원과 새로운 도심의 선이 촘촘하게 뻗어 있다. 여러 장을 이어 붙인 대형 수기 도면에는 계획을 고치고 다시 그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지금은 익숙한 강남과 여의도, 도로와 지하철도 한때는 이 종이 위에서 미래의 서울로 처음 상상됐다. ▶ 1965(추정) 강남개발 초기 계획 도면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서울도시기본계획 및 자치구 도시기본계획 관련 서적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60년 전 계획가들이 종이 위에 그었던 서울의 미래가 이제 시민들이 매일 걷고 타고 살아가는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다시 60년이 흐른 뒤 서울의 지도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서울의 공간과 시민의 삶으로 이어진 과정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에서 펼쳐진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 최초의 종합 장기 도시계획인 ‘서울도시기본계획 66’ 수립 60주년을 맞아 특별전 ‘서울 도시계획 대관람’을 오는 11월 8일까지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1966년 당시 서울은 급격한 팽창의 한가운데 있었다. 서울의 행정구역은 1955년 268㎢에서 1963년 613㎢로 확대됐고, 인구는 1955년 156만명에서 1966년 약 379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일자리와 생활시설은 도심에 집중된 반면, 주택난과 교통난, 도시 빈곤 문제가 뒤따랐다. 전쟁 이후 도시를 복구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 전체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시기였다.

전시장에서는 그 출발점을 실물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과 서울도시계획위원회가 작성해 캐비닛 속 대외비 자료로 관리했던 문서와 지도, 도면 등이 공개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장의 종이를 이어 만든 1대 3000 축척의 대형 수기 관리도면이다. 도로와 용도지역을 손으로 덧그리고 수정한 자국이 남아 있어 도시가 완성된 설계도 한 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수많은 조사와 수정의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계획가들은 새롭게 서울에 편입된 지역을 직접 측량하고 인구와 주택, 토지 이용, 교통량 등을 조사했다. 그렇게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1985년 인구 500만명을 전제한 ‘서울도시기본계획 ’66’을 마련했다. 계획 대상은 약 713㎢로 현재 서울시 행정구역보다도 넓었다. 인구와 산업, 주거·공업지역, 도심과 부도심, 도로와 공원까지 20년 뒤 서울의 모습을 하나의 틀 안에서 구상한 첫 종합 장기계획이었다.

계획과 현실의 간극도 전시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당시 예상과 달리 서울 인구는 목표 연도보다 15년 빠른 1970년에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계획이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예언이 아닌, 끊임없이 변하는 도시를 따라 수정되고 대응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1966년 도시계획 안내지에서 검은색으로 지워진 문장도 흥미롭다. 삭제된 부분에는 행정·입법·사법 기능과 경제·교육·문화 기능을 여러 지역에 분산해 서울을 여러 중심이 연결된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계획이 그대로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이후 강남과 여의도, 영등포와 잠실 등이 새로운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서울은 하나의 도심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핵도시로 변화했다.

강남의 초기 계획도에서는 또 다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학교 부지를 먼저 선정한 표시다. 아이들이 걸어서 통학할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생활권을 고려했던 것이다. 강남 일대의 초기 측량도와 가로망도, 한강 개발과 교량 건설, 방사형·순환도로와 초기 지하철 구상도 함께 전시돼 오늘날 서울의 뼈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1966년 8월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8·15 도시계획 전시회’다. 당초 안내지와 도면을 보여주는 소규모 행사로 계획됐지만 대형 모형과 조감도, 새서울백지계획, 동부서울 개발계획 등이 더해지며 약 80만명이 찾는 대규모 전시로 확대됐다. 당시 시민들은 자신의 집과 땅에 도로가 놓이는지, 어느 지역이 개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도시계획이 전문가의 도면을 넘어 시민 개개인의 삶과 재산, 생활공간의 문제로 다가왔던 순간이다.

전시는 1966년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후 변화해 온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따라 환경과 역사 보존, 도시재생, 기후위기 등 올해 서울이 마주한 과제로 시선을 옮긴다. 관람객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필요한 변화와 미래 서울에 대한 생각을 직접 남기는 참여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서울역사박물관 정수인 박사는 “1966년의 계획이 오늘날의 서울을 완성된 모습으로 정확히 예언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 전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한 도로와 지하철, 강남과 여의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서울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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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준 기자